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의 조각상/Song Within a Song
원 곡보다 뛰어난 리메이크
Enits
2009. 9. 28. 21:48
현실은 잡담 블로그일지라도 곡 하나 띡 걸어 놓는 음악 (재생) 블로그가 아닌 리뷰 블로그를 표방하려 했지만, 아침에 유튜브에서 애니멀즈를 검색하다 우연히 들은 이 곡에 '그래, 가끔은 음악 블로그'도 해 보지, 뭐'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
<머나먼 정글>의 영향 때문인지 롤링스톤즈의 곡 중에서 최고로 꼽는 곡은 아무래도 Paint It Black이다. 전주에 나오는 시타르의 기묘한 분위기나 키스 리차드의 덜거덕거리는 기타 연주도 최고이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믹 재거의 샤우팅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하지만 에릭 버든의 커버를 듣고서 그는 에릭 버든 앞에서는 아직 덜 여문 풋내기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둘은 별로 나이 차가 별로 안 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여전히 믹 재거를 높이치는 사람도 있을 게다.)
비오는 날 유리창을 긁듯 고막을 긁어 대는 바이얼린의 거친 소리가 웬일인지 짜증스럽게 들리지 않았다. (뭐 프로그레시브쪽에서는 이런 연주 종종 듣는다. ) 그리고 이어지는 블루스 필 가득한 록 밴드의 합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몽롱한 기운이 내 주변을 감싸 흐른다. 한 대 맞은 것 마냥 기분이 멍해졌을 때 슬며시 나오는 에릭 버든의 마치 무당 같은 보컬. 롤링스톤즈보다 한층 복잡한 애니멀즈의 연주는 굿판의 자바라와 북 소리 같다. 아 바이얼린도 밴드 멤버가 연주했군. 이 모든 게 뒤섞이니 그렇다면 이들의 연주는 하나의 굿판?
순간 애니멀즈가 원 곡이고 롤링스톤즈가 커버했나 싶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적어도 리메이크하려면 원 곡보다 나아야 하는 것 아닌가? 리메이크를 한다면 롤링스톤즈와 믹 재거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에릭 버든과 애니멀즈는 원 곡의 아우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당시만 해도) 롤링스톤즈보다 더 잘나간다는 자존심을 이 곡으로 증명했다.
사실 이 곡은 1967년 작 <Wind of Change>에 수록된 게 스튜디오 버전이 아니라 1968년 공개된 <Roadrunners>에 실린 스톡홀름 라이브 실황인데, 앨범을 사서 들어보니 라이브에 비해 무척 심심하다. 짧기도 하거니와 보컬이 왠지 맥아리가 좀 없는 느낌이 난다. 그리고 고막을 긁어 대는 바이얼린 연주는 없다 보면 된다. 이쯤 되면 믹 재거의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국내 어느 음반 몰에도 들어온 적 없는 <Roadrunners>를 아마존에서 주문해야 할까 싶다.
<머나먼 정글>의 영향 때문인지 롤링스톤즈의 곡 중에서 최고로 꼽는 곡은 아무래도 Paint It Black이다. 전주에 나오는 시타르의 기묘한 분위기나 키스 리차드의 덜거덕거리는 기타 연주도 최고이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믹 재거의 샤우팅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하지만 에릭 버든의 커버를 듣고서 그는 에릭 버든 앞에서는 아직 덜 여문 풋내기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둘은 별로 나이 차가 별로 안 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여전히 믹 재거를 높이치는 사람도 있을 게다.)
비오는 날 유리창을 긁듯 고막을 긁어 대는 바이얼린의 거친 소리가 웬일인지 짜증스럽게 들리지 않았다. (뭐 프로그레시브쪽에서는 이런 연주 종종 듣는다. ) 그리고 이어지는 블루스 필 가득한 록 밴드의 합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몽롱한 기운이 내 주변을 감싸 흐른다. 한 대 맞은 것 마냥 기분이 멍해졌을 때 슬며시 나오는 에릭 버든의 마치 무당 같은 보컬. 롤링스톤즈보다 한층 복잡한 애니멀즈의 연주는 굿판의 자바라와 북 소리 같다. 아 바이얼린도 밴드 멤버가 연주했군. 이 모든 게 뒤섞이니 그렇다면 이들의 연주는 하나의 굿판?
순간 애니멀즈가 원 곡이고 롤링스톤즈가 커버했나 싶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적어도 리메이크하려면 원 곡보다 나아야 하는 것 아닌가? 리메이크를 한다면 롤링스톤즈와 믹 재거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에릭 버든과 애니멀즈는 원 곡의 아우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당시만 해도) 롤링스톤즈보다 더 잘나간다는 자존심을 이 곡으로 증명했다.
사실 이 곡은 1967년 작 <Wind of Change>에 수록된 게 스튜디오 버전이 아니라 1968년 공개된 <Roadrunners>에 실린 스톡홀름 라이브 실황인데, 앨범을 사서 들어보니 라이브에 비해 무척 심심하다. 짧기도 하거니와 보컬이 왠지 맥아리가 좀 없는 느낌이 난다. 그리고 고막을 긁어 대는 바이얼린 연주는 없다 보면 된다. 이쯤 되면 믹 재거의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국내 어느 음반 몰에도 들어온 적 없는 <Roadrunners>를 아마존에서 주문해야 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