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 6점
남경태 지음/들녘(코기토)
 

관념론, 노동, 담론, 리비도, 무의식, 변증법, 신자유주의, 오리엔탈리즘, 절대정신, 차이, 콤플렉스, 트라우마, 패러다임, 헤게모니. 논술을 공부하다 보면 생소한 개념이 제시문에 자주 나와 곤란에 처하곤 한다. 더욱이 종종 말은 들어본 것 같은데, 정작 그 개념의 정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몰라 논술문에서 개념어를 사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기 마련이다. 무엇을 써야 할까? 그런데 그 뜻은 뭐지?
《개념어 사전》은 오랫동안 인문학 책을 쓰고 옮겨 온 저자가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오가는 일련의 ‘개념어’를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비록 ‘사전’이라는 이름을 취했지만, 여느 사전처럼 객관적으로 딱딱하게 구성되지 않고, 정반대로 저자의 개인적 관점에 바탕을 두고 용어 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하나의 개념은 그 개념에 딸린 여러 가지 속성들의 요약이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라는 개념에는 자본주의가 형성되고 발전하고 변형되어 온 과정, 경제제도로서 가지는 여러 가지 특성 등이 요약되어 있다”라며, 개념어는 사전적인 ‘정의’를 기술하는 게 아니라 개념과 이론의 상호작용 또는 그 관계에 대해 통찰하도록 전반적인 ‘이미지’를 그려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개념어 사전》은 압축된 분량 안에 인문․사회과학의 주요개념들의 ‘이미지'를 그려 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논술참고서나 인문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라고 신간소개를 했지만 약간 사기치는 구석이 보인다. 뭐 받지도 않고 사기쳐 주려니 좀 아깝다. 사고 난 다음에 이벤트가 떠 손해 보는 느낌도 드는데. ^^;
 
~사전이라는 말에 일단 혹해 인터넷서점에서 책 소개를 보니 괜찮다 싶어 낼름 샀다. 일단 판형도 작고 글도 개념어 단위로 쪼개져 있어 출퇴근 시간에 짧게 짧게 읽기 좋다.
 
저자 스스로 사전적 정의가 아닌 개념 간의 상호관계를 통찰한 이미지를 보이려 했다는 점에서 개념어와 개념어는 링크되어 있으며, 개념에 대해서는 기본적 정의와 다른 이론/개념과의 연관관계, 개인의 가치관 등이 적절하게 버무러져 있다. 물론 그런 점에서 이론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학제적 체계도 없고 개념들과 그 관계의 맥락을 조망하는 통찰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등,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하지만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혹은 그 경계에 존재하는 개념어들에 대해 너무 쉽게 설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렵게 파고들지도 않아 개념을 바탕으로 궤적을 따라 가며 세상과 혹은 책과 접속하려 시도하는 데는 그만인 책이 아닐까 한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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