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엠블에 Hayden의 Bass Song을 포스팅하면서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에 애비로드[각주:1] 창가에 앉아 담배 반 갑을 연거푸 피우며 잭다니엘 서너 잔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듯한 느낌이라 한 적이 있다. 이에 사람들은 여름에 들었다면 죽여 줬을 것 같다거나 맥주 한 잔 당긴다고 응수했다. 느낌이야 어쨌든 주관적인 것이니까 옳고 그름은 없지만 이 생경한 반응이 좀 묘했다.

아무튼 그 곡에 반해 버린 나머지 수록된 헤이든의 네 번째 앨범 Skyscraper National Park를 사려 했으나 좀체 구할 수 없었고, 다만 그 전작인 The Closer I Get를 구할 수 있었다. 동명의 타이틀 곡은 Bass Song이 전해 준 묵직한 맛에 비하면 딱히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소 무게감 없고 심심했다. 덕분에 손이 잘 안 간 채로 가끔 먼지나 털어 주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다 Skyscraper National Park를 드디어 구할 수 있었고, 덤으로 The Closer I Get도 복습을. 음악이라는 게 귀를 타기도 하고 시일을 타기도 하는지라 다시 들으니 꽤나 괜찮았다. Hayden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앨범을 차지하는 두 장을 듣고 나니 그의 다른 앨범도 궁금해졌다. 하지만 알라딘이 요상스레 Hayden을 Franz Joseph Haydn, 즉 하이든의 작품으로 등록[각주:2]해 버린지라 앨범 찾기도 참 ㅈㄹ 같다가 겨우 그들의 오래전에 품절된 두 번째와 다섯 번째 앨범을 중고로 구매할 수 있었다. 

먼저 순서대로 두 번째 앨범 Everything I Long For를 들었다. 위키피디어에도 헤이든의 장르를 어쿠스틱 락으로 분류하던데, 딱 그런 느낌. In September에서처럼 줄이 끊어져라 기타를 후려치면서 걸걸하게 외쳐대는 그의 목소리는 커트 코베인의 느낌을 지닌 닐 영을 오버랩하게 하지만 거기에는 묘하게 톰 웨이츠와 레너드 코헨의 느낌이 버무려져 있다. 대체로 멜로디가 예쁘게 뽑아져 나와 있지 않아 당장 또 듣고 싶은 마음을 일구지는 못했지만, We Don't Mind나 Tragedy 같은 어둑축축한 곡 덕택에 조만간 다시 또 들어봐야지 하는 숙제 같은 느낌만 남겨 버리는 기묘한 앨범. 다섯 번째 앨범인 Elk-Lake Serenade는 앨범 제목부터 전작을 연상케 하고 정서도 많이 비슷하다. 초반부는 초기의 격정 때로는 절망에 찬 이글거림은 휘발되어 버리고 애잔함, 먹먹함, 피곤함이 역시나 늦가을 낙엽 밟는 느낌을 전해 준다. 전형적인 방구석 음악. 첫 곡 Wide Eyes는 아예 톰 웨이츠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중반부에는 Hollywood Ending 같은 경쾌한 업템포 곡도 다수 배치되어 있지만, 뭐 발라드 가수의 앨범에 이따금 들어 있는 댄시블한 곡 정도. 무엇보다 이 앨범의 정수는 두 번째 앨범에서도 그랬다시피 짧디짧은 소품 위주로 구성된 앨범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11분 54초의 대곡 Looking Back To Me[각주:3].

hayden으로 검색하면 결과는 대부분 미드 주인공 헤이든 파네티어나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헤이든 크리스텐센으로 나올 만큼 인지도는 바닥 수준이다. 뭐 장재인을 비주류라고 하는 나라에서 캐나다 출신의 포크 지향의 뮤지션을 곡을 몇 사람이나 듣겠나. 첫 번째 앨범을 자주 제작인 듯하여 그렇다치더라도 최근 앨범 두 종은 주요 음반몰에 리스트업도 안 되고 다른 앨범도 중고를 찾아야 겨우 들을 수 있는 것을 보면 갑갑하다. 이런 암울한 시디 시장을 보면 차라리 디지털 음원 시장이 답인 듯하지만 달빛요정만루홈런의 비극을 보면 그래도 시디가 뮤지션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더 많겠지 싶다.



  1. 주인이 바뀌면서 맛탱이 갔다가 지금은 아예 사라져 버린 극동방송국 옆에 있던 뮤직바. 여기 창가에서 클럽 골목의 야밤 천태망상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본문으로]
  2. Hayden으로 검색하면 Charlie Haden이 나오는 건 그나마 발음이라도 같으니까 양호. [본문으로]
  3. 앨범 끝자락의 대곡답게 실은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은 채로 3-4분 흘러간다. 그리고 유튜브에도 동영상이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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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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