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볼 효과 - 8점
제임스 버크 지음, 장석봉 옮김/바다출판사

도끼장이의 선물 - 8점
제임스 버크 외/세종서적

화이부동님께서 제임스 버크의 <핀볼효과>를 사셨다는 말에 마침 요즘 읽고 있는 책인지라 한마디 거들었다. 흥미로운 책이다. 마치 핀볼게임기 안의 공이 여러 가지 트랩과 스틱의 조종에 따라 조합되는 여러 가지 우연성에 의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듯, 인류 문명 특히 근대의 물질문명 역시 수많은 사건의 발생과 사물의 발견/발명으로 만들어지는 우연성의 카오스 안에서 그것들이 상호연관되며 발전해 왔다고 말한다.
저자 제임스 버크는 그러한 사소함에서 기인하는 문명의 발달과정을 '나비효과'와 비슷하면서 다른, 말하자면 영화 <수면의 과학>에서 스테판이 주창하는 평행적-동시적-임의적parallel-synchronous-random한 사건이 상호연관되는 '핀볼효과'라는 말로 설명한다. 예컨데 파마기술의 발명으로 인해 붕사가 필요했고 이는 캘리포니아 금광 발견의 원인이 되고... 뭐 이런 식으로 하면서 뜬금없이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점프하면서 나아가 정기우편선이 도입된 역사적 사건을 끄집어 내는 식이다. 사무실에서 한 장씩 틈틈히 읽고 있는데, 너무 자주 점프하는 바람에 맥락을 놓치기도 하지만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 제임스 버크는 <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로 한국에 소개됐다고 한다. K씨도 지성사가 중요하다면서 이 책을 추천하곤 했는데, 품절된 지 오래이고, 헌책방에서도 도무지 발굴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제임스 버크가 로버트 온스타인과 함께 쓴 <도끼장이의 선물>라는 책을 우연히 한 인터넷 개인 헌책방에서 발견해 냈다 샀는데, 이 책 또한 제임스 버크의 손길을 탄 책인지라 매우 흥미롭다. 이 책은 우선 인류사 전반에 대한 문명 발전의 궤적을 따라가며 통사적으로 기술한다. 책 뒤편에 적힌 소개글을 옮겨 본다.
 
<도끼장이의 선물>은 지금과 같은 문명세계를 주는 대신 우리의 의식을 빼앗아 간 사람들(도끼장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사장, 천문학자, 인쇄업자, 추기경, 기술자, 과학자 등으로 대표되는 그들은, 최초로 숲속에서 돌을 쪼아 도구로 사용하던 도끼장이로부터 오늘날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는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에 걸친 발견과 혁신을 통해서 우리에게 수많은 문명의 이기라는 도구를 선사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양날을 가진 선물이었다. 편리함과 함께 '인류 파멸'을 가져왔넌 것이다. 이렇게 인류가 인식하지 못한 채 파멸로 치닫는 여행을 계속했던 이유는, 새로운 도구들이 정신을 잃게 하는 매력과 전문성, 그리고 내밀함을 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도구 발달을 통한 혁신과 그에 따른 인간의 두뇌 발달이라는 상호관계가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켜 왔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사고방식을 만들어 왔는지를, 뛰어난 상상력과 치밀한 논리성, 그리고 인류역사와 서양문명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낸다. <도끼장이의 선물>은 한 세기를 마감하는 중대한 시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인류의 현안 문제와 그 해결방안을 희망적으로 모색한다.
 
 
'도끼장이axmaker'라는 개념부터 흥미롭다. 책의 부제인 '양날을 가진 인류문화의 역사'에서 보이듯, 도끼장이가 가진 도끼는 발전과 파멸이라고 하는 양날을 가진 문명을 말하며, 도끼장이는 이러한 문명을 일구어 낸 사람이자 이용하고 전파하는 사람으로, 도끼를 바탕으로 인류를 지배하는 집단을 일컫는다. 예컨데 현생인류에게 최초로 기술로 나타난 도끼 제조, 문자의 발명, 논리학의 성립, 신학을 통한 신앙의 권력화, 인쇄술을 통한 언어권 통합, 신대륙 발견으로 인하 세계질서의 재편 같은 일련의 문명발전과 그로 인한 파장의 명암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가장 재미있던 부분은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활자를 통한 인쇄술이다. 이전까지 책은 오로지 필사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게다가 라틴어로만 쓰였기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손 쉽게 책을 만들 수 있게 되자 각종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게 됐고, 이는 또한 라틴어가 아닌 자국의 지배적인 언어로 쓰이면서, 프랑스는 파리, 영국은 런던, 이탈리아는 토스카나 지역의 방언이 국어로 채택돼 그곳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영토국가의 성립을 예견했다. 또한 문자화된 라틴어를 통해 유럽세계를 지배하던 가톨릭교회는 반대급부로 급속도로 세력이 약화됐고, 그것은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한 달만에 전 유럽을 떠돌 정도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또한 루터가 성서를 독일어 번역하면서 결정적으로 가톨릭교회의 권위는 급속도로 약화됐다. 반면 대중은 자국어로 손 쉽게 성서를 비롯한 각종 서적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특정 소수에 집중됐던 권력을 나누어 가질 수 있게 됐으며, 이를 강화하고 또는 재지배하기 위해 대중교육이 나타나게 됐다. 인쇄업자라고 하는 도끼장이는 대중에게 자유로운 지성을 선물했으나 또한 중세세계의 몰락을 앞당기기도 했다.
 
두 권 다 절반쯤 읽었는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사뭇 궁금하다. 덕분에 수업과 세미나에 제출할 페이퍼 작성을 못하고 있다. 이런... ㅋㅋ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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