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9.03 록, 그 괴물의 맛깔난 역사
  2. 2009.07.22 왠지 씁쓸한 출판계 이야기 2
  3. 2009.07.02 정녕 '불멸'이어야 했을까
Paint it RockPaint it Rock - 10점
남무성 지음/고려원북스

만화가 최훈이 더위를 먹었는지 7월과 8월에 걸쳐 매달 'GM'을 무려 2회나 연재했다. 그동안 '월간 GM'이라는 별명처럼 매달 1회, 심지어 달을 며칠 넘겨서 연재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더위 먹었나 의심이 든다. 월간 체제가 된 지 거의 일 년이 넘어가니 나 또한 무덤덤해졌는데, 그래도 '삼국전투기'에 대한 연재 복귀 지연은 늘 아쉬었다. 그러던 찰나에 최훈이 또 뭔가 일을 벌인다는 소문을 접하고 말았다. 최훈의 새로운 연재물은 민음사 웹사이트에서 연재되는 '록커두들'. 록의 역사를 최훈식 어법으로 풀어간다는 것인데, 기대하는 것 이상의 아쉬움이 몰려온다. 'GM'도 '삼국전투기'도 엉망인 마당에 새로운 연재물이라니. 도대체 최훈은 얼마나 많은 욕을 더 먹어야 두 작품을 끝낼 수 있을까? ^^: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이제 9편 연재된 '록커두들'은 아무래도 얼마 전 단행본으로 나온 남무성의
<Paint It Rock>과 비교되기 마련이다. 다른 데도 아닌 민음사라는 출판사의 웹사이트에서 연재된다는 것은 단행본 출간을 염두에 둔 것이다. '록의 역사'라는 매혹적인 주제에, 최훈의 말빨과 패러디의 결합은 제법 괜찮은 구색을 갖춘 듯하다. 문제는 최훈이 록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록에 정통한 사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역사를 논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다. 록의 역사를 서술한다 것은 자칫하면 뮤지션에 대한 가십 거리를 주절주절 늘어놓기 십상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뮤지션, 장르, 레코드사 같은 일련의 요소가 시대적 사회적 배경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상호 파악해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일관된 서술로 풀어가야 한다. 거기에 대해서는 최훈이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제 시작인 만큼 기대해 볼 만하지만 그가 블로그에서 하는 이야기만 볼 때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9편의 만화를 볼 때 아직은 단편적인 일화 심지어 가십거리에 다소 쏠리는 감이 있다.

그에 비해서 이미 1권이 출간된 남무성이 쓴 <Paint I Rock>은 록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아주 충실하게 록의 역사를 설명한 작품이다. 만화치고는 다소 재미없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지만, 만화는 여러번 이야기했듯 텍스트를 풀어가는 여러 방식 중 가장 파급력이 좋은, 유력한 접근 방식일 뿐이다. 특히 최훈도 초창기에 접근했다시피 록, 정확히는 록큰롤의 태동에 대한 필연적인 사회적 맥락을 상세히 이야기한다. 멜팅폿이라는 말처럼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이는 미국 땅에서 흑인들의 토속적인 블루스라는 종자가 전후 호황기와 베이비붐 세대라는 토양에서 변칙적으로 피어난 식물마냥 록이 생성되었다는 서술은 아주 보편적이지만, 그만의 독특한 만화적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앞서 재미없다고 했지만 그거야 웹툰의 서술 방식에 익숙해져서 느끼는 단편적인 감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악동 롤링스톤즈를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센타까서 돈 나오면 십 원에 한 대씩"이라고, 기타의 디스토션은 무조건 "좌우지 장지지" 하는 식으로 작자 마음대로 지껄이는 것은 지역적 해석이 주는 최대한의 창작성을 잘 이용했다 싶다. 게다가 송대관이나 장기하, 김병만 같은 한국 인물이나 백초토론, 분장실의 강선생님 같은 개그 소재를 슬쩍 밀어 넣는 패러디는 만화에 적절한 양념을 쳐 준다.

처음에는 <MM Jazz>의 발행인이자 재즈 만화인 <Jazz It Up>을 쓴 알아주는 재즈 매니아인지라 록을 얼마나 제대로 이야기할까 조금 노파심이 보였지만, 그 역시 재즈로 선회하기 전까지는 이른바 열혈 록키드였을 뿐만 아니라 특히 프로그레시브락에 심취했다고 한다. 허기사 사실 재즈나 록이나 결과적으로는 한 뿌리에서 태어난 사촌지간 아닌가? 무릇 한 분야의 전문가는 그 우물뿐만 아니라 다른 우물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진정한 전문가가 아니던가. 사실 록이라는 음악 자체가 태생은 블루스이지만, 컨트리, 포크, 재즈, 레게, 클래식, 아방가르드, 민속음악 같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음악을 잡아 삼키며 꾸준히 진화해 온 '괴물'이 아니던가. 아 책은 록이라는 이름의 괴물의 역사를 나름 잘 절묘하게 이쁘게 색칠했다 싶다. 다만 14쪽에 걸쳐 수 명의 추천사를 쓸데없이 받는다거나 명백한 인쇄 오류에 대해 하나 책임지지 않는 출판사 고려원북스의 심뽀는 참 고약하다 싶다. 그래도 곧 나온다는 2권이 기다려지고 작가의 전작
<Jazz It Up>이 땡기는 것을 보니 아이러니하다.

2009년 9월 2주 TTB리뷰 당선작
http://camelian.tistory.com2009-09-03T05:30:290.31010
Posted by Enits
,
하나.

김성근이 책을 냈나 보다. 아웃사이더 시절과 달리 빵빵한 팀에 가더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데만 무게중심을 두는 듯하여 야구를 거의 보지 않음에도 늘 눈쌀을 찌푸리게 하던 그였기에 책이 나오나 보다 했다. 최근 연예인 책 발간 러시도 그렇고. 그런데 책 표지의 한 가지에 시선이 머물렀다. "박태옥 말꾸밈"

한마디로 김성근이 구술하고 박태옥이라고 하는 작가가 글을 정리했다는 말이다. 말이 좋아서 '정리'이지 실상 대필이라는 말이다. 정지영의 '마시멜로 이야기' 대필 논란 이후 차츰 '스토리텔링' '정리' 등의 이름을 달고 대필 작가가 공식적으로 책에 이름을 올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이 글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마당에 어짜피 대필은 필요하다. 다만 정지영의 예처럼 거짓말하거나 아닌 척한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부리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대필 작가가 양지로 나온 것이다. 바람직하다면 바람직한 변화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대필 작가는 음지에 있고, 유명인(과 출판사)는 자기가 책 썼네 하고 떠벌리거나 최소한 침묵한다. 거기에 "의외로 글 잘 쓴다" 하는 홍보성으로 의심되는 낯뜨거운 리뷰도 종종 보게 된다. 지인이 대필하기도 했거니와 그 사람 일정상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또한 대필 작가가 양지로 드러났다 하더라도 원작자가 얼마나 책에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원작자가 거칠더라도 초고를 쓰거나 정식으로 대필 작가와 인터뷰하면서 구술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필 작가가 취재해 혼자 다 써 놓고선 원작자가 쓱 훑어보고 오케이하는 건도 있다. 심지어 원작자는 보지도 못하고 매니저나 기획사에서 오케이하는 건도 있다고 들었다. 대필 작가도 없이 편집자가 자료를 여기저기서 긁어다 뚝딱 책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뭐...


둘.

한 출판사가 자사에서 발간하는 시리즈의 모니터 요원을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7권이 나왔는데 이 책들을 비롯해 앞으로 나올 시리즈를 모두 소장할 수 있으며, 각종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의 댓가로 각 권마다 서평을 작성해야 하고, "시리즈 홍보에 힘써"야 한단다. 일종의 공식화된 서평단이라 할 수 있는데 흔한 일이기도 하지만 좀 씁쓸했다.

모니터링의 사전적인 뜻은 "방송국이나 신문사 또는 기업체로부터 의뢰를 받고 방송 프로그램이나 신문 기사 또는 제품 따위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하는 일."(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다. 즉 이 경우만 보면 책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는 일이어야 한다. 하지만 서평을 쓰는 것으로 모자라 홍보에 힘쓰라 한다. 이러면 모니터링 요원이 아니라 홍보 요원 아닌가?

사실 서평단도 실제로는 출판사에게는 홍보의 도구일 것이다. 그것도 아주 유용한. 일간지 북섹션이 나는 것도 좋지만, 온라인 서점이나 블로그에 서평 한번 잘 올라오면 큰 돈 안 들이고 홍보를 할 수 있다. 독자 입장에서도 공짜로 책을 얻을 수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서평 원고료를 사전에 책으로 받는 것뿐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좋게만 보면 얼마든지 좋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찌됐든 댓가가 오가기에 순수한 리뷰라고 보기 힘들다. 책을 제공받고 썼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 사람도 많다. 얼마 전 전문 리뷰어를 표방하는 블로거가 비싼 휴대폰을 제공받고 쓴 리뷰를 두고 말이 많았다. 그는 휴대폰을 제공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단점이나 문제점이 될 만한 것은 뒤로 몰면서 실상 칭찬 일색의, 리뷰가 아니라 홍보 자료를 올렸다. 리뷰와 서평이 다르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리뷰는 비평적 접근이 요구된다. 단지 그것이 얼마나 '크리티컬'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댓가로 받았기에 비평이 아니라 홍보를 하게 되는 것,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의 글을 보고 구입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나도 일전에 알라딘에서 주최하는 서평단 모집에 참여해 몇 편의 서평을 쓴 적 있다. 알라딘에서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정작 글을 쓰는 데에는 모종의 자기검열이 작동했다. 좋거나 나쁘거나의 우열을 가르기 힘들다면 좋게 쓰는 게 그러한 서평 쓰기의 문제점이었다. 제공받은 책으로는 서평을 쓰지 않는다는 가오 선생의 말이 이해되었다. 알라딘 서평단의 모집 방식이 바뀌면서 나는 미련 없이 서평단에 새로 응모하지 않았다.[각주:1]

서평단 혹은 홍보단 자체를 나쁘게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은 유력한 마케팅 방식이다. 하지만 모니터링하라고 해놓고선 홍보하라고 하는 출판사나, 어찌됐는 댓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거나 나쁜 점을 은연중에 숨기는 리뷰어는 그것의 장점을 퇴색하게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덧.
난 애드센스나 TTB2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힘 안 들이고 공돈 버는 것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그것은 자기 블로그를 광고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 알량한 몇 푼 버는 데 그치지만, 그로 인한 폐해는 블로그 구동 시간만 느리게 할 뿐이다. 블로그가 느려질수록 구독자는 더 이상 찾지 않거나 RSS리더로 대충 보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1. 고백하자면 지인의 부탁으로 서평을 쓴 적이 있다. 다행히도 부탁받고 쓴 글인지 모르는 지인의 동료에게서 "반드시 좋게 본 것 같지는 않지만"이라는 말이 나와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본문으로]
Posted by Enits
,

불멸의 신성가족 상세보기
김두식 지음 | 창비 펴냄
『불멸의 신성가족』은 사법을 주된 탐구 대상으로 삼고, 사법을 통해 우리사회 전체의 모습을 분석하고자 시도하였다. 본문에는 일반적으로 사법 하면 떠올리는 판검사, 변호사, 경찰, 민형사 소송 경험자는...

책이 나오기 전에 제게도 <불명의 신성가족>의 가제본이 전달됐습니다. 읽지는 않고 대충 훑어보기만 했는데, 부제에서 일단 어렴풋이 제목이 뜻하는 바를 유추할 수 있었죠. 또한 '김두식'이라는 저자명에서 이 책은 그의 전작인 <헌법의 풍경>이나 <평화의 얼굴>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표지가 없었기에 그동안 6권이나 진행된 '우리시대 희망찾기'라는 시리즈라는 점은 방기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들고서도 시리즈임을 알 수 없었죠. 뭐 제가 꼼꼼이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 가장 크겠지만, 기존 6권과 표지 디자인이 확연히 다릅니다. 또한 상징성 가득한 제목의 콘셉트도 다르죠. 익숙한 책등이 아니었다면 시리즈의 일부임을 한참 후에나 알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제목으로 인용한 엥겔스의 저작은 저 또한 읽어 보지 않아 내용은 모르나, '신성가족'이라는 단어가 전해 주는 느낌은 명료합니다. 거기에 부제에 기재된 '사법 패밀리'라는 용어로 볼 때 이 책의 성격은 제목만으로도 대충 짐작할 수 있죠. 여기에 저자의 전작을 읽어 본 이들이라면 띠지의 문구를 보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불멸'이라는 수식어가 걸립니다. 그만큼 '사법 패밀리'가 그들만의 철옹성 안에서 스스로를 게토화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동시에 무언가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불길함을 전해 주는 듯합니다. 이는 책의 결말에서도 드러나더군요. '억지로 찾아본 희망'이라는 중제에서 드러나듯 저자는 문제 투성이의 '신성가족'을 어찌해 보지 못하고 "시민들이 두려움의 장막을 걷고 법조계를 향해 말 붙이기를 시작"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나마도 "해체될지도 모릅니다"라는 도망가는 듯한 뉘앙스로 말이죠. "외형적으로는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고 하지만, 저자는 '의사소통의 부재'와 '원만함'이라는 여전한 문제점을 제시하며 스스로 "방법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시민의 희망이다"라는 말은 줄 하나 댈 사람 없는 85.5%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억지로 찾아본 희망"에 불과하지요. 책을 읽으면서 손이 오그라들고 가슴이 미어터지는 와중에도 그래도 마무리에 가서는 제아무리 '불명의 신성가족'이라 할지라도 뭔가 흔들어 볼만한 '껀수'를 제시하겠지 하는 제 바람은 여지없이 휴지통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저자의 위치나 시리즈의 특성을 볼 때 어쩔 수 없겠구나 했던 애초에 느꼈던 한계점이 확인받는 것 같아 조금 불쾌했습니다.


검사 생활이 짧았기에 그저 로스쿨 교수일 뿐인 '신성가족'의 외곽에서 맴도는 저자는 애초에 '법당밖에서 빙빙 도는 종교 전문 기자'와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몇 안 되는 내부고발자들의 구술을 정리하는 책의 콘셉트 상 대안적인 결론을 낼 수 없었을 겁니다. 이건 인정해야죠. 본격적으로 사법 시스템 내의 문제를 내부 고발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일 테니까요. 게다가 저자 스스로가 꾸준히 면접하고 정리하고 기술해 나가면서 신영철 대법관 사태 같은 현 시점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신속하게 다루었다는 점 역시 장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동안 '신성가족'의 지배에서 고통받아 온 사람들을 통해 알게 모르게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에 그친다는 단점으로도 비칩니다. 생생한 내부고발자의 증언에 손이 오그라드는 분노를 야기할 수는 있지만, 정작 하경미 씨처럼 '개고생'을 해야 그나마 대들어 볼 수 있음을 확인할 때 독자는 스스로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시대 희망찾기'라는 시리즈 명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 버립니다. 물론 이러한 사법 패밀리들의 문제점은 사법 제도를 통째로 바꿔야 뭔가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미국처럼 사법시험이 아닌 로스쿨로 변호사를 양성하고, 일률적인 성적순이 아니라 공모로 판사와 검사를 선발해 양성하고, 추첨으로 된 배심원이 실질적인 판결을 하는 등 개선할 방향은 있습니다. 문제가 가득하긴 하지만 이미 로스쿨이 개교했고, 국민참여 배심원 재판도 시범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기의 시도를 접하지 않고 문제점만 고발하는 것은 열심히 분노해 온 독자를 허탈하게 하지 않나 싶군요. 그럴 바에는 나름 법 전문가가 굳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저자가 말한 문제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기자가 진행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의구심이 듭니다. 거기에 저자 스스로 "우습다"라고 실토한 정년 보장이 되고서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서두에서 밝힌 말은 짜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소 지엽적이지만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브로커들을 '신성가족의 제사장'이라 칭한 점은 재미있는데, 그것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신성가족'이라는 상징 가득한 제목 덕분에 딱딱한 고발서에 그쳐 보이지도 않죠. 하지만 딱 거기서라는 게 걸립니다. '신성가족'의 내부와 외부에서 똬리 틀고 있는 각종 군상들을 '신성가족'이라는 이름을 두고 저마다 상징화해 묘사했다면 조금은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표지의 이미지도 아쉽습니다. 굳게 닫힌 '신성가족'의 폐쇄성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자물쇠 모양의 이미지는 그리 보이는데 그 콘셉트와 제목의 서체는 어색해 보입니다. '신성가족'에는 좀 더 견고한 느낌을 준다면, '불멸의'에는 기왕 캘리그라피를 한 것 무언가 바스라 트리는 색깔과 서체를 썼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이리 쓰고 보니 맨 불평만 가득하군요. 앞서 말했지만 읽는 내내 두 손이 오그라드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저 역시 85.5%에 속하는지라 나도 저리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함께 가능한 저 인간들과는 엮이지 않는 게 좋겠구나 수십 번 다짐하면서도 책 자체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재미있게 읽는다 말하면서도 "이거 참 씁쓸하구먼" 하는 속내는 끝내 감출 수가 없군요.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사내 인트라넷에 내부자 리뷰로 쓰였기에 TTB리뷰에 링크하지 않습니다.

Posted by Eni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