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시사인에서 '2009년 인문·사회출판 지형도는?라는 기사로 일 년간 출간될 인문학 /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전망해 보더니, 올해에는 교수신문에서 '2010년 출간예정 학술서, 트렌드를 읽는다'라는 기사로 2010년의 인문학 /사회과학 서적 출간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전혀 관심 없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나와라 나와라 주문을 외울 책도 몇 권 있다. 그리고 사정상 작년에 나온다고 해 놓고 못 나온 책도 있고, 과연 저 출판사에서 저 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책도 든다. 작년 출판사들, 특히 저 책들을 내놓겠다 하는 출판사들의 매출 실적이 밑 모를 정도로 추락하는 이 판국에 저 책들을 내놓겠다는 것은 가오를 중시하는 곤조 내지는, 빈곤한 한국 인문학/사회과학 출판 시장에 대한 적선이라 생각될 정도이다.

교수신문에 나온 책을 발간 예정 시기별로 재정리해 봤다. 교수신문 기사에서는 출판사별로 정리[각주:1]되어 있는데 그것보다는 발간 시기로 보는 게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편집해 봤다. 리스트를 구경하는 값이라 생각하련다.



  1. 교수신문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에는 좀 더 많은 출판사와 출간 예정작이 기재되어 있다. [본문으로]
  2. 2009년 12월에 기출간 [본문으로]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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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반야 님의 글과 그 전의 댓글에 대해 보충과 해명을 위해 쓴 글이지만, 이북과 디지털 콘텐츠에 관한 기본적인 제 생각을 담았습니다. 일단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아 깁니다. 하지만 스압에는 스압으로! 입니다. ^^;

1.
똑똑샘의 어중간함은 출판 업계와 IT 업계, 정확히는 이북/디지털 콘텐츠 업계 사이의 간극 사이에서 나온 절충안입니다. 애당초 절충은 어정쩡합니다. 이 솔루션은 콘텐츠를 만드는 출판사도 전자펜을 만드는 IT업체도 아닌 PDF 솔루션 업체에서 고안한 것입니다. 사실 PDF 자체가 어정쩡하죠. 문서를 디지털화했지만 양쪽 다 속하는 듯하면서도 속하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출판업계에 발을 디밀고 있는 이  PDF 업체는 정밀한 스케치 도구로밖에 쓰이지 않던 전자펜을 이용해 멀티미디어 파일을 구동하는 초보적인 디지털 교과서를 고안했습니다. 정부의 디지털 교과서 사업이 잘 진행됐으면 이것은 아마 저렴한 비용 이외에는 장점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학생에게 태블릿PC는커녕 넷북조차 공급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출판업계가 등돌리고 있는 마당에 IT업체가 디지털 교과서만을 위한 별다른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이것은 그 나름의 돌파구를 찾은 것입니다.

2.
출판업체와 IT업체가 반목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북토피아의 파산입니다. 한국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여기서 터진 것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컨텐츠를 다루는 관점이 두 업체 간에 너무 달랐죠. "10년 전의 음반기획사/제작사"와 다를 바 없는 출판계의 정저지와성 시각을 탓하기에는 종이 책에서 텍스트만 긁으면 이북이 될 거라고 생각한 이북 업체 역시 개구리이긴 매한가지였습니다. 저작권 문제, 수익 정산 문제, 결제 문제, 디바이스 문제 등 숱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에도 둘 다 안이하게 대처했고, 결론은 북토피아의 파산이었습니다. 그 후로 출판계에서는 이북을 백안시하고, 이북 업체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놈들 어디 두고 보자 식으로 일관하고 있죠. 누군가를 이 간극을 좁혀야 할 텐데 별로 하려는 사람 없습니다. 출판계는 더 심합니다. 최근에 책을 낸 모 출판사의 사장조차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언급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신국판이든 사륙배판이든 그 틀 안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못하죠. 출판에 대해서 한목소리하는 이런 이도 이런 마당에 말단 편집자들이 뭔 생각을 하겠습니까? 저조차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게 6개월이 안 됩니다. 강의를 들으며 고민을 시작한 찰라에 저 어정쩡한 솔루션을 접하고선 그나마 생각이 한 발짝이라도 나간 것이죠.

3.
사실 할 만한 이야기는 다 했지만 조금도 끼적거려 봅니다. 마하반야 님과 제가 공유하는 지점은 디바이스 중심의 관점을 피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서로 자리 하는 위치가 달라 발생하는 다소 사소한 차이를 빼놓고 한 가지를 더 말해 보면 플랫폼의 통일, 그리고 저작권의 보호입니다. 디바이스는 표준화할 필요가 없다치더라도 플랫폼은 통일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통일까지는 아니어도 여타의 포맷을 어느 디바이스에서나 가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종이 책은 문서의 코덱스라는 동일한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구입만 하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죠. 디바이스는 마하반야 님의 말처럼 태블릿피시로 하든 이북 리더로 하든 하물며 휴대 전화로 하든 자기 능력껏 편한 대로 하면 될 듯합니다. (물론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쓰는 것은 능력껏 구비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콘텐츠는 어느 디바이스에서 구동이 되어야겠죠. 컬러와 흑백은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어느 장치에서나 읽을 만한 가독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미지도 차이나지 않게 보여야 합니다. 여기에 멀티미디어 파일도 동일하게 재생되어야겟지요. 뭐 이런 부분은 마하반야 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리라 생각합니다.

4.
저작권 보호도 마찬가지일 수 있으나 그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비교할 만한 게 음반 업계일 텐데 디지털 음원의 판매 수익의 배분을 볼 때 출판사 입장에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서점 공급가와 비교할 때 음반 내지는 음원 공급가는 터무니없이 낮죠. 또한 동일하게 무한 복제가 가능해 공급가를 상당히 낮출 수 있는 음반과 그렇지 못한 서적을 비교하기도 어렵고요. 북토피아 파산의 실제 문제는 이러한 수익 배분에서 양자가 전혀 합의하지 못했다는 게 결정적입니다. 서적이라는 규정된 형태가 아닌 하나의 콘텐츠로 본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봅니다. 한때 시 한 편을 디지털 음원처럼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야기가 거론되었는데 들은 지 2년이 넘도록 하나 진전되는 게 없습니다. 아예 이야기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비슷한 문제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5.
음반 또는 디지털 음원이 언급되어서 한마디 보탭니다. 종이 책과 음반을 비슷하게 보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음반, 정확히는 시디와 디지털 음원은 동일하게 복제가 가능합니다. 덕분에 무단 복제가 판을 쳐 시장을 망가뜨렸죠. 이것은 음악을 이진수 기호의 집합으로 보는 관점이죠. 종이 책에 실린 텍스트와 이미지 이것 역시 이진수 기호의 집합으로 변환이 가능하고 재생산과 무한 복제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종이 책에 실린 것과 이북에 실린 것은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질과 장정, 레이아웃과 타이포그라피가 결합된 것입니다. 물론 이것들 역시 얼마든지 이진수 기호의 집합으로 재현 가능하지만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합니다만, 이는 곧 어떤 디바이스든 그것이 가지고 있는 디스플레이에 걸려 버립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종이 신문은 망하는 지경에 처했지만, 신문의 넓은 조판은 여전히 유용합니다. 개개의 기사를 볼 때에는 인터넷에서 브라우저로 보든 이북 리더로 보든 아무 상관 없습니다. 텍스트의 나열로 구성된 소설 역시 마찬가지이겠죠. 하지만 그런 기사의 집합체로서 신문은 너른 판면에 일정하게 배열된 형태로 보아야 정보의 결합과 재구성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영향력은 쇠퇴하기도 하고 하이퍼링크라는 새로운 재구성에 뒤쳐져 있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게 개개 정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것이 구성되는 방식에게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편집이겠죠. 제가 예전에 지적했던 것 중 하나가 종이책을 그대로 스캔해 또는 텍스트만 긁어서 이북용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설사 이미지를 추가한다고 해도 새로운 레이아웃과 타이포그라피 등이 요구되는데, 이거 하는 사람이 국내에는 없습니다. 업체는 필요성도 못 느끼고 이쪽의 비전도 없습니다.

6.
"전자책의 시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 동감합니다. 일종의 시대정신 같은 거겠죠. 이런 마당에 하루 속히 변화를 모색하고 선도하는 출판사가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해 한숨만 나옵니다.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인 출판사가 이토록 만만디 하는 것에는 종이에 대한 여전한 수요를 기대해 보기 때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업무 특성상 종이의 사용량이 많습니다. 그런데 들고 다니며 보기 때문이 아닙니다. 워드나 스프레드시트로 문서 하나를 만들어도 출력해서 보지 않으면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피벗이 되는 모니터로 돌려 보는 사람도 있고, 무조건 출력부터 해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종이가 주는 높은 가독성은 이북이 아직은 따라잡기 힘든 모양새입니다. 추천해 주신 동영상을 볼 때 결국은 스크롤을 해야 내용을 보는 장면에 눈길이 멈추더군요. 디스플레이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으니 결국은 손으로 밀고 당기고 해야 하나 봅니다. 뭐 익숙해지면 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것은 이북 리더의 분발이 필요한 지점일 겁니다. 그리고 종이가 외려 덜 환경파괴적일 수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하이브리드 카를 내놓으면서 친환경적이라 떠드니 누군가 한마디 하더군요. "거기 쓰는 배터리는 지구상에서 완전 분해가 불가능하다." 어느 기기를 막론하고 배터리 이거 참 흉물입니다. 오래 쓰지도 못하는 것이 분해는 불가능합니다. 종이는 잘 태우면 완전연소라도 가능하죠. 물론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겠지만, 공장 짓는다 농장/사육장 짓는다고 황폐화시키는 숲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좀 쪼잔한 지적이긴 하지만, 현대인이 간과하는 부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짧게 이야기한다는 게 꼬치꼬치 시비를 가르는 것 마냥 변해 버렸군요. 이 분야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다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마하반야 님 덕에 정리를 해 보네요. 물론 이게 정리한 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저 생각을 늘어놓은 것뿐이죠. 마하반야 님께 감사합니다. 사실 디바이스 중심의 사고를 경계하는 아이티 업계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문제 지적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며 이것에 기초해 생각해 볼 단초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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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에서 나온 <리얼 아틀라스 리얼 월드>라는 책이 있다. '지도, 통계를 만나다'라는 부제답게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세계지도를 '조작'해 보여 준다. 가령 인구 통계를 바탕으로 하면 우리가 흔히 보는 세계지도와 달리 중국과 인도가 드립다 커진다. 기계 수출량 통계를 바탕으로 하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가 된다. 이런 식이다. 똑같은 세계지도가 통계에 따라 변하는 아주 일관된 패턴이 지루하기도 하지만, 이따금씩 들춰 보는 맛이 있는 책이다. 특히 나처럼 지도에 환장한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볼 만한 이 책의 머리말을 보다가 이맛살이 찌뿌려졌다. "마케도니아의 독립하기 전 유고슬라비아"이라는 문구인데 이 단어에는 아주 친절하게 원문이 적혀 있다. 'the Former Yogoslav of Macedonia'.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역도 이런 오역이 다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전공과 상관없는 전문 번역자의 작품이다. 편집자도 모르고 패스해 버린 듯.

엠블 시절 '알아봤자 사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시덥잖은 이야기 #1'이라는 글을 올린 적 있다. 그 글은 바로 the Former Yogoslav of Macedonia에 관한 내용인데, 요약하면 이것은 '구 유고슬라비아(였던)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 번역해야 한다. 과거형인 '마케도니아의 독립하기 전 유고슬라비아'과는 아주 다른 현재형의 말이다. 자세한 내막은 링크된 글을 참조하면 될 것이고, 중요한 것은 오역도 오역 같지 않은 게 나왔다는 것인데... 거참.

책에 홈페이지 주소도 공개돼 점잖게(라고 하지만 공개적으로 망신 좀 주려고)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오역을 지적하려 했더니. 거참.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디자인하우스 브랜드 사이트'라는 셀렉트바에는 단행본 출판부의 사이트 따위는 없다. 기껏 있는 게 '디자인하우스 북스'라고 영어로 된 배너인데, 이것을 클릭하면 당사의 쇼핑몰 가운데 책 부분과 연결된다. 그냥 단행본 출판부의 게시판 같은 게 없기만 했으면 그러려니 넘어가려 했다. 게시판은커녕 홈페이지도 없는 출판사가 한가득인데 그런 것으로 태클걸기엔 사람이 좀 쪼잔해 보인다. 그런데 쇼핑몰과 연결시키는 행태가 좀 짜증났다. 아니, 부아가 치밀었다. 소통을 원하는 이에게 책 팔 생각을 하다니. 홈페이지를 뒤져 보니 편집장(친하지는 않지만 사실 아는 사람이다)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별자리가 어떻고 하는 자기 소개는 있는데 독자와 소통할 공간은 없다. 양심이 있는 것인지 의례적인 것인지 이메일 주소는 있지만, 그쪽으로는 따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을 썼다. 꼬우면 오역하지 말던가. 나 또한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기가 만든 책이 어디인가에서 씹히면 기분 참 나쁘다. 그리고 TTB리뷰와 링크시키려다 애초에 내가 설정한 블로그 원칙과 위배되는 관계로 그냥 글만 올린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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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출판사 편집장이 자기 블로그에 최근 출판가 불황에 대해 자기 회사의 방침에 대해 포스트를 올렸다. "지금보다 생산량(출간 종수)을 두 배로 늘려서, 원활한 자금회전을 도모"하자는 게 회의 결과의 논지인데, 그 편집장은 그것에 대해 "회의를 통해 얻어진 것이라기보다는 회사에서 우리 부서에 내린 오더에 가깝다"라고 말한다. 책의 만듦새나 마케팅 전략을 종종 까던 출판사인데 아예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한마디로 사장에 대해 '이뭐병'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집 없는 사람이 많으니 집을 많이 지어야겠네'라는 말도 이렇게까지 비현실적이지 않다. (대부분 실용서와 자기계발서겠지만) 팔릴 만한 책만 골라 내겠다는 말이 차라리 낫다 싶다. 책을 고르고 만들고 팔면서 영혼을 괴롭힐지라도 기약도 대가도 없이 야근과 특근을 잔뜩 쳐 바른 막장의 길로는 안 이끌 수 있으니.

사장의 독단적 결정이 아닐지라도, 편집장이 악의적으로 왜곡해 포스팅했다 해도, 공급량을 늘려 금융과 시장을 활성하겠다는 그 어떤 정책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80여 년 전에 공급이 수요를 이끈다는 세이의 법칙은 무용지물이 됐다. 무용지물을 다시 되살리려 했던 레이거노믹스도 파산했고, 그마저도 다시 되살리려 한 신자유주의는 지금의 경제 불황의 근원이 됐다. 왜 이토록 반복되는 기본적인 패턴을 자꾸 망각하는가?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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