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대를 가면서부터 소위 '민가', 민중가요를 들을 일도 부를 일도 그리 많지 않았다. 사실 민중가요는 듣는 음악이 아니라 부르는 노래이고, 그 노래를 부를 때에는 집회/시위 현장이나 술자리에서였던 만큼 부르던 노래는 다소 '센' 노래였다. 후배들은 세대가 그러하다 보니 그런 센 노래보다는 내 기준으로 말랑한, 서정성 짙은 노래[각주:1]를 좋아했지만, 내 기준으로는 그 노래들은 민중가요일지는 몰라도 '민가'는 아니었다.

복학생 시절에는 예전만큼 집회/시위에 나갈 일도 그리 많지 않았고, 때마침 유행(?)한 촛불집회에서는 일전에 부르던 민가를 부를 일이 거의 없었다.[각주:2] 그리고 직장 생활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부터는 아예 집회/시위에 나갈 일은 거의 없었으니 민중가요와는 그야말로 빠이빠이.


2.

불렀던 것과는 달리 '듣는' 음악으로서 민중가요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천지인'과 '노래마을'를 꼽을 수 있다. 노찾사, 안치환, 정태춘은 좀 애매... '천지인'은 아직 테이프를 가지고 있고, 더럽게 비싸긴 하지만 중고 시디를 수배할 수 있는 데 반해, '노래마을'은 시디는커녕 테이프도 좀체 구경을 할 수가 없다.[각주:3]

사정이 그러다 보니 듣는 음악으로서 또는 서정적인 민중가요로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한줌 햇볕이 될 수 있다면'을 듣기란 힘들다. 물론 피엘송 등을 통해 mp3파일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시디든 테이프든 실재하는 미디어로 들어야 음악 같은 내 관점에선 아쉽기 그지 없다.


3.

그러다 발견한 게 노래마을을 비롯해 노찾사, 정태춘, 안치환 등의 다소 서정적인 민중가요를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시대의 노래>이다. 솔직히 수록곡 면모를 보면 '우리 시대'라기보다는 '그 시대'이겠지만, 내가 그토록 찾던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한줌 햇볕이 될 수 있다면'이 수록되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었지만, 발견했을 때에는 그마저도 이미 품절 상태. 그 후 꽤 시간이 지나서 중고라도 겨우 구할 수 있었으니 다행.

노찾사의 '그날이 오면'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시디를 들으니 가물했던 옛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집시 판의 유일한 승리의 기억이었던 95년 가을에 정말 질리게 불렀고 그 후로도 꽤 불러 댔던 '오월의 노래', 민중의례 때마다 불렀던 '임을 위한 행진곡', 노동자 집회의 페이버릿 송 '철의 노동자', 진뱀형의 절규가 기억에 박혀 있는 '잠들지 않는 남도' 등 익숙한 노래가 이어진다. 의외의 발견은 정말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백두산'. 예전에는 지나치게 경쾌하다고, 감상적인 통일 타령은 별로다고 불러야 할 때 부르긴 해도 좋아하지 않았던 곡이었지만, 간만에 들어보니 무척 신선하다. 부를 때마다 함께하던 율동이 기억 날 리는 만무하지만...


4.

운동권이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지금은 더더욱 동떨어진 채 살고 있지만, 남들 보기에는 운동권 티 팔팔 나는 내 모습을 보건대 <우리시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더더욱 티 낼 것만 같다. 하지만 응4를 보면서 열광했듯이 <우리시대의 노래>는 술자리 뒷담화처럼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90년대를 기억하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이다. 물론 단절의[각주:4]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우리 시대'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민망하지만... 



덧.

'백만년'만의 블로그 포스팅. 계정도 휴면 상태였고, 웹서점의 서지 정보 가져오는 것도 까먹었다.

페북에 올릴까 하다가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블로그에 포스팅한다.

  1. 예를 들면 조국과청춘의 '우산'이라든가... [본문으로]
  2. '아침이슬'이 어찌 민중가요던가? [본문으로]
  3. 테이프는 아직도 개인 소장하는 사람이 있긴 할 테지만 1, 2집 시디는 발매나 되었나? [본문으로]
  4. 사실 한때 좋았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맥락의 '리즈시절'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게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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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엠블에 Hayden의 Bass Song을 포스팅하면서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에 애비로드[각주:1] 창가에 앉아 담배 반 갑을 연거푸 피우며 잭다니엘 서너 잔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듯한 느낌이라 한 적이 있다. 이에 사람들은 여름에 들었다면 죽여 줬을 것 같다거나 맥주 한 잔 당긴다고 응수했다. 느낌이야 어쨌든 주관적인 것이니까 옳고 그름은 없지만 이 생경한 반응이 좀 묘했다.

아무튼 그 곡에 반해 버린 나머지 수록된 헤이든의 네 번째 앨범 Skyscraper National Park를 사려 했으나 좀체 구할 수 없었고, 다만 그 전작인 The Closer I Get를 구할 수 있었다. 동명의 타이틀 곡은 Bass Song이 전해 준 묵직한 맛에 비하면 딱히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소 무게감 없고 심심했다. 덕분에 손이 잘 안 간 채로 가끔 먼지나 털어 주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다 Skyscraper National Park를 드디어 구할 수 있었고, 덤으로 The Closer I Get도 복습을. 음악이라는 게 귀를 타기도 하고 시일을 타기도 하는지라 다시 들으니 꽤나 괜찮았다. Hayden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앨범을 차지하는 두 장을 듣고 나니 그의 다른 앨범도 궁금해졌다. 하지만 알라딘이 요상스레 Hayden을 Franz Joseph Haydn, 즉 하이든의 작품으로 등록[각주:2]해 버린지라 앨범 찾기도 참 ㅈㄹ 같다가 겨우 그들의 오래전에 품절된 두 번째와 다섯 번째 앨범을 중고로 구매할 수 있었다. 

먼저 순서대로 두 번째 앨범 Everything I Long For를 들었다. 위키피디어에도 헤이든의 장르를 어쿠스틱 락으로 분류하던데, 딱 그런 느낌. In September에서처럼 줄이 끊어져라 기타를 후려치면서 걸걸하게 외쳐대는 그의 목소리는 커트 코베인의 느낌을 지닌 닐 영을 오버랩하게 하지만 거기에는 묘하게 톰 웨이츠와 레너드 코헨의 느낌이 버무려져 있다. 대체로 멜로디가 예쁘게 뽑아져 나와 있지 않아 당장 또 듣고 싶은 마음을 일구지는 못했지만, We Don't Mind나 Tragedy 같은 어둑축축한 곡 덕택에 조만간 다시 또 들어봐야지 하는 숙제 같은 느낌만 남겨 버리는 기묘한 앨범. 다섯 번째 앨범인 Elk-Lake Serenade는 앨범 제목부터 전작을 연상케 하고 정서도 많이 비슷하다. 초반부는 초기의 격정 때로는 절망에 찬 이글거림은 휘발되어 버리고 애잔함, 먹먹함, 피곤함이 역시나 늦가을 낙엽 밟는 느낌을 전해 준다. 전형적인 방구석 음악. 첫 곡 Wide Eyes는 아예 톰 웨이츠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중반부에는 Hollywood Ending 같은 경쾌한 업템포 곡도 다수 배치되어 있지만, 뭐 발라드 가수의 앨범에 이따금 들어 있는 댄시블한 곡 정도. 무엇보다 이 앨범의 정수는 두 번째 앨범에서도 그랬다시피 짧디짧은 소품 위주로 구성된 앨범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11분 54초의 대곡 Looking Back To Me[각주:3].

hayden으로 검색하면 결과는 대부분 미드 주인공 헤이든 파네티어나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헤이든 크리스텐센으로 나올 만큼 인지도는 바닥 수준이다. 뭐 장재인을 비주류라고 하는 나라에서 캐나다 출신의 포크 지향의 뮤지션을 곡을 몇 사람이나 듣겠나. 첫 번째 앨범을 자주 제작인 듯하여 그렇다치더라도 최근 앨범 두 종은 주요 음반몰에 리스트업도 안 되고 다른 앨범도 중고를 찾아야 겨우 들을 수 있는 것을 보면 갑갑하다. 이런 암울한 시디 시장을 보면 차라리 디지털 음원 시장이 답인 듯하지만 달빛요정만루홈런의 비극을 보면 그래도 시디가 뮤지션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더 많겠지 싶다.



  1. 주인이 바뀌면서 맛탱이 갔다가 지금은 아예 사라져 버린 극동방송국 옆에 있던 뮤직바. 여기 창가에서 클럽 골목의 야밤 천태망상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본문으로]
  2. Hayden으로 검색하면 Charlie Haden이 나오는 건 그나마 발음이라도 같으니까 양호. [본문으로]
  3. 앨범 끝자락의 대곡답게 실은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은 채로 3-4분 흘러간다. 그리고 유튜브에도 동영상이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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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3 HOURS TOO LONG  from Sonny Boy Williamson and The Yardbirds
2. OUT ON THE WATER COAST  from Sonny Boy Williamson and The Yardbirds
3. FIVE LONG YEARS  from Five Live Yardbirds
4. I AIN'T GOT YOU  from single
5. GOOD MORNING LITTLE SCHOOLGIRL  from single
6. LITTLE RED ROOSTER (REHEARSAL)  from The London Howlin' Wolf Sessions (no Yardbirds)
7. LITTLE RED ROOSTER from The London Howlin' Wolf Sessions (no Yardbirds)
8. HIGHWAY from The London Howlin' Wolf Sessions (no Yardbirds)
9. WANG-DANG-DOODLE from The London Howlin' Wolf Sessions (no Yardbirds)
10. I'M A MAN  from Five Live Yardbirds
11. THE TRAIN KEPT A ROLLING  from demo/alternate take of "The Nazz Are Blue"
12. JEEF'S BLUES  from demo/alternate take of "The Nazz Are Blue" without vocals
13. STEELED BLUES  from demo/alternate take of "The Nazz Are Blue"
14. NEW YORK CITY BLUES  from demo/alternate take of "The Nazz Are Blue"
15. IT'S A BLOODY LIFE  from Sonny Boy Williamson backed by Jimmy Page (no Yardbirds)
16. I SEE A MAN DOWNSTAIRD  from Sonny Boy Williamson backed by Jimmy Page (no Yardbirds)

Eric Clapton, Jeff Beck, Jimmy Page의 "Blue Eyed Blues"라는 앨범이 있다.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이들은 사실 Yardbirds라는 같은 밴드 출신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3대 기타리스트'로 묶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3대 기타리스트이 아니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기타 연주를 숱한 앨범에 선보였다. 잡설로 이 셋 중 누가 우위냐고 할 때 나는 제프 벡, 아내는 지미 페이지를 골랐는데, 막상 크림 시절 에릭 클랩튼의 연주를 들어 보면서 논쟁을 중단했다. 그렇다고 에릭 클랩튼이 끝판왕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저 논쟁만 안 할 뿐.
          
1992년에 'Charly Blues Masterworks' 시리즈의 일환으로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Blue Eyed Blues"는 세 기타리스트가 폼 잡고 나온 커버 이미지[각주:1]와 달리, 세 명이 실제로 협연한 앨범이 아니라 각자 따로 놀았던 야드버즈 시절의 곡을 모아 놓은 편집한 것이다.[각주:2] 앨범에 실린 곡도 셋에게 균일하게 배분된 것도 아닌, 에릭 클랩튼이 10곡, 제프 벡이 4곡, 지미 페이지가 2곡씩 연주한 것을 모아 놓은 앨범이다. 여기에 소니 보이 윌리엄슨과 협연한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백밴드로 연주한 곡을 비롯해, 공식적으로 에릭 클랩튼이 야드버즈를 탈퇴한 뒤에 하울링 울프의 라이브 앨범에 참여한 곡도 포함돼 있는 등, 야드버즈의 앨범이라 하기 민망하다. 그때문인지 위키피디어 야드버즈의 디스코그래피 항목에 이 앨범은 존재하지 않는다.

앨범 제목인 'Blue Eyed Blues'는 푸른 눈을 지닌 서구 백인의 블루스라는 뜻이다. 이것은 두 가지를 함축하는데, 하나는 For Your Love 같은 대중적으로 히트한 곡이 아니라 블루스 곡을 담았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흑인들의 음악인 블루스를 백인들이 재현했다는 점이다. 미시시피 강 하류에 살던 흑인들의 음악 블루스는 미국 전역에 퍼진 것으로 모자라 바다 건너 영국에 전해졌고, 로큰롤과 함께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로큰롤 밴드로 알고 있는 롤링스톤즈도, 프로그레시브 밴드의 거장 핑크 플로이드도 모두 블루스 밴드로 시작했을 만큼 음악 좀 해 보겠다는 영국의 젊은이들은 꽤 블루스를 연주했고, 그중 하나가 야드버즈이다. 물론 성공에 목 마른 나머지 대중에 영합하는 곡을 연주하거나 사이키델릭 음악이나 하드록으로 변화해 갔지만, 블루스는 록 음악 자체의 뿌리였다. 오죽하면 팝이 아니라 블루스를 하고 싶다고 에릭 클랩튼은 야드버즈를 뛰쳐나갔고, 제프 벡은 여러 가지 실험을 했을까? 그리고 지미 페이지는 모두 떠난 밴드에 홀로 남아 결국 레드 제플린을 만들었다.

재차 말하면 이 앨범은 에릭 클랩튼, 제프 벡, 지미 페이지가 야드버즈라는 이름으로 백인들의 블루스를 시도한 몇몇 곡을 모아 놓은 앨범이다.미국 블루스의 거장 소니 보이 윌리엄슨이나 하울링 울프의 곡이 주를 이루다 보니 역설적으로 오리지널 블루스에 더 가까운 연주를 들려 준다. 거기에 밴드 곡도 아직은 일렉트릭 기타가 왕왕 울어대는 축축한 블루스가 아닌 오리지널 블루스의 냄새가 풍기는 끈적한 블루스가 당대 유행하던 로큰롤이 뒤섞인 어중띤 모습(이게 리듬 앤 블루스인가?)으로 흘러나온다. 좋게 말하면 로큰롤으로 변모해 가는 블루스라고나 할까. 그 때문에 이 세 기타리스트의 야드버즈 이후 시절의 록 음악을 생각했다간 앨범 집어던지기 십상이다. 아무튼 미국 흑인의 전유물인 블루스가 어떻게 바다 건너 백인들에게 전해졌는지, 그 중간 과정을 대강 알 수 있게 하는 자료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먹었는지 이런 블루스 음악도 이제는 제법 들을 만하다.

  1. 역시 생긴 것만으로 보면 에릭 클랩튼이 한 수 위. 그런데 제프 벡보다 지미 페이지가 더 이상하게 나왔다. [본문으로]
  2. http://www.allmusic.com/cg/amg.dll?p=amg&sql=10:0bftxql5ldfe 에서 각 트랙의 일부분을 조금씩 들을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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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피트 햄, 크로노스 쿼텟과 캐멀에 빠져 허우적댔는데 이번달은 제프 버클리와 안토니 앤 더 존슨즈에 홀라당 빠져 버렸다. 없는 돈을 털어 제프 버클리의 라이브 모음집 한 장, 게리 루카스와의 듀엣(?) 한 장, 그리고 안토니~의 작년 신보를 샀는데, 이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은 업무를 방해한다. 사실 지난달에 비하면 방해될 만큼 덜 바빠서 그렇기도 하지만...

[수입] Mystery White Boy - 10점
Jeff Buckley/소니뮤직(SonyMusic)
제프 버클리야 그동안 숱하게 언급했지만 그의 라이브 앨범을 한 장 한 장 들을 때마다 그가 펼치는 마법의 굿판에 흠뻑 빠져든다. 요절한 뮤지션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그마저 요절했다는 가십거리로 유명세를 탄 그이지만, 천재적인 보컬은 그를 신화 속 주인공으로 만드는 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게 한다. 그렇다, 고작 정규 앨범 한 장 낸 그는 짐 모리슨이나 커트 코베인 같은 레전드의 지위에 오를 수 없게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신화의 인물이 되었다. 인생, 한방에 훅 가는 법. 일전에는 익숙한 멜로디의 리메이크 3종 세트(Hallelujah, Lilac Wine, Calling You)에 쏠렸는데, 이제는 그의 오리지널리티인 그래서 그의 번뜩이는 실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Last Goodbye, Mojo Pin, Eternal Life에 끌린다. 신화의 주인공인 만큼 앨범 하나 가지고 몇 번이나 우려 먹는 못난 놈들 덕에 몇 장의 에디션을 더 사야겠지만, 그 역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현존하는 그의 모든 음악을 듣고 싶은 것은 욕망의 발현이 아니라 경외의 표현이다.

[수입] Antony and the Johnsons - The Crying Light - 10점
안토니 앤 더 존슨스 (Antony And The Johnsons) 노래/Secretly Canadian
안토니 앤 더 존슨즈는 과거 엠블 시절에는 몇 번 포스팅한 적 있는데, 리더인 안토니 헤가티의 여리고 섬세한 보컬을 앞세운 챔버 팝 밴드이다. 그도 사실 트랜스젠더인 것으로 사료되는 외모/성별과 괴리된 섬세한 목소리와 창법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그러한 불일치는 그에게서 굉장한 음악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남성의 신체에 갖힌 한 여성의 울부짖음 같은 그의 목소리는 절망의 절벽 위에서 맞바람에 맞서며 토로하는 흐느낌을 연상케 한다. 유럽 차트에서 1위를 했음에도 국내에는 제대로 수입조차 안 되는 <Crying Light>는 이전 작 같은 킬러 트랙은 눈에 띄지 않지만, 슬픔이 차곡차곡 쌓여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진 짐더미 같다. 하늘을 어깨에 맨 아틀라스처럼 그 짐을 짊어진 채 세상에 노래하는 안토니 헤가티의 목소리.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운명에 맞서야 했던 제프 버클리의 울부짖음과 생면 다르지만 그것의 임팩트는 하나 다를 게 없다.

이에 비하면 덤으로 산 스타세일러의 <Love Is Here>는 무슨 자장가 같다. 하지만 나는 제임스 월시의 보컬을 아주 좋아한다. 다만 구입 시기가 안 좋았을 뿐. 제프 버클리와 안토니 헤가티와 대적하기에는 제임스 월시는 너무 불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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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래된 여인숙이라는 블로그에 Camel의 전 곡[각주:1]이 올라오길래 링크를 모아 보았다. 그런데 명색이 캐멀의 팬이라고 하면서 남의 블로그를 링크만 옮겨 붙이는 것이 다소 찜찜해 앨범에 대해 (리뷰는 능력이 안 되기에) 짤막한 멘트라도 달아놓을까 싶다. 그래도 정주행 한번 하면서 멘트를 다니 이것 또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이미지나 볼드 처리된 앨범 타이틀을 클릭하면 전 곡을 들을 수 있는 포스트가 뜬다.



 Camel(1973)
캐멀의 데뷔 앨범으로, 눈물 흘리며 질주하는 낙타 열차(?)를 담은 커버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내 취향상 처음 들을 때에는 캐멀 특유의 서정성이 담긴 Mystic Queen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큰 인상을 남기는 앨범은 아니었다. 하지만 후일 발매된 라이브 앨범 <Never Let Go>를 듣고 난 뒤에는 Never Let Go 같은 그루브감 넘치는 곡도 서서히 관심을 끌게 되었지만 거장의 데뷔 작 정도로 여기기는 마찬가지다.

추천 곡: Mystic Queen, Never Let Go



  Mirage(1974)
캐멀 골수 팬들에게 캐멀 하면 대개 이 앨범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나 또한 이 앨범의 이미지를 넷상에서 나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종종 쓰고 있다. 앨범 전체적으로 애잔한 느낌의 서정적인 연주와 함께 그루브 감 넘치는 박력 있는 연주가 종횡하는데,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영감을 받은 곡들이 많이 보인다. 이 앨범의 백미이자 절정인 3부작 조곡 Lady Fantasy 역시 갈라드리엘을 노래한다고 한다.

추천 곡: Supertwister, Lady Fantasy



 Music Inspired By The Snow Goose(1975)
폴 갤리코의 동화 <Snow Goose>를 음악으로 표현한 토털 컨셉 앨범으로, 동화에 대한 사운드 트랙이라 할 수 있다. 캐멀을 동명의 담배 회사 소속 밴드로 오해한 폴 갤리코가 저작권 사용 승인을 해 주지 않아 제목을 저렇게 지어야 했고, 가사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됭케르크 철수를 역사적 배경으로 한 외톨이와 소녀의 우정 그리고 그 둘을 이어 준 흰기러기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동화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보컬 없이 연주만으로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다.
  
추천 곡: Rhayader, Snow Goose



  Moonmadness(1976)
캐멀 서정 미학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앨범이지만, 결성 시부터 이어 온 앤드류 레이티머(V, G, Flute), 피터 바덴즈(K), 앤디 워드(D), 덕 퍼거슨(B)으로 구성된 탄탄한 쿼텟은 이 앨범으로 종결을 맞이한다. 그만큼 이 앨범은 밴드의 최절정이자 화룡점정이 아닐까 한다. Song Within Song, Spirit Of The Water, Air Born, Lunar Sea로 이어지는 곡들은 커버 이미지만큼 아름다우며, 다른 곡에서도 마찬가지로 짠한 멜로디를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모든 곡에 애정이 가는 유일한 앨범이다.

추천 곡:  Song Within Song, Spirit Of The Water, Air Born, Lunar Sea
       


 Rain Dances(1977년)
<Moonmadness>를 끝으로 탈퇴한 베이시스트 덕 퍼거슨 대신에 캐러번 출신의 리처드 싱클레어와 킹크림슨 출신의 멜 콜린스(Sax.)가 가세하면서 사운드는 좀 더 재지해졌다. 숫제 One Of These Days I'll Get An Early Night는 재즈 밴드의 곡이라 해도 속을 정도. 하지만 Tell Me 같은 곡에서는 여전히 캐멀 특유의 서정성을 내비친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캐멀은 분열과 변화의 시기인 중기에 접어든다.

추천 곡: Tell Me, Elke, Raindance



 Breathless(1978)
개인적으로 <Single Factor>와 함께 캐멀의 앨범 중에서 가장 정이 안 가는 작품으로 정규 앨범 중에서는 품절로 구입이 힘들었던 <A Nod And A Wink>를 제외하곤 가장 나중에 구입했다. Echoes에서는 재즈 어프로치가 강한 초기 사운드를 느낄 수 있으나, 동명 타이틀 곡을 비롯해 대체로 앨범 전체적인 구성, 특히 보컬 파트는 이전에 비해 상당히 파퓰러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변화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밴드의 양대 기둥 중 하나인 피터 바덴즈가 녹음 도중 탈퇴하고 캐러번 출신의 데이빗 싱클레어가 그 자리를 메우면서 이후 캐러멜(캐멀+캐러반)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마지막 수록 곡인 Rainbow's End는 그나마 남은 서정적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으나 파퓰러하기는 매한가지다.

추천 곡: Echoes, Rainbow's End



I Can See Your House From Here(1979)
초입부터 연이어 터지는 파퓰러한 두 곡과 베스트 앨범에서 들은 뉴웨이브 스타일의 Remote Romance 덕분에, 아마 라이브로 먼저 들은 Ice가 아니었으면 이 앨범 역시 어정쩡한 팝 앨범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진지하면서도 실험적인 프로그레시브 열풍이 잦아들고 반대급부로 펑크와 디스코가 대세이던 70년대 후반에 밴드의 생존 방책은 파퓰러한 사운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재지한 사운드 변화의 주동자인 싱클레어 들이 퇴장하면서 캐멀은 다시금 짠한 멜로디를 바탕으로 하는 서정성을 여전히 앨범 속에 녹여 내었다. 다만 그것이 앨범의 기조라 하기엔 부족해 보이지만, 다시 돌아온 대곡 Who We Are와 Ice는 현존하는 캐멀의 기초적인 모델로 남는 듯하다.
   
추천 곡: Eye Of The Storm, Who We Are, Hym To Her, Ice



 Nude(1981)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 섬에 고립되었던 일본군 패잔병[각주:2]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두 번째 토털 컨셉 앨범이다. 밴드의 기조가 점차 파퓰러해지는 가운데 토털 컨셉 앨범을 추구했다는 점은 캐멀이 적어도 평범하게 팝 음악을 하지 않는 아티스트적 면모를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보인다. 잇따른 멤버 교체와 다양한 세션 참여 등으로 약간은 산만한 느낌이 들지만, 실화를 소재로 한 토털 컨셉 앨범인 만큼 인물과 상황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극적이면서도 짜임새 있는 연주로 펼쳐지는 수작이다. 개인적으로 캐멀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인 Drafted가 수록되었다.

추천 곡: Drafted, Landscape, Lies
   


The Single Factor(1982)
마지막 남은 원년 멤버 앤디 워드마저 약물 중독과 손목 부상으로 밴드를 떠나게 된다. 앤드류 레이티머는 그 죽일 놈의 계약 때문에 왕년 멤버 피터 바덴스와 멜 콜린스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세션을 모아 앨범을 내놓는다. 홀로 남은 레이티머를 상징하는 앨범 타이틀과 커버 이미지는 더 이상 레이티머가 밴드의 리더가 아닌 밴드 그 자체임을 의미하는 듯하다. 밴드의 급작스런 변화기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캐멀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Heores 같은 곡에서는 갑자기 앨런 파슨즈 프로젝트가 연상되며, You Are the One은 이게 캐멀 맞아 하는 소리가 나오는 등 앨범은 전체적으로 다소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덕분에 <Breathless>와 함께 꽤 늦게 사게 되는 앨범이 되었는데, 그나마 마지막을 장식하는 접속곡 A Heart Desire/End Peace가 그래도 캐멀임을 증명해 준다.

추천 곡: Selva, A Heart Desire, End Peace



 Stationary Traveller(1984)
개인적으로 엠블 시절 블로그 이름을 가져다 쓰기도 했으며, 히트 곡인 Long Goodbye 덕에 우리나라에 캐멀을 알리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앨범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Ice와 쌍벽을 이루며 캐멀의 서정성을 극대화하는 타이틀 곡 Stationary Traveller로 기억되는 앨범이다. 분단된 도시 베를린을 소재로 한 토털 컨셉 앨범이지만, 전 매니저와의 법정 공방 때문인지 이전의 토털 컨셉 앨범 두 종에 비하면 구성력이 떨어져 '토털'의 느낌은 그리 크지 않다. 또한 커버 이미지에서도 보이듯 앨범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차가운 느낌이 지배하지만 그 톤은 대체로 고르지 못한 편이라 앨범만 놓고 보면 <Mirage>, <Moonmadness>, <Nude>에 미치지 못하는 다소 아쉬운 앨범이다.

추천 곡: Pressure Points, Vopos, Stationary Traveller


이후 법정 공방과 미국 이주, 레코드 사의 냉대로 인한 7년간의 침묵 끝에 앤드류 레이티머가 독자적인 레이블인 Camel Production에서 내놓은 후기 앨범들, <Dust And Dream>(1991), <Harbour of Tears>(1996), <Rajaz>(1999), <A Nod and a Wink>(2002)[각주:3]는 노발리스 님이 포스팅을 하지 않은 관계로 내가 직접 음원을 올려 놓거나 음원 없이 설명해야 할 듯. 그리고 라이브 앨범인 <God Of Light '73-'75>(2000), <A Live Record>(1978), <Never Leg Go>(1993), <Coming Of Age>(1998)[각주:4] 정도는 소개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아무래도 글을 쪼개야 할 듯하다. 그리고 이 참에 컴필레이션을 만들고픈 욕망이 생겼다.

  1. 현재 스튜디오 앨범 10장만 전 곡을 들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이후 작품과 라이브 앨범을 올릴 계획이 없는 듯하다. [본문으로]
  2. 아무래도 오노다 히로인 듯한데, 이런 인물이 생각보다 많다. 이 앨범의 스토리는 오노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수전 후버가 창작한 것인지, 아니면 '누데'라고 하는 또 다른 인물이 있는지 모르겠다. 가장 유명한 괌에서 발견된 요코이 쇼이치는 일단 아니다. [본문으로]
  3. 앤드류 레이티머의 건강이 호전되어 공연도 재개했다고 하지만, 나이와 건강 상태로 보건대 이 앨범은 캐멀의 마지막 앨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본문으로]
  4. On The Road 시리즈는 Official이라고 해도 결국 Bootleg이라 소개하기가 거시기하며, [Pressure Point]와 [Paris Collection]은 소유하지도 들어보지도 못해 뭐라 할 말이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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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멀의 A Nod And A Wink를 구매함으로써 드디어 캐멀의 모든 스튜디오 앨범을 구매했다.  남은 것은 라이브 앨범과 컴필레이션 앨범 각각 5종씩인데, 원체 스튜디오 앨범을 선호하는지라 이것들을 다 구매할 이유는 없다. 그래도 캐멀은 라이브 앨범도 5종이나 가지고 있으며, 컴필레이션도 테이프롤 포함하면 2종이나 가지고 있다.

이렇게 10년 넘게 활동하며 10종 이상 앨범을 내놓은 밴드의 전 앨범을 구매한 것은 킹크림슨, 핑크 플로이드에 이어 세 번째이다. 사실 좋아하는 정도에 따르면 가장 먼저여야 했으나, 이 앨범을 구입하려고만 하면 실제로는 품절이라고 비보를 전해 오는 통에 이제서야 구입했다. 덕분에 새로운 음반몰을 뚫어야 해 마일리지가 분산되는... ^^: 그렇기에 막상 택배로 시디를 건네 받았을 때에는 가슴이 콩닥콩닥 했다.

환갑 넘어서까지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뉴트롤즈의 비토리오나 니코 같은 이도 있지만, 사실상 캐멀 그 자체인 앤드류 레이티머가 1947년 생이기에 사실상 이 앨범은 캐멀의 마지막 앨범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상 2002년에 이 앨범이 나온 뒤로 라이브도 컴필레이션도 더 나오지 않고 있다. 2003년에 유럽과 미국에서 공연한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다. 당연스레 핑크플로이드와 함께 새 앨범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지만, 내 스스로도 너무 무리한 기대라는 것 인정할 정도.

타이틀 곡을 시작으로 3번째 곡에 이르기까지 앤드류 레이티머의 보컬이나 밴드의 연주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더 보드랍고 친숙해진 느낌. 너무나 익숙한 동네 아저씨 같은 보컬, 이것이야말로 캐멀의 가장 큰 자산이 아니던가. 킹크림슨의 로버트 프립이나 핑크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는 밴드를 혼자서 쥐고 흔드는 독재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들지만, 웬일인지 앤드류 레이티머에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81년 이후 마지막 원년 멤버인 앤디 워드가 이탈한 이후, 숱하게 많은 이들이 그전부터 캐멀의 멤버가 되었지만(또한 1979년부터 레이티머와 함께해 온 콜린 베이스가 늘 곁에 있었지만), 결국에는 캐멀이 레이티머였고 레이티머가 캐멀인 것만 같다. 독야청청하는 고집불통 노친네라기보다는 이촌향도 속에서도 고향을 외로이 지켜온 우직한 사내 같은 느낌이 든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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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만든 교과서에 '비료 지기'라는 시를 실었다. 이오덕 선생이 오래 전에 학생들이 쓴 시를 엮어 낸 책에 실린 시인데, 한동헌 씨가 곡을 붙여 메아리가 불렀다. 그리고 한돌 씨는 이 곡을 비롯해 자기 곡과 김민기 씨가 만든 몇 곡을 아예 아이들이 부르게 했는데, 그게 바로 <몽실이와 하늘 아이들>이다. 1992년에 LP로 나온 이 앨범은 희귀 앨범이다. CD로도 나오긴 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희귀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것을 득템했냐고?

그것은 아니고, 자료 확보 차 넷의 세계를 후배와 함께 뒤지다 겨우 LP를 발견했다. 가격은 5.5만 원. 찾아도 찾아도 없는 마당에 나쁘지 않은 가격. 그리고 LP를 복각하기로 했고, 몇 군데 알아본 결과 2만 원에 복각해 주는 곳을 찾아 복각을 의뢰해 CD를 넘겨 받았다. 그리고 이것을 분량상 표준 음질로 리핑했다. 이참에 인쇄로 쓸 만한 이미지 좀 구해 봐 아예 앞 뒤 커버도 만들어야겠다.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행위이긴 하나 절판된 지 오래돼 희귀 아이템이 된 만큼 자료의 보존과 소개 차 일단 전 곡을 올려 둔다. 이런 음악을 불법으로라도 올려야 하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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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 And Hell >(1975)
Vangelis: piano, Moog, Fender Rhodes, synthesizers, percussion, drums
Jon Anderson: vocal on So long ago, so clear)
Vana Veroutis:
vocal on 12 O'Clock)
English Chamber Choir: chorus

불구덩이 속에서 건반을 두드리는 날개 달린 손. 날개 달린 신발이야 헤르메스를 연상케 한다지만 날개 달린 손은 또 뭐람. 앨범에 수록된 곡은 LP 한 면을 가득 채우는 길이의 단 두 곡뿐. 앨범 뒷면에는 So long ago, so clear도 명기돼 있지만, 시디에는 Heaven And Hell Part I과 Heaven And Hell Part II 단 두 트랙만 있다. 실제로 이 앨범은 전반부 4곡, 후반부 5곡으로 이루어진, 앨범 통째로 토털 컨셉의 거대한 조곡이다. 시디가 나오기 전에 만들어지는 바람에 LP의 한계(면당 러닝타임 23분 정도)상 부득이 하게 두 트랙으로 나뉜 것. 그리고 So long ago, so clear는 워낙 인기가 좋은 파트인지라 후대에 따로 명기한 듯싶다.

사람들은 대개 제목 그대로 전반부를 천국, 후반부를 지옥에 비교하는데 글쎄... 듣기 나름이다. 외려 전반부가 지옥을, 후반부가 천국을 상징하는 듯하기도 하고, 내게는 대체로 천국과 지옥의 사이에서 양쪽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심판에 앞서 변론하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결론은 천국 행과 지옥 행을 가르는 최후의 심판.

전체 아홉 부분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파트는 4번째 파트인 예스 출신의 존 앤더슨이 부른 So long ago, so clear(이 곡은 TV시리즈 <Cosmos>에도 삽입됐단다), 가야금 소리를 신디사이저로 구현한 듯한 6번째 파트 Needles and Bones, 그리고 CF음악으로 자주 쓰여 반겔리스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즘 들어봤을 법한 음산한 스캣인 12 O'Clock이다.

전 곡을 통으로 듣고 싶으면 노발리스님의 포스트를,


재미있는 것은 앨범의 뒤 커버에는 얼어 버린 날개 달린 손이 등장한다.
무슨 뜻일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전면 커버에서 불구덩이만 제거하고 파란색 배경만 깐 이미지이다.
뒷면 커버 이미지 만들기, 참 쉽죠~ ^^;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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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오코너 감독의 <Cal칼의 고백>은 아직 구경조차 못한 영화이다. 다만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짧은 시놉시스, 그리고 마크 노플러의 영화음악만 접했을 뿐이다. 그러나 북아일랜드의 구조적 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시놉시스만으로도 충분히 영화의 분위기, 내용, 정서, 그리고 결말까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좀 더 상상력을 가미하는 단초가 마크 노플러의 음악이다.

얼핏 연상되는 습기차고 구질구질한 화면과 달리 아일랜드 민요를 바탕으로 마크 노플러가 만든 음악은 때로는 목가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사운드트랙의 첫 곡 Irish Boy만 하더라도 키보드 인트로에 이어 아일랜드 전통 악기인 윌린 파이프를 위시해, 바이얼린, 부주키, 아코디언 같은 민속적인 악기가 사실상 '다이어 스트레이츠'가 연주하는 음악에 촘촘 수를 놓는다. 하지만 아일랜드 하면 떠오르는 고난의 느낌 역시 그 민속성에 포괄돼 있기에 마크 노플러의 음악은 목가적으로 들리는 동시에 불안함, 고단함, 힘겨움, 분노, 좌절, 통곡 같은 지극히 참혹했던 북아일랜드의 현실을 은유하는 암울한 정서 또한 드러낸다.


사실 사운드트랙이 아닌 마크 노플러의 영화음악 모음집은 <Screenplaying>만 가지고 있기에 그것에 실린 다섯 곡만 올려 본다. 올린 곡은 사운드트랙의 1번, 4번, 6번,8번, 그리고 마지막 12번 트랙이다.

마크 노플러의 연주는 녹음한 지 십여 년 뒤에 열린 공연 실황이긴 하지만 다음 포스트에서 엿볼 수 있다. 영화의 시작 부분과 이 공연 실황 부분을 엮은 동영상도 있었지만 내가 깔작거려서 그런지 닫아 버렸다. 아 공유의 미덕이여... ^^;

아, Father And Son은 저작권 위반 심의에 걸렸다. 링크된 동영상으로 만족하기를... 음원을 삭제하니 재생되지도 않는 파일이 가장 앞에 나온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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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ch Will을 엠파스에서 검색하니 "이걸 한국 음악으로 봐 줄 수 있는 것일까?"는 문구가 가장 먼저 보인다. 맞는 말이다. 예전에 이 앨범을 처음 구입한 뒤 '오호라'라는 감탄사를 내뱉은 뒤 (왕년에 음악 좀 들었다는) 동료에게 들려줬더니 그 역시 "얘네 한국 사람 맞아"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구심을 자아냈을 정도이다.

Witch Will이라는 밴드 이름은 닉 드레이크의 앨범 <Pink Moon>에 수록된 곡 Which Will을 변용한 것이다. 닉 드레이크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데, 그런 만큼 Witch Will은 철저히 닉 드레이크, 도노반, 페어포트 컨벤션 같은 60-70년대 브리티시 포크 풍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는 전적으로 밥 딜런, 조앤 바에즈 류의 아메리칸 포크로부터 영향을 받은 기존의 포크 음악과는 다른 우리에게는 생경한 음악이다. 그게 어떤 풍이냐는 말에 혹자는 "칙칙하고 어두운 '추운 겨울밤'이라는 피부에 닿는 느낌과 닮은 음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국의 겨울은 엄청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우울하고 쓸쓸함의 악명은 높다"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멜랑꼬리하다 못해 글루미한 우울함 그리고 처연함이라고나 할까?

기타/리코더와 보컬을 맡은 박상, 베이스/만돌린/봉고를 연주하는 이재희 "두 명의 멤버는 모두 영국식 모던 포크의 광팬임을 자처하며, 노랫말 또한 일관되게 영어로 소화해 낸다. 앨범을 관통하는 만돌린이나 레코더, 그리고 첼로의 사운드는 아일랜드, 혹은 영국적 민요로서 포크의 향을 풍기며, 보컬의 음울한 읊조림은 닉 드레이크나 벨 엔 세바스찬의 분위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것은 이들의 장점이며 또한 단점이다. 한국에서의 포크 전통을 따르지 않는 브리티시 포크의 텍스트들은 그 자체로 신선함을 일으키지만, 반대로 영국 포크의 전통을 거스르지 않는 음악들은 신선함 혹은 다양성 이상의 어떤 것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함이 지속적인 구심력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들 때문이리라."

아바나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뜻의 앨범 타이틀이나 오렌지색 커버 이미지만 봐서는 일레트로닉 라운지 음악이 연상되는 Witch Will의 음악은 이렇듯 양가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통적인 포크의 흐름에 취합하지 않으면서 또한 크로스오버니 퓨전이니 하는 요즘 시대의 흐름 또한 휩싸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좋아하는 과거 먼 나라의 음악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말하자면 브리티시 포크 오타쿠라고나 할까? 요즘 세상 브리티시 포크를 듣는 이가 몇이나 될까? 듣는 이도 별로 없는데, 이들은 들으라고, 아니 자신들이 좋아 부르고 들으려고 앨범을 내놓았다. 오타쿠는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세상을 좀 더 다채롭고 풍요럽게 만드는 법이다.


Trip On Havana(2002)


01. Golden Boy
02. Seaweed #1
03. See


04. Picnic
05. Stranger's Shovel
06. Bluedale Way


07. Girl On The Fairland
08. Dog Racing
09. Trip On Havana
10. Lullaby
11. Seaweed #2


12. Tune From The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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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만큼은 아니지만 왕가위 영화를 좋아한다. 이 말은 아내는 왕가위 영화를 꽤나 좋아한다는 말이다. 나 역시 그렇고 많은 이들이 그러하지만 아내가 꼽는 왕가위의 최고작은 <화양연화>. 덕분에 우리 집에는 <화양연화>의 DVD와 OST CD가 복수로 있다.

그다음으로 꼽는 영화에서는 조금 갈린다. 나는 <동사서독>과 <아비정전> 중에 무엇을 꼽을지 고민한다면, 아내는 두말할 것 없이 우리에게는 <Happy Togheter>로 익숙한 <춘광사설>을 꼽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남성 동성애를 다룬다는 이유로 한 차례 VHS로 출시됐을 뿐이다. 즉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수소문해 Divx를 구해다 주었지만 컴퓨터로 보는 영화는 솔직히 아니다. 특히 왕가위 영화는 구석진 방구석에서 화질 구린 VHS로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보든가, 아니면 영화관에서 마니아들과 함께 숨을 고르면서 필름으로 봐야 제 맛이다. 홍콩에서는 영화에서 나오는 이과수 폭포 램프까지 들어 있는 세트도 팔았지만... 그건 한글 자막이...

그러다 모 극장에서 왕가위 영화제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아내가 배가 왕팡 부른 상태임에도 손 붙잡고 이수역까지 달려가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감격에 겨워 하는 아내를 위해 인터넷을 뒤져 역시 출시된 바 없는 영화 OST의 일부 곡을 다운받았다. 당연히 아내는 좋아했고, 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에 만족해 있던 터였다.

시간은 흘러 뱃속에 있던 아이는 세상에 나와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8개월 꼬마가 되었다. 어제는 아내 보고 내가 아이를 돌볼 테니 영화 좀 보고 오라 했지만, 아내에게 나는 못미더운 사람이었고, 아이 역시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무법유아였다. 영화 DVD를 구해 줄 수 없다면 음악은 들려 줄 수 있겠다 싶다.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에도 삽입돼 널리 알려진 카에타노 벨루수의 Cucurrucucu Paloma. 영화 초반에서는 뜬금없이 나온다 하지만 워낙 좋은 곡이니... 그리고 초반의 이과수 폭포가 흘러내리는 폭포 소리는 언뜻 듣기에는 잡음처럼 들리지만 알고 나면 풍광을 머린속에 그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영화 내내 수 놓는 탱고 음악. 특히 아휘와 보영의 불안한 관계를 묘사한 반도네온과 피아노의 불협적인 인터플레이. 오홍. 하지만 내가 가진 곡은 초반 5곡과 영화 막판에 뜬금없이 흘러나온 영어판 제목과 동일 곡의 커버곡뿐이다. 이 참에 사운드트랙이라도 수배해 봐야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왜 마지막 곡은 안 올리느냐는 불만이 행여나 있을까 올리긴 하지만, asf 파일을 올리려 mp3로 변환했더니 저질 음원이 돼 버렸다. 젠장 시디 사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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