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라딘에 중고샵이 개장된 후 2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현재까지 알라딘과 개별 구매자에게 책 16권을 팔았고, 8권의 책과
11장의 음반을 구입했다. (그중 한 권은 대폭 할인가에 충동적으로 사서 한번 들춰 보고 실망했는데 구매가보다 비싼 가격에
알라딘에 되팔았다.^^;) 어짜피 읽지 않은 채 서가만 차지하고 있는 책을 필요한 사람에게 팔고, 내가 원하는 책이나 음반을
비록 신품은 아니더라도 싼값에 그리고 안정성 높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좋게 보이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고
거래, 특히 온라인 서점에서 이루어지는 중고 거래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제가 많다.
중고란 물품은 싸게 살 수
있는 반면, 수량이 극히 한정돼 구매욕을 높이기 마련이다. 이제껏 중고 음반을 향뮤직이나 피그피쉬에서 중고로 구입했으나, 중고
책은 이따금 헌책방을 들러 무작위로 살 만한 책을 사거나, 필요하나 절판된 책을 온라인에서 뒤지는 정도로밖에 이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중고샵을 여니 중고 음반을 살 때와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이를테면 중독이다. 희소성 때문에 관심 가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 있는 품목을 검색하고,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배송비 여부 때문에 해당 판매자의 다른 책을 들여다 보고,
살까 말까 고민하다 차일피일 미루면 누가 먼저 채 가고, 그러면 괜히 내 것을 빼앗긴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진다. 그리고 조바심만
생겨 사지 않아도 될 책에 욕심이 생겨 일단 지르고 보는 반복적인 패턴이 일어난다. 덕분에 월 도서구매액의 절반 가까이 중고 책
사는 데 소비했다. 에휴...
중고로 나오는 책을 보면 대부분 베스트셀러였던 자기계발서나 실용서 그리고 문학이다.
아무래도 휙 한번 들춰 보고 던져 버리는 책이 다시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꼴이다. 모든 책을 서가에 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그러한 쉽고 읽고 쉽게 버려지는 패턴은 조금 안쓰럽다. 그리고 왜곡된 베스트셀러 위주의 시장 구조도 한눈에
보인다. 잘하면 쓸 데 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베스트셀러 진영의 재구조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조금 요원해 보인다.
또한 그동안 어린이책에는 아직 관심이 없어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가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하다 알게 된 것인데, 중고로 나오는
품목에는 어린이책의 비중이 은근히 높다는 것이다. 성인 책과 달리 쉽게 읽히고 쉽게 관심에서 멀어지는(아이는 쑥쑥 자란다)
어린이책을 무작정 보관하기보다는 내놓게 되는 게 아무래도 인지상정일 듯싶다. 어린이책 시장이 과포화된 상태에서 이런 중고 물품이
대량으로 나온다면, 이 나라 출판 시장의 한 근간인 어린이책 분야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특히나 이제껏 내가
거쳐 온 데는 대부분 어린이책으로 먹고사는데 말이다. 게다가 출판사나, 저자, 번역자가 자기가 공들여 만든 책이 중고책에서
거래되는 모습을 본다면 속이 뒤집어질 게다.
아내와 이야기하다가 조금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알라딘이라는
인터넷서점에서 중고샵을 운영한다는 것은 광화문 교보문고의 한켠에 헌책방을 들인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물론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다르니 이런 비교는 억측이라 해도, 세계 최대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도 중고샵을 운영한다고 따지면 나로서는 더 할 말은
없다. 다만 그 모양새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기고 때로는 안쓰럽다는 것이다.
싸고 편하고 안전하게 책이나
음반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은 분명 알라딘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하지만, 점점 중고샵을 빤질나게 드나들면서 점점 부정적
모습을 보게 된다. 당분간 구매는 줄이겠지만 언제든 중고샵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캐는 내 모습은 익숙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