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으면서 식당에서 나오는 모 드라마를 보는 순간 갑자기 소환된 기억... 속초공항...

해외여행 경험이 배 타고 규슈 간 것밖에 없는지라 비행기 탄 것은 제주도 두 번 간 것밖에 없는데, 사실 하나 더 있다. 속초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편도로 비행기를 탄 것.

속초공항이야 2002년에 폐쇄된지라 그런 공항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텐데, 공항이 태백산맥과 동해 바다 사이 골짜기에 있는지라  워낙 작고 위험하고 안개도 잘 껴 결항률이 역시 폐쇄된 목포공항과 쌍벽을 이루는 그런 공항이었다.

이등병 시절 실제 근무지는 해안가였지만 대대 본부는 바로 속초공항 옆에 있던지라 휴가자는 대대 본부에 신고하고서 옆집에서 비행기 타고 집에 가는 게 당시 부대원들의 로망이었다. "뱅기 타고 집에 가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물론 실질적으로 운행하는 노선은 김포-속초뿐이어서 수도권 사람들에게 한정되는 일이었지만, 함께 휴가 나온 사람들에 이끌려 100일 휴가 때는 비행기를 타 버렸다.

소요 시간은 30분이나 되나? 정말 이륙하고선 공중에서 잠깐 있다가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너무 찰라여서 기내 서비스가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복귀 시는 물론 이후 휴가에는 이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군인은 할인된다지만 요금도 만만치 않았고, 김포공항도 서울 서쪽에 쏠려 있어 지하철5호선을 이용한다 해도 여러 모로 불편했기 때문.

그리고 전역 2년 후 공항은 폐쇄. 이제는 사라진 공항이 되었고, 사라진 기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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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헨 옹도 인정했다시피 아무리 오리지널이라고 해도 Hallelujah는 솔직히 제프 버클리의 커버가 더 낫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오리지널로...
옛날 뮤지션들만 좋아하다 보니  툭 하면 부고를 접한다. 올드 뮤직 애호가의 비애....

RIP Leonard Cohen

https://www.youtube.com/watch?v=ttEMYvp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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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과 최성원의 관계는 비틀즈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관계와 얼추 비슷하다. 그리고 정말 친하면서도 허구헌날 싸워 대던 둘을 그래도 달래 주고 화해시키고 놀아 주고 한 사람은 두 밴드의 드러머인 주찬권과 링고 스타였다. 그럼 조지는? 내 나름 허성욱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허성욱에 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게 없다.
재결성하면서 톱밴드2에 나간다느니 바람을 넣고 놀러와에서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던 들국화는 결국 주찬권의 죽음으로 다시 산화해 버렸다. 전인권과 최성원이 다투더라도 그들을 이어 줄 사람은 이제 없기 때문이다.

들국화가 재결성하기 전에 귀국해 솔로 앨범까지 냈던 원년 멤버 조덕환이 재결성에 끼이지 않았던 것은 의외였으나 그 무렵 조덕환은 집안 문제 때문에 미국으로 간 게 아니라 들국화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봤다. '세계로 가는 기차',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축복합니다' 같은 명곡을 쓰긴 했지만 다른 멤버에 비해 노래도 별로고 기타도 못 쳤다는 이유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조덕환의 자리는 첫 앨범에서 세션을 했던 최구희와 손진태의 몫이었고 조덕환의 자리는 이내 잊혔다.
그런 점에서 조덕환의 포지션은 비틀즈 데뷔 직전에 방출당한 피트 베스트의 위치가 아닌가 한다.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던 어머니 빽으로 비틀즈 멤버라고까지 평가받던, 쫓아내고 싶어도 명분이 부족해 프로듀서인 조지 마틴의 성에 안 찬다는 명목 아래 쫓겨난 드러머 피트 베스트 말이다. 비틀즈의 앤솔로지 앨범이 히트하면서 실연자 저작권료만으로도 그때까지 평생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나중에서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그래도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고 평가받는 피트 베스트와 달리 조덕환에 대한 평과 반응은 '뭐 그랬어' 정도에 불과한 듯하다.

오늘 조덕환이 암 투병 끝에 작고했다고 한다. 나라가 개판이어도 가신 분은 고이 모셔야 한다. 그게 산 자의 도리, 팬의 의무다.

RIP 조덕환 1953-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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