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되는 비법이 아니라 그저 당선율을 조금 높이는 기술적 요소를 언급한 글입니다. 낚이셨다면 죄송합니다.

----------------------------------------------------

간만에 알라딘 TTB리뷰에 당선됐다. 그런데 간만에 되다 보니 당선축하 적립금이 1/5토막 난 사실에 조금 경악했다. 아낄 것을 아낄 것이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수긍하기란 어렵다. 요즘 같은 시절 적립금 5만원이면 꽤 짭짤하다. 하지만 이젠 꼴랑 1만원이다. 책 한 권 사기도 버거운 금액. 그래도 꽁짜잖아 하는 마음이 반이다. 물론 반은 그래도 원고료라 생각할 만한 건데 5만원은 너무 짜잖아 하는 마음.

이런 거 당선되는 거 보면 신기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껏 24건의 TTB리뷰 중에 이주의 당선작은 5건. 이중에서 모처에서 기사로 써 당선되어도 사양해야 할 것이 5건, 서평단으로 쓴 것이 2건인지라 이것들을 제외하면 17건 중 5건 당선이니 당선율이 1/3을 넘는다. 그리고 이쯤 데이터가 쌓이니 대충 어떤 책들이 당선되는지 얼추 감이 잡힌다. 이를테면 알라딘 담당자가 좋아하는 리뷰라고나 해야 할까? 그리고 마이리뷰로는 당선된 바 없어서 확신은 못하나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막연히 추측한다.

우선 성의 있게 써야 한다. 몇 줄짜리 반토막 감상을 끼적거리는 것으로는 당선, 안 된다. 요구하는 분량을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A4지 반바닥 정도는 써야 할 듯싶다. 물론 그보다 길면 읽다가 짜증 낼 게 분명하다.  그리고 당연스레 인터넷체 같은 인포멀한 말투는 집어던지고 어느 정도 한글맞춤법과 기본 형식은 지켜 줘야 한다. 이것은 당선과 상관없이 글로 인정받는 최소 조건이기도 하다. 글자의 조합은 글이 아니다.

둘, 가급적 근자에 출간되어 소위 잘 팔리거나 서점 직원 입장에서 좀 팔리었으면 하는 책이다. 물론 다소 오래된 책도 당선되기는 하나 당선작 리스트를 죽 보면 최근에 출간되어 세일즈 포인트를 높여 가는 책들이다. 어짜피 TTB리뷰 당선작은 책을 파는 데 뽐뿌질하는 목적으로 뽑는 거다. 알라딘 특성상 인문학/사회과학적 소재를 대중용으로 풀어 쓴 책을 좋아하는 듯. 다만 아주 학술적인 책은 서점의 매출고를 올리는 데 도움되지 않기에 그닥 좋아하지 않는 듯.

셋, 앞의 둘은 너무 빤한 것이니 실제로 쓸 만한 이야기는 이것뿐이다. 시작은 책과 관련된 개인적 경험을 한 문단 정도로 기재해 주는 것이다. 정색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는 포멀한 리뷰는 안 읽는 것인지 싫어하는 것인지 담당자에게 별로 인기 없다. 사실 나보고 읽으라고 해도 읽는 둥 마는 둥 할 게다. 앞 부분에서 읽은 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바탕으로 리뷰를 시작하면 아무래도 글을 읽는 맛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빤한 말이군.

또 빤한 말 한마디 보태면 책의 주요 내용을 압축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 뭐 리뷰라면 응당 그래야 하겠지만 막상 리뷰라고 올라오는 것들 보면 그게 불성실한 게 적잖게 보인다. 자, 이렇게 빤하디빤한 전제 조건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리뷰는 리뷰답게 그리고 읽는 이가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것이다. 서점을 한가득 메우고 있는 자기계발서 마냥 누구나 다 알 법한 빤한 이야기이지만 그게 세상의 이치인 걸 어쩌겠는가.

Posted by Enits
,
알라딘에서 구매 리스트를 열어 보니 못 보던 버튼이 있었다. 해당 책의 중고 판매분 등록 여부를 알려 주는 버튼인데, 아쉽게도 활성화가 돼 있지 않아 일일이 해당 책의 페이지를 거쳐야만 하지만, 그동안 늘 바라던 기능이기에 훗훗 했다. 그런데 구매 리스트와 보관 리스트 같은 원래 서재에 고정된 리스트에서만 작동하는 듯. 내가 만든 마이 리스트에서는 중고책 재고가 있음에도 그 버튼은 뜨지 않았다. 좀 아쉽긴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인가 싶어 보관 리스트에서만 작동하는 데 만족.

그런데... 알라린 중고샵 자체가 아내가 늘 말하듯 광화문 교보문고 한구석에 헌책방이 들어선 것 같은 모양새인데, 여기에 한술 더떠 진열된 새 책 옆에 중고책이 몇 권 있다고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듯한 모양새가 아이러니하다. 중고책의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에 소비자 처지에서는 좋긴 한데, 이 뭔가 어색한 '시츄에이션'을 뭐라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Posted by Enits
,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상세보기
피터 박스올 지음 | 마로니에북스 펴냄
최고의 고전과 문제작을 집대성한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1편 . 다양한 분야의 책 중에서도 소설 문학의... 인류의 정신적 지도를 그려온 1001편의 작품들을 망라하였다. 이 책에서는 소설가, 시인, 평론가,...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온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1권>.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을 국내 발간작 중심으로 추려 사은품으로 제작했다는데... 맨 뒤편에 나온 체크리스트를 보다가 문득 발견한 사실.

'이거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소설 101권' 아냐?'

아이작 아시모프의 <나는 로봇>(이 책에 이미지도 쓰인 우리교육에 나온 번역작은 <아이, 로봇>인데...)부터 존 밸빌의 <바다>에 이르는 101권의 책은 모두 소설이다. 앨런 무어의 <왓치맨>은 만화로도 보는 사람이 많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래픽 노블'이라는 소설의 한 유형으로도 보기에 소설로 봐야 한다. 따라서 이 사은품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소설' 101권>이라 해야 옳다.

그런데 원작인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은 어떨까? 국내 비발간작도 꽤 되는 1001권의 목록을 일일히 확일할 수 없지만, 대충 훑어보니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소설' 1001권>이라 해야 옳을 듯.

이쯤 되면 문학에 별로 관심이 없는(국어 교과서 편집자 맞나?) 나로서는 눈쌀이 찌뿌려진다. 젠장 문학만 책인가? 문학 가운데서도 소설만 책인가? 투덜투덜. 가뜩이나 작년에 만든 교과서 심사본에 문학 작품이 적다는 불평을 듣고 기분이 언짢은데(문학=국어는 아니잖소!) 뭐 이래?

책 소개에는 "소설 문학 작품 1001편을 담았다" "소설이 왜 주목받는지, 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 되었는지에 대한 대답이 효과적으로 담겨 있다."라는 문장이 적혔지만, 글쎄... '책'이라 해 놓고 '소설'만 이야기하는 책은 한마디로 눈꼴시렵다. 원제 자체가 <1001 Books You Must Read Before You Die>이라 하지만, 번역해 내놓으면서 출판사에서 '편집'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일단 소설과 책을 구분 못하는 피터 박스올이라는 '문학' 교수에게 육두문자를 퍼부어야겠지만...

사족: 내가 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인문학의 한 축인 문학의 영향력과 위상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소설(문학)=책으로 놓은 사고방식이 마음에 안 들 뿐이다.
Posted by Eni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