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점에 갔다가 익숙한 제목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첫 직장에서 만들던 잡지에 실렸던 연재물의 제목이었는데, 그 연재물을 묶어 단행본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 연재는 초등학교에서 만들기 같은 수작업 활동을 슬라이드 쇼 형식으로 지면에 담은 것인데, 내 스타일에는 다소 안 맞았다. 뭐 그래도 하라면 해야 하지 않나. 물론 첫 기사는 컨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편집 과정에서 삭제되는 비운의 운명에 처하기도 했다. 그 후로 좀 했나 싶었는데 막상 목차를 보니 내가 작성한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은 꼴랑 3개이다. 헛헛.


사실 출판사에서 자사 발간 잡지가 있으면 여러 모로 유용하다. 가장 좋은 것은 다량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거다. 1-2년 정도 연재한 기사를 잘 가다듬으면(이게 편집 아닌가) 단행본 한 권을 뚝딱 만들 수 있다. 광고로 가득찬 잡지가 아닌 담에야  잡지 대부분은 적자이다. 그럼에도 출판사가 잡지를 내는 이유는 이러한 콘텐츠 확보 때문이다. 물론 적자를 감당할 수 없으면 폐간 또는 휴간하지만...


4년 반 동안 월간지를 만들었다 보니 그동안 직접 쓰든 편집하든 내가 관여한 기사를 엮어 내놓은 책이 몇 권 된다. 그것을 정리해 봤다. 이중 단행본 편집까지 관여한 것은 두 권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거드는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손으로 만든 책은 한 권도 없다.



'더이상' 잡지를 만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단행본을 만드는 일도 아니라서 내 손으로 만드는 책이 과연 나올까 싶다. 게다가 책이 아닌 콘텐츠의 묶음을 고민하는 지금의 나로서는 더더욱. 그래서 저 책들을 보면 조금 짠해진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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