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직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근무 조건은 도서구입지원비 지급이다. 일정 한도 안에서 도서 구입비의 60%를 지원해 준다. 몇 가지 제한 조건이 있긴 하지만, 책값의 40%만 더 지출하면 책을 꽤 많이 살 수 있다. 입사 초기 팀장은 이것을 설명하면서 자기는 읽든 안 읽든 한도액을 꽉 채워 산다고 했다. 책 지름질을 좋아하는 나로서 마다할 리가 있나? 1월부터 지금까지 한도액을 꽉꽉 채워서 때로는 1-2천 원 정도 초과하면서 책을 사들이고 있다. 물론 지원비가 나온다 하지만 엄연히 40% 만큼의 비용은 지출해야 하는 만큼 아내는 도끼눈을 뜨지만 아내의 책까지 일정 정도 지원비로 사면서 입막음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왠지 이 한도를 안 채우면 손해 볼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다 언제까지 지금 회사를 다닐지 모르지만 서가를 채울 수 있을 때 팍팍 채워 놔야 나중에 놀아야만 할 때 덜 괴로울 듯싶다. ^^;
사는 건 둘째치고 이 책을 다 읽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한 달 내내 꼬박 읽어도 감당하기 힘든 양을 매달 사들이는 통에 사실 만화책을 제외하곤 책은 그저 꼽아 두는 용도로 쓰는 건 사실이다. 특히 알라딘에서 중고샵을 개장하면서 초반에 중고의 특성상 한정 상품이라는 데 혹해 마구잡이로 사들이기도 해 더 문제이다. 이 속도로 가다간 내년에 이사를 가야 할 때 이삿짐센터 사람들로부터 한소리 들을 하지만, 재작년 비로소 처음으로 떠돌이 생활을 정리하기까지 그동안 언제라도 거처를 옮길 수 있도록 가능하면 짐을 주려야 했는데다 학비와 생활비를 근근이 조달하느라 책 한 번 제대로 못 사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책은 살 수 있을 때 사 놔야만 할 듯하다. 하지만 원칙은 필요한 법. 에세이 류처럼 한번 툭 읽고 마는 책은 가급적 제외하고 인류사의 고전이나 개념 정리 사전 같은 두고두고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 그리고 일단 꽂아 두면 집안의 품격을 높이는 가오 지향의 책을 주로 사려 한다. 물론 그것은 바람일 뿐 쉽지 않은 일이다.
아내는 책을 사면 서평이라도 쓰라 하는데, 앞서 말했듯 서평을 쓰기는커녕 제대로 읽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매달 두세 편 정도는 꼬박꼬박 서평을 쓰려 노력한다. 비록 쓰지 못하더라도 읽으려 노력하지만, 펴 보기만 하고 끝내 읽지 않은 책이 무척 많다. 그래도 그렇게 책으로 채워져 가는 서가를 보면 위는 굶주려 있어도 배가 부른 듯한 느낌도 든다. 그리고 가뜩이나 출판가 불황이라는 말이 많은데 책 만드는 사람,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사 줘야 하지 않나 싶다. 게다가 3개월 된 아이도 나 닮아 책이 좋은지 거처인 안방보다 책 먼지 가득한 서재방을 더 좋아한다. 그런 아들을 볼 때마다 흐뭇하고 대견하다. 아마도 점점 내가 읽는 책보다 아이가 읽을 책이 많아지리라. 그리고 아이가 제법 크면 나랑 서로 자기 책을 사겠다고 싸우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거기에 아내도 한몫 거들겠지. 생각만 해도 흐믓하다.
2008년에 산 책 목록
1월(16권-2권 되팖) 커피
십자군 이야기 1, 2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책과 세계 -> 소유분 실종으로 재구매
@
도시의 창, 고급호텔 -> 챕터 서너 개 읽고 알라딘에 되팖.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 카리스마, 브랜드 네이밍 -> 업무용 구입 도서
핫도그를 먹을까 핫덕을 먹을까 외래어 표기법 -> 업무용 구입 도서
3초 안에 반응이 오는 카피라이팅 -> 업무용 구입 도서
현대문자생활 백서 우리말 맞춤법.띄어쓰기 -> 업무용 구입 도서
한국 철학 스케치 1, 2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아내 소유
@ 퀘스트 -> 헐값에 사서 구매가보다 비싸게 알라딘에 되팖.
그리스 비극 - 에우리피데스 편 -> 아내 소유
개념어 해석
2월(14권)
중세의 가을
치즈와 구더기
레제르 1, 2
기독교의 교파 - 그 형성과 분열의 역사
The Left 1848-2000
문화과학의 논리 -> 아내 소유
헤겔예술철학 -> 아내 소유
삼국전투기 1
열린책들 편집매뉴얼 -> 업무용 구입 도서
[중고]인간 없는 세상
[중고]애덤 스미스 구하기
[중고]거의 모든 것의 역사
[중고]자본론 1 -상
3월(14권)
[중고]자본론 1 -하
[중고]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중고]현대 문학.문화 비평 용어사전
[중고]정훈이의 내 멋대로 시네마
서준식 옥중서한 1971-1988
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3-1, 3-2
정치적인 것의 귀환 -> 아내 소유
조선의 문화공간 1, 2
건방진 우리말 달인 -> 업무용 구입 도서
삼국전투기 2
[중고]세기말 비엔나
4월(17권)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아내 소유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 아내 소유
트래블홀릭-남유럽편 -> 아내 소유
세상의 모든 철학 -> 수업 교재
서양의 지적 전통
[중고]학교계급과 재생산
[중고]루트와 코드
[중고]온가족이 함께 읽는 신약성서
[중고]고양이대학살
The Art Book
필름 속을 걷다
삼국전투기 3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 출산/육아
삐뽀삐뽀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 출산/육아
[중고]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중고]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
[중고]지식의 최전선
5월(21권)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서구 정치사상 고전 읽기
대한민국 선거이야기
사랑의 기술 -> 아내 소유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
세계 신화 이야기
[중고]역사스페셜 1~7권 세트
[중고]현대 자본주의의 유형
[중고]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
[중고]21세기의 동양철학
중세의 형성 -> 아내 소유
로마공화정 -> 아내 소유
[중고]습지생태보고서
닥쳐라 세계화
정훈이의 뒹굴뒹굴 안방극장
6월(21권)
불한당들의 세계사 -> 아내 소유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
켈트 이야기
[중고]다산 정약용
[중고]테이레시아스의 역사
[중고]신들의 전성시대 -> 소유분 분실로 재구매
[중고]경제학의 향연
수사학 -> 아내 소유
유리피데스에게
흰기러기 -> 업무상 구입했다 개인 구입으로 전환
땡땡의 모험 3부 8권 세트
[중고]가톨릭교회
[중고]기득권자와 아웃사이더
[중고]당신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1
7월(17권)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에티오피아 대장정
이데올로기 -> 소유분 분실로 재구매
이즘 - 철학 정치편
콩고에 간 땡땡
픽션들 -> 아내 소유
환경은 세계사를 어떻게 바꿨는가
그리스 비극의 이해
삼국전투기 4
아틀라스 한국사
왼손과 오른손 -> 아내 소유
UFO학 인류학과의 조우
도마 위에 오른 밥상
장미의 이름 읽기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 출산/육아
[중고]도자기
종교, 지도로 본 세계 종교의 역사
8월(11권)
지나간 미래 -> 아내 소유
알렘 -> 아내 소유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미국에 간 땡땡
시베리아 횡단열차
[중고]서양 미술사 1
한자왕국 -> 아내 소유
고전영화본색
아름다운 바다
서양사 개념어 사전
한국근현대사사전
9월(14권) 위대한 영화 1, 2권 세트 인간 칼잡이들의 이야기 -> 아내 소유 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사전 베네치아의 전설 변화하는 세계의 아틀라스 사랑의 이미지 -> 아내 소유 푸른 연꽃 내 별자리의 비밀언어 20 대한민국 식객요리 춘하추동 봄, 여름, 겨울, 가을 세트
10월(20권)
셰익스피어의 기억 -> 아내 소유
러시아 미술사 -> 아내 소유
발견 : 하늘에서 본 지구 366
사마르칸트의 황금궁전
발견 : 하늘에서 본 지구 366 일곱 개의 수정구슬
추리소설의 세계
특급추리여행
본격 제2차세계대전 1권
GM(General Manager) 1차전
삐뽀삐뽀 119 이유식 -> 출산/육아 [중고]사나운 새벽 2, 3, 4 [중고]국가와 사회혁명 [중고]프랑스 혁명에서 빠리 꼼뮨까지 [중고]당신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2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황금 집게발 달린 게
미의 역사
11월(4권)
매그넘 매그넘 공산당 선언 -> 에릭 홉스봄 모던에디션 서문 게재된 절판본 사상의학 바로 알기 자연의 빈자리
12월(12권) 세상을 바꾼 사진 철학하는 예술 -> 아내 소유 여성예술가 -> 아내 소유 애욕전선 이상없다 2 아이가 나를 미치게 할 때 -> 출산/육아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 스페인어 급하신 분을 위한 표현백서 -> 아내 소유 독이 되는 부모 -> 출산/육아 닥터 고의 우리 아이 명품 건강법 -> 출산/육아 가톨릭에 관한 상식 사전 경이로운 생명 (특별보급판) 브루넬레스키의 돔 -> 아내 소유
합계를 내 보니 171권을 샀고 그중 2권은 되팔았으니 결과적으로 169권을 산 셈이다. 참 징그럽게도 많이 샀다. 서가가 대번에 포화 상태에 이르었다. 그런데 이중 만화책을 빼면 한 30권쯤 읽었을까? 아니 20권 정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