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킹 크림슨의 <Red> 앨범은 명반으로 꼽을 수는 없을지는 몰라도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는 명곡 'Starless'를 수록하고 있다. 처연한 또는 음침한 느낌의 멜로트론 음 위에서 담담한 듯하면서도 미칠 듯한 괴로움을 노래하는 존 웨튼의 목소리는 노래를 명곡으로 들어올리게 하는 지렛대였다. (사실 이 곡이 명곡으로 등극하게 하는 절대 요인은 중반부부터 시작되는 약빤 듯한 즉흥 연주이긴 하다.)

킹 크림슨 2기와 U.K., Asia의 주역 그리고 수많은 세션과 컬래보레이션 활동으로 프로그레시브 록 팬이라면 능히 아는 이름이지만, 딱 거기까지. 프로그레시브 록이 쇠퇴하면서 그저 그런 뮤지션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인생곡을 꼽자 하면 Starless와 U.K.의 Rendezvous 6:02, Asia의 Heat Of Moment 정도. 베이스 기타라고 하는 잘 티나지 않는 악기 때문인지 베이시스트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한 뮤지션이지만 보컬리스트로서만 각인된다. 암투병에 따른 그의 죽음만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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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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