출판업계에서 쓰는 일본어식 용어
팀 선배가 작성한 것을 무단으로 전재해 본다. 선배도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를 취합해 정리한 것일 텐데, 이런 것이야말로 '편집'이 아니던가? ^^;
소통을 위해서는 이런 일본어식 용어를 써야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왜 쓰이냐, 무엇을 말하느냐일 것이다.
가가리 ☞ 이건 뒤에 나오는 ‘아지로(あじろ)’하고 달리 본문의 책등 부분을 실로 꿰맨 후 책을 만드는 거다. 당연히 풀로 붙인 것보다는 튼튼하다. 튼튼한 만큼 값도 비싸다. 보통 제본소에서 실로 꿰매는 기계를 사철기(絲綴機) 또는 가가리기라고 부른다. 또 실로 매는 작업을 가가리토지(かがりとじ, 絲リ綴じ)라고 한다. 거기서 온 말인 듯하다. 우리말로는 실 매기 정도면 어떨까? 참 여기서, 양장과 무선철이란 말을 잠깐 설명한다. 말 그대로, 양장(洋裝)은 서양식으로 장정하는 걸 말한다. 표지에 가죽 따위를 붙이는 걸 말했지만, 요즘엔 가죽 대신에 두꺼운 종이(이를 합지라 부른다)를 넣고 겉을 얇은 종이로 싼다. 그리고 무선철(無線綴)은 실로 꿰매지 않은 제본을 말한다. 줄여서 무선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양장의 반대말이 무선철은 아니다. 즉 무선 양장도 있을 수 있다는 거다. 그게 아지로 양장이다. 또 실로 꿰맨 다음, 보통 단행본처럼 제본할 수도 있다.
가꾸양장 ☞ 가쿠양장은 각양장(角洋裝)이다. 보통 양장본은 책등이 둥글게 되어 있다. 뒤의 ‘마루(まる)’에서 나온 대로다. 그런데 어린이 책 중에는 책등이 둥글지 않고 각진 형태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바로 그걸 부르는 거다. 일본 말로 가쿠(かく)는 각(角)이다. 그러니까 각진 양장이라고 부르면 된다.
가마보꼬 ☞ 사전 같은 경우, 상자 안에 담긴 사전을 빼내면 상자 아래에 볼록 튀어나온 종이가 있다. 이건 등이 둥근 책의 배 쪽을 받쳐 책의 형태를 유지해 주는 기능을 하는 거다. 가마보코(かまぼこ)는 생선묵을 뜻하거나 보석을 안 심은, 가운데가 볼록한 반지를 뜻한다. 거기서 온 말인 듯하나, 우리말로 뭐라 해야 할는지 궁금하다. 댐판지라고 부르자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좀 어색하다.
겐또 ☞ 여러 색 인쇄를 할 때, 겹쳐 인쇄되는 위치가 정확한지를 맞추는 공정을 말한다. 겐토(けんとう), 즉 見當(견당)은 대체적인 방향이나 어림짐작 따위를 말하는 거다. 우리말로는 가늠 또는 가늠맞춤 정도가 좋겠다.
고바리 ☞ 필름 상태에서 지정된 레이아웃에 따라서 한 면씩 작업해서 완성하는 걸 고바리라고 부른다. 요즘엔 필름 상태에서 필요한 부분만큼 오려서 붙이는 걸 말하기도 한다. 일본 말 고바리(こばり), 즉 小貼(소첩)에서 온 것이다. 다만, 우리말로는 ‘따 붙이기’ 또는 ‘막 붙임’이라고 하면 된다.
교정스리 ☞ 인쇄 전에 색 작업 상태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 시험 인쇄물을 만드는 걸 말한다. 우리말로는 색 교정 정도가 맞겠다. 교정스리는 교정이란 우리말에 인쇄를 뜻하는 스리(すり, 刷り)가 붙은 거다. 물론 교정이란 말도 일본에서 온 말이겠지만 말이다. 색 교정(色校正)에 해당하는 일본 말은 이로코세이(いろこうせい)다.
나까도지 ☞ 주간지나 팸플릿 같은 걸 보면 본문하고 표지를 한꺼번에 모아서 반으로 접은 다음 가운데 부분에 철사로 두세 곳 박았다. 이걸 부르는 거다. 일본 말로는 나카토지(なかとじ), 즉 中綴じ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중철(中綴)이라고도 하지만, 아무래도 가운데 매기, 등 매기 정도가 좋겠다.
나까마 ☞ 도매상이 부도날 때면 이런 소문이 떠돌곤 한다. ‘그 업체 나까마도 했다!’ 또 베스트셀러가 터질 때면 나까마 소문이 터지기도 한다. 하긴 이 말은 유통업계에서도 두루 쓰인다. 사전에는 나카마(なかま), 즉 仲間(중간)은 한패나 동료라는 뜻으로 나와 있다. 어떤 이는 그냥 한패가 아니라 특정한 목적으로 움직이는 한패로 쓴다고도 한다. 여기서 ‘특정한’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러나 우리가 쓸 때에는 기존의 유통 질서 외의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중간상이란 의미로 쓴다.
난쬬 ☞ 제본할 때 접장 과정에서, 즉 장합(張合) 과정에서(일본 말로는 조아이ちょうあい 과정에서) 접장의 순서가 잘못되는 사고를 이렇게 부른다. 난초(らんちょう), 즉 亂丁(난정)이다. 우리말로는 난장(亂張)이나 접장 사고 정도로 쓰자고 한다. 특별한 대안이 없으니 쓸 수밖에……
노리 ☞ 노리는 풀칠이다. 접힌 인쇄물과 책 표지 따위를 풀로 붙이는 공정을 말한다. 노리(のり), 즉 糊(호)는 사전에 풀이라고 나온다. 당연히 우리말로 풀칠이라고 하면 된다.
누끼 ☞ 매킨토시의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부분을 오려내는 것을 ‘누끼 딴다’고들 말한다. 일어 사전에서 누키(ぬき)를 찾으면 뺌 또는 생략이라고 소개한다. 우리말로는 그냥 딴다고 하면 되겠지. 괜찮은 말이다. 딴다!
다떼메 ☞ 다테메(たてめ)는 종이의 결이 세로로 나 있는 종목(縱目)이다. 즉 세로결이란 소리다. 종이에도 결이 있느냐고 묻지 마라. 종이가 나무로 만든다는 생각 조금만 해 봐라. 종이를 만드는 기계(초지기)에서 종이를 만들 때 종이의 흐름 방향으로 섬유소가 놓인 경우를 말한다. 좀 어려우면 이렇게 생각하라. 낱장 종이의 긴 변 쪽과 섬유소의 흐름 방향이 같을 경우, 이걸 세로결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로쓰기로 돼 있는 책에서 문자열이 세로 방향으로 짜는 조판을 다테구미라고도 하는데, 이것 역시 세로짜기라고 하면 된다. 다테구미(たてぐみ)는 縱組み(종조)다.
다찌시로 ☞ 책을 제본할 때 마무리 재단을 한다. 그때 잘린 부분을 다치시로(たちしろ, 裁ち代)라고 한다. 영어로는 ‘cutting margin’이다. 우리말로는 재단 여분 혹은 재단 몫이라고 하면 된다.
도무송 ☞ 이건 자름칼을 의미한다. 구멍이 뚫린 표지의 책을 본 적 있다면 바로 거기서 이 자름칼이 사용된다. 일반 재단기로 자를 수 없는 모양의 인쇄물이 필요할 때, 그 형태대로 목형을 만들어 기계 압력으로 그 모양으로 자르는 거다. 일본 말로는 자르는 칼을 뜻하는 切り刃인데, 기리바(きりば)라고 읽는다. 그래서 가끔 ‘기리바’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연히 우리말로도 자름칼 정도면 된다. 근데 도무송은 어디서 왔을까? 어디선가 도무송(톰슨)이라고 쓰인 간판을 보고 떠오른 추측인데, 이렇다. 일본어로 톰슨(Thomson)을 도무손(トムソン)이라고 쓴다. 말 그대로 ‘도무송’이라고 발음하는 거다. 마라톤(marathon)을 마라송(マラソン)이라고 발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우리가 일본 기계를 수입했는데, 그 기계가 톰슨이란 상표의 기계였던 거다. 당연히 기계엔 トムソン이라고 씌어 있을 거고. 그래서 그렇게 부른 거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그 기계 혹은 기술을 만든 사람이 이름이 톰슨인 거다. 그것도 아니라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추측이 결합한 거다. 우리 회사의 제작 담당자는 두 번째 가설에 힘을 싣는다.
도비라 또는 도베라 ☞ 도비라(とびら). 한자로는 문짝 비(扉). 문짝. (책의) 안겉장, 속표지. 일본에서도 부(部)나 장(章)을 구분하는 건 나카토비라(中扉, なかとびら), 책의 맨 앞에 있는 면은 혼토비라(本扉, ほんとびら)라고 부른다고 한다. 권도비라는 표제지, 부도비라는 내제지 정도가 좋을 듯.
돈뗑 ☞ 원칙적으로 신국판형의 책은 국전지 한 장에 32면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책을 만들다 보면 면수가 꼭 32의 배수로 떨어질 수 없다. 그랬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 둘러치기 또는 같이걸이라고 부르는 돈텐(どんてん)이다. 한마디로 종이를 아끼기 위해 고안된 방법인 거다. 터 잡기된 필름의 마지막 부분에서 1/2돈뗑이니, 1/4돈뗑이니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게 이거다. 그래서 보통은 4의 배수로만 끝나면 된다고들 한다. 둘러치기나 같이걸이보다는 나눠찍기가 좀더 그럴싸하다. 앞의 것은 인쇄소 용어 같고, 아무래도 뒤의 것이 편집용어 같다.
돈보 ☞ 터 잡기(하리코미)된 필름을 교정보거나 원색필름을 교정볼 때 필름 양쪽 끝에 +모양으로 된 표시를 겹친다. 그게 기준선 역할을 하니까. 이를 부르는 거다. 일본어 사전에서 돈보(とんぼ), 즉 蜻蛉(청령)을 찾으면 ‘잠자리’라고 나와 있다. 제작 담당자가 전해준 가설(잠자리 날개 모습하고 비슷하다는)도 그럴싸하지만, 확실한 건 모르겠다. 우리말로는 가늠표나 맞춤표 정도가 어떨까?
똔똔 ☞ 다른 출판사에 다니는 친구들하고 술을 마시다 보면 아무리 책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해도 결국은 하게 된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최근 읽었던 책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했다가 종내에는 자기 회사 얘길 하게 마련이다. 사장이나 선배를 씹거나 자기가 만든 책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때 나올 만한 얘기가 바로 ‘똔똔’이다. “그래 그 책은 얼마나 나갔니?” “겨우 똔똔은 했어.” 똔똔이 나올 때가 또 있긴 하다. 책값을 매길 때 그렇다. 요즘엔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이란 얘길 많이 하지만, 그게 그거다. “5,000부 기준으로 BP가 얼마야?” “13,000원쯤 하면 되겠네.” 이 대화는 이렇게 바뀌어도 무방하다. “13,000원이면 얼마나 팔아야 똔똔이야?” “한 5,000부는 팔아야겠네.” 돈톤(とんとん)은 본전치기란 뜻으로 사용하곤 한다. 사전에는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인 똑똑’이나 ‘일이 제대로 진행되는 모양인 척척’이라고 나와 있다. 또 있긴 하다. 속어로 두 가지가 엇비슷함을 말하기도 한단다. 아마도 두 번째 뜻에서 넓어진 말이리라. 똔똔이라도 하면서 사는 인생, 그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루 ☞ 양장본의 등이 둥글게 되어 있는 걸 본 적 있을 거다. 그 둥근 부분을 마루라고 부른다. 일어사전에서 마루(まる)를 찾으면 바로 한자 ‘알 환(丸)’이란 글자가 뜬다. 뜻은 물론 둥글다는 거다. 일본의 국기를 히노마루(日も丸)라고 부르지 않나? 참, 책등을 그렇게 둥글게 하는 이유는 이렇다. 먼저 책을 여닫기 편하게 하기 위해, 그리고 책등이 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책등이 휘지 않아야 책이 오랫동안 안 망가진다. 제본소에서 책의 등을 둥글게 마는 기계를 마루미다시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마루도 그 마루다. 우리말로는 둥근 등 정도면 어떨까? 마루미다시를 원형 가공기라고 부르자는 얘기도 있다.
미까에시 ☞ 미카에시(みかえし), 즉 見返し(견반し)은 책의 면지를 말한다. 요즘은 거의 면지라고 부르니까, 굳이 이 말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단, 우등생이 되려면 알아서 나쁠 게 없겠지만.
미다시 ☞ 이건 출판뿐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많이 쓰는 말이다. ꡔ경향신문ꡕ 박대호 기자가 쓴 ꡔ기자가 쓴 기자 이야기ꡕ(부키 2003)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중견 기자는 기사를 쓸 때 항상 ‘미다시’를 생각한다. 제목이 나오지 않으면 일단 기사가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눈치를 챘겠지만, 미다시(み-だし, 見出し)는 표제 또는 표제어이다. 일본어 사전에는 그 외에도 목차나 색인을 뜻한다고 나와 있기도 하다. 편집할 때도 ‘미다시’란 말 자주 쓴다.
미스꾸리 ☞ 이건 동대문시장에서도 쓰는 말이다. 어떤 제품을 포장할 때 미스꾸리한다고 한다. 또 감방에 있는 사람들도 이 말을 쓴다. 그들은 묶인 묶음을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이 말은 니즈쿠리(にづくり), 즉 荷作り나 荷造り의 와전이라고 한다. 그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짐을 꾸림 또는 포장이라고 나와 있다. 우리말로는 ‘포장하다’ 혹은 ‘묶다’로 쓰면 되겠다. 니즈쿠리를 미스꾸리라고 말하는 건 사실 좀 창피한 짓이다.
미조 ☞ 미조는 홈이다. 양장으로 제본된 책의 표지와 등 사이에 표지가 잘 여닫힐 수 있도록 세로 홈이 나 있다. 그게 미조다. 미조(みぞ), 즉 溝(구)는 홈이다. 우리말로도 홈이라고 하면 된다.
베다 또는 뻬다 ☞ 인쇄할 때 망점으로 인쇄되지 않고 잉크가 통째로 묻은 부분이다. 즉 인쇄물의 농담이 100% 망점으로 인쇄된 것을 의미한다. 일테면, ‘베다를 먹으로 처리하라’는 말은 ‘바탕 면을 검은색으로 처리하라’는 말이다. 일어사전에서 베타(ベタ)를 찾아보면, ‘빈틈이 없음’ 또는 ‘온통’이라고 나온다. 우리말로는 민판 정도가 어떨까? 판 앞에 ‘꾸밈이나 딸린 게 없음’을 뜻하는 접두사 ‘민’을 붙여서 말이다.
베다스리 ☞ 위에서 베타(べた)란 걸 살펴봤는데, 베다스리란 말도 있다. 인쇄물에 완전히 잉크가 묻도록 하는 인쇄를 이른다. 베타스리(べたすり)라고 읽는 게 맞고 우리말로는 민인쇄라고 하면 좋겠다.
베라 ☞ 제지회사에서 나오는 종이는 둥그렇게 말린 화장지처럼 생겼다. 그건 윤전기 같은 걸 사용하는 대규모 인쇄에서 쓴다. 단행본 인쇄에서는 주로 낱장으로 인쇄를 한다. 베라(べら)는 낱장이나 매엽지(枚葉紙) 또는 낱장으로 된 인쇄물을 의미한다. 영어의 ‘sheet’에 해당하는 거다. 낱장이 딱 좋다.
비니루바리 ☞ 표지 같은 데 얇은 플라스틱 필름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코팅’이 이거다. 영어로는 ‘비닐 라미네이팅’(vinyl laminating)라고 부르고, 일어로는 비니루바리(ビニル貼り)라고 한다. 필름 입히기라고 부르자는 의견도 있고 이미 굳어진 채 사용하는 라미네이팅으로 하자는 사람도 있다. 난 후자 쪽이다. 그리고 여기서 팁 하나. 책 표지에 얇은 필름을 입히는 걸 부를 때 코팅이라고 해야 옳을까, 아니면 라미네이팅이라고 해야 옳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필름을 입히는 건 라미네이팅이라고 해야 한다. 코팅은 얇은 필름을 입히는 게 아니라 화학약품을 직접 뿌리는 걸 말하는 거다. 여성지의 화장품광고나 속옷광고 지면을 보면 무척 반짝거리는 걸 볼 수 있다. 이건 그런 효과를 내는 안료(顔料)를 직접 뿌린 거다. 즉 코팅한 거다. 요즘엔 단행본 표지에서도 UV코팅 같은 걸 하기도 한다.
사시꼬미 ☞ 책 사이에 엽서나 다른 광고물을 끼워 넣는 공정이나 그 광고물을 이른다. 사시코미(さしこみ), 즉 差し込み는 찔러 넣는 거나 플러그 같은 걸 말한다. 사이 넣기가 적당하다.
사양 ☞ “오늘 소개해드리는 이 컴퓨터의 사양은 이렇습니다. 시피유는 어쩌고 저쩌고~” 홈쇼핑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사양도 원래 우리말에는 없는 거다. 일본 말에서 온 건데, 시요(しよう, 仕樣)의 한자를 그냥 우리 식으로 읽은 거다. 일을 하는 방법, 도리 등을 뜻하는 단어란다. 사전에도 설명, 설명서, 품목 따위로 바꿔 쓰라고 권한다.
세네카 ☞ 사람이나 동물뿐 아니라 제목 등이 적힌 부분도 등이라고 부른다. 일어사전에서 세나카(せなか), 즉 背中(배중)을 찾아보면, 등, 뒷면, 표리관계 등으로 나와 있다. 우리는 ‘등’으로 쓰면 된다. 참고로 세하바(せはば), 즉 背巾(배건)는 등두께 혹은 등폭이라고 하면 된다. 그러니까 세나카를 세네카로 부르는 것은 위에서 얘기한 대로 니즈쿠리를 미스꾸리로 부르는 짓과 같다.
소부 ☞ 소부는 인쇄할 때 네거티브필름이나 포지티브필름을 놓고 빛을 쬐어 화상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실제 인쇄 바로 직전 과정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터 잡기를 통해 얻은 필름 원판으로 실제 인쇄기에 걸 인쇄판을 만드는 일이다. 일본 말로는 야키쓰케(やきつけ), 즉 燒付け다. 그런데 燒付け에서 燒付를 그냥 우리 식으로 읽어버린 거다. 燒付가 소부니까. 재미있지 않은가? 어떤 사람들은 소부야끼라고 부르기도 한다. 야끼? 야끼만두가 생각난다. 야키(やき)가 곧 燒き니까. 우리말로는 빛쬠이나 노광이라고 하자는데, 좀 어색하다. 뭐가 좋을까?
스리지 ☞ 여기서 스리는 위의 교정스리나 베다스리에 나온 그 스리(すり, 刷り)다. 그리고 지(紙)는 물론 종이다. 일하다 보면, “스리지 나왔니?”란 말 종종 듣는다. 이건 색교정을 낸, 즉 교정스리를 낸 종이가 나왔느냐는 소리다.
시아게 ☞ 끝손질이나 작업의 마무리를 뜻하는 말인데, 마무리 재단을 일컫는다. 시아게(しあげ), 즉 仕上げ(사상げ)도 그런 뜻이다. 끝손질이나 마무리 재단 정도면 좋을 듯. 어릴 적 어머니가 뜨개질을 하실 때 마무리하는 작은 바늘을 시아게 바늘이라고 한 게 생각난다.
시오리 또는 서오리 ☞ 읽던 곳을 찾기 쉽도록 책장 사이에 끼워 두는 종이오리, 즉 서표(書標)를 일본 말로는 시오리(しおり)라고 부른다. 가름끈, 보기끈, 서표, 서오리, 보기끈, 갈피끈 등. 서오리는 서(書)에 ‘しおり’의 ‘오리(おり)’가 합쳐진 것 같다. 물론 서(書)에 ‘가느다란 가닥’을 의미하는 우리말 오리가 합쳐진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말 관행으로 봤을 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시와 ☞ 종이에 생긴 주름을 시와라고 부른다. 일본 말로 주름을 시와(しわ), 즉 皺(추)라고 부른다. 皺는 주름 추 자다. 주름은 인쇄할 때, 접지할 때, 종이를 한 권 분량으로 모으는 장합 때 등 여러 공정에서 발생한다.
싸바리 ☞ 양장본에서 합지에 달라붙은 표지가 있는데, 그 표지는 싸바리한 것이라고 말한다. 싸바리는 표지를 안으로 싸 넣고 면지를 다시 붙이는 공정을 일컫는다. 그 속표지를 자세히 보면, 위의 정의처럼 되어 있다. 팬시상품 같은 데에서도 싸바리라는 용어는 두루 쓰인다. 싸바리는 과연 어디서 온 말일까? 내 추측인데 이렇다. ‘싸다’란 동사의 어간 ‘싸’에 인쇄 쪽에서 흔히 쓰는 ‘~바리(ばり, 貼り)’가 붙은 것이다. 고바리나 비니루바리 같은 데서 쓰는 ‘~바리’ 말이다. 그러나 내 추측은 틀렸음이 밝혀졌다. 나중에 전문가한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싸바리’가 아니라 ‘싸발이’가 맞단다. 싸서 바르다는 뜻이란다.
쓰가미혼 ☞ 책이 제대로 인쇄되었는지를 알기 위해 인쇄가 끝나면 완성된 형태로 책을 묶어 확인한다. 이때 견본으로 묶는 책을 쓰카미혼(つかみほん), 즉 束見本(속견본)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본보기책, 견본책으로 부르면 된다. 견본이란 단어도 일본에서 온 것이겠지만 말이다.
아다마 ☞ 아타마(あたま)는 머리[頭]다. 물건의 꼭대기를 일컫기도 한다. 이쪽에서는 제본할 때 본문을 모아 재단한 세 면 중 위쪽을 이른다. 또는 책 위쪽의 여백을 가리키기도 한다. 덴(てん)이라고도 부르는데, 이건 天(천)이다. 우리말로는 윗마구리, 윗여백, 머리 정도가 좋다.
아미 ☞ 아미(あみ)는 그물 망(網). 스크린 촬영(망 촬영)할 때 크고 작은 점으로 표현하는데, 그때의 점을 말하는 거다. 요즘에는 컴퓨터 출력장치에서 글자나 그림을 만드는 점을 말하기도 한다. 음영(陰影) 정도가 어떨까?
아지노 ☞ 책을 제본할 때는 본문과 표지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몇몇 방법을 쓴다. 실이나 철사로 묶거나 접착제를 붙이는 방법이 그거다. 아지로(あじろ)는 뒤의 방법을 말하는 거다. 본문을 순서대로 접은 다음, 책등에 붙을 부분에 얇은 톱으로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그 구멍과 등 부분에 접착제를 붙이는 거다. 톱질을 하는 건 물론 표면적을 넓게 해서 접착제를 많이 묻히려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책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あじろ는 어살, 즉 물고기를 잡기 위해 하천 여울에 둘러친 살[矢]이나 대나무 같은 걸로 엮은 돗자리 같은 걸 뜻한다. 아지로란 말은 거기서 온 것 같다. 우리말로 어살매기라고 부르자는데, 어살[魚矢]을 독음한 것이므로 사실 그게 그거지만, 그거라도 써야 할 성싶다. 단 아지노로 쓰진 말자. 아지로다.
오도시 ☞ 재단할 때 나오는 자투리종이나 자투리종이를 자르는 걸 말한다. 그러니까 자투리종이 혹은 자투리종이 자르기라고 부르면 된다. 오토시(おとし)에는 떨어뜨림, 함정, 끝맺음 등의 뜻이 있다.
오리꼬미 ☞ 제본할 때, 인쇄된 종이를 면수가 제대로 되게 접는 걸 말한다. 오리코미(おりこみ), 즉 折りみ는 신문 같은 데 광고지 같은 걸 접어서 끼워 넣는 걸 말한다. 신문업계에서 전파된 말인 것 같다. 그냥 접지 정도로 하면 되겠다. 광고지 같은 걸 집어넣는 건 이쪽에선 사시코미(さしこみ)라고 부른다.
오비지 ☞ 제본소에서 책이 완성되면 물론 납품을 해야 한다. 당연히 납품할 때는 책을 몇십 권씩 묶어야 한다. 그게 편하니까. 요즘에는 주로 두꺼운 합지를 묶음의 위아래에 대고 묶는다. 그러나 아직도 누런색 종이를 사용해 묶음을 두르는 경우도 있다. 이때 두르는 종이를 오비지라고 부른다. 사전에도 오비(おび), 즉 帶(대)는 띠로 나와 있다. 일본 옷에서 허리에 두르는 띠. 이렇게 나와 있다. 어떤 이 중에는 오비지를 특정한 종이이름, 즉 누런 띠지를 일컫는 말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 종이 이름은 따로 있다. 시멘트 부대 등에 쓰이는 종이인데, 그 종이는 크라프트지(kraft paper)라고 부른다. 크라프트펄프를 이용해 만든 종이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오시 ☞ 오시(おし), 즉 押し(압し)는 누름 또는 누르는 물건, 밀다 등을 뜻한다. 이쪽에서는 물건을 담는 상자 같은 데의 겹치는 부분에 주는 누름자국을 말한다. 아주 두꺼운 종이로 표지를 만들 때에도 접히는 부분에 이 누름자국을 줘야 한다. 그래야 접히니까. 또 양장본의 재킷에도 이 작업은 필수적이다. 그래야 생산성이 높아지니까 말이다. 당구용어 중에서 끌어치기를 의미하는 히끼(ひき, 引き)란 일본 말이 있는데, 그 말의 반대말이 바로 이 오시(おし, 押し)다. 흰 공이 빨간 공을 때린 후, 다시 앞으로 나가는 기술을 말한다. 물론 우리말로는 밀어치기라고 해야 한다.
와꾸 ☞ 이건 건설업계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와쿠(わく)는 콘크리트 공사 등에서 쓰는 거푸집이나 테두리를 뜻한다. 안경테도 메가네노와쿠(めがねのわく)라고 부른다. 인쇄소나 제본소에서도 쓰지만, 편집할 때도 이 말 간혹 쓴다. 본문에 들어가는 표를 부르기도 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때에 따라서 틀, 표, 맥락 등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요꼬메 ☞ 이건 가로결이다. 요코메(よこめ), 즉 횡목(橫目)이란 소리다. 가로결이 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세로결의 반대니까 말이다. 세로결이 뭔지 모르겠다면, 위의 다떼메를 읽어보라. 그럼 요코구미(よこぐみ), 즉 橫組み는 뭘까? 당연히 가로짜기다.
우라 ☞ 우라(うら), 즉 裏(리)는 뒤나 뒷면, 반대, 안 등의 뜻을 가진 말이다. 이쪽에서는 인쇄물의 뒷면을 이렇게 부른다. 그러니까 뒷면 정도로 하면 된다. 당구를 칠 때, 우라마시라는 게 있다. 정확한 말은 우라마와시(うらまわし, 裏回し)이고, 여기서 우라가 바로 이 우라다. 물론 그것도 뒤로 돌려치기가 맞는 말이다.
조아이 ☞ 제본소에서 인쇄된 종이를 접은 후, 접힌 종이를 페이지 순으로 모아 한 권 분량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접장모음, 접지모음이라고 한다. 실제 제본소에서는 장합(張合) 또는 정합(丁合)이라고 한다. 정합 역시 소부처럼 그냥 읽어버린 거다. 일본 말로 丁合(ちょうあい)이니까.
찌라시 ☞ 이 말은 출판 쪽에서만 쓰는 게 아니니까 뜻은 알 거다. 치라시(ちらし), 즉 散らし는 흩뜨림 또는 삐라라는 뜻이다. 삐라라는 말도 정감 있지만, 전단 정도가 괜찮을 듯하다.
카바 또는 자켓 ☞ 양장본을 보면, 속표지 말고 완성된 책 위에 다시 표지를 하나 덮어씌운 경우가 있다. 그 덮어씌운 표지를 재킷이라고 부른다. 영어의 book jacket을 일본사람들은 ‘쟈껫또(ジャケット)’로 불렀다. 그네들 외래어발음법이 그러니까. 이게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와 무척 많은 사람들이 쟈켓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카바’라고 부르는데, 이 역시 cover의 일본어식 발음인 カバ을 본뜬 것이리라. 재킷을 제외한 표지를 커버로 부르는 경우는 있어도 재킷이 있는 경우에는 둘을 구분해 부르곤 한다. 즉 두꺼운 합지에 풀로 붙인 표지를 커버라고 하는 반면, 그 위에 다시 덧씌운 표지는 재킷이라고 부른다. 요컨대 재킷이나 겉표지 정도로 불러야 할 듯하다.
하리꼬미 ☞ 하리코미(張り込み). 낱장의 필름을 레이아웃 기준에 맞춰 커다란 대지필름에 붙이는 일을 말한다. 즉 제판용 원판을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터 잡기란 용어로 어느 정도 정리된 듯하다.
하모노 또는 코모노 ☞ 광고지나 엽서 등 책자도 아니고 모양도 일정하지 않은 인쇄물을 하모노 또는 고모노라고 한다. 하모노(はもの), 즉 端物(단물)은 전부 갖추어지지 않은 것 또는 모자라는 것을 이른다. 또 고모노(こもの), 즉 小物(소물)은 자질구레한 도구를 말한다. 우리말로 잡물(雜物) 정도면 될 것 같다.
하시라 ☞ 하시라(はしら)는 책의 면주(面註)다. 면주가 뭔가? 책에서 각 면의 위나 아래 또는 본문 바깥쪽에 넣는 절이나 장의 제목, 면수 등을 이르는 말이다. 일어사전에도 기둥 주(柱) 자로 나와 있다.
혼가께 ☞ 혼가케(ほんがけ), 즉 本掛け(본괘け)는 인쇄용어다. 인쇄할 때, 앞판과 뒤판을 따로 제판해서 인쇄하는 방법이다. 앞판을 먼저 인쇄하고, 뒷면에는 뒤판을 인쇄하는 거다. 그냥 접으면 되니까 말이다. 우리말로는 따로걸이라고 부른다.
혼스리 ☞ 인쇄판을 인쇄기에 붙인 다음, 색맞춤과 가늠맞춤 등의 준비작업을 한다. 이 과정을 포함해 인쇄물이 제대로 나왔는지를 살피는 것을 인쇄교정이라고 한다. 인쇄교정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본인쇄에 들어가는데, 이를 혼스리(本刷り, ほんすり)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말로 본인쇄라고 부르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