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는 본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초등학교 이후로는 책을 즐겨 읽지 않았다. 그러나 난 지금 책 만드는
일을 한다. 그것도 매달 한 권씩. 흔히 생각되는 일간지 혹은 주간지 기자와 달리 월간지 기자는 Reporter라는 말 대신
Editor라는 말을 쓴다. 자기가 직접 쓰기보다는 남의 글을 편집하는 일이 더 많다. 그렇게 나는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단행본을 만드는 일을 할지는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점점 더 책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닥
벗어 날 생각이 없다는 것 또한 깨닫고 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나는 책과 친해져야 할 사명을 부여받는다. 아니 받고 있다. 그리고 받았다. 아직 블로거
친구분들에 비하면 택도 없는 독서량이지만 한계독서량의 곡선은 덜 가파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독서량이 늘고 있다. 물론
독서량보다는 구매량이 더 높은 수치로 높아지는 게 문제라면 문제. 그래도 슬슬 독서량이 늘면서 이전에는 없던 책 읽는 즐거음을
조금씩 맛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은 역설적으로 고민을 주고 있느니 바로 점점 좁아지는 방이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짐(짐이라고 해
봐야 옷가지를 제외하면 책과 시디다)을 한데 모으니 책장 하나가 필요해 주문했다. 그러나 생각 외로 책장은 금세 거의 가득찼고
조만간 포화상태를 넘어 겹쳐 꽂아야 할 듯. 책장이야 하나 더 사면 된다. 문제는 책장 하나 더 들어올 때마다 좁아지는 방이다.
원래 혼자 살 생각으로 얻었던 집을 처음 생각과 달리 친구랑 동거하기로 했으니 내 짐을 둘 공간은 결국 내 방밖에는 없다. 막상
짐을 들여다 놓으니 좁아 침대를 포기해야 했는데, 책장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내 방이 좁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친구 보고 들어오지 말라곤 할 수 없는 법. 뭐, 그냥 좁으면 좁은 대로 살다가 친구가 먼저
나가거나 아니면 계약기간을 1년을 채우고 다른 데로 이사 가는 방법밖에 없다. 책장을 좀 더 내다보고 넓은 것으로 사야 할까,
아니면 덜 좁아 보이는 좁은 것으로 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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