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서 대략 3~5년 전만 해도 가장 존경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지체없이 신영복 선생을 꼽았다. 그것은 전적으로 대학 1학년 때 읽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때문이다. 근주자적스러운 세미나를 하면서 나름 말랑한 텍스트라 선배들이 생각해 교재로 선정돼 읽었는데 당시 내게는 상당한 충격과 감흥을 줬다. 더군다나 군대에서 신입 소대장이 가지고 있기에 낼름 빌려 다시 읽으며 감옥 생활과 진배 다를 바 없는 군 생활을 사유하는 나름의 매개체로 대했다. 제대 후 누군가에게 넘겨 준 지 오래된 햇빛출판사의 구판을 대신해 돌베개의 신판을 샀으며, 마찬가지로 <더불어 숲>이나 <나무야 나무야>, <강의> 같은 미디어 연재분을 묶은 책도 일부는 헌책일지라도 사두기는 했다. 하지만 사두기만 했을 뿐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에 대한 관심과 열의, 존경 등의 감정은 도서관 서가에서 찾은 빛바랜 햇빛출판사 구판 표지마냥 바래졌다.

 

이리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군을 전역하면서 통제된 사회 조직으로부터 나름 독립하면서 감옥이라는 조직이 만들어 낸 독특한 사유를 나와 연계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신영복 선생은 진보, 좌파, 개혁, 운동권 같은 일련의 집단에서 '스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스타나 히어로에 관심 없는 나로서는 그에게 유명세가 더할수록 관심을 덜 가지게 됐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가 사상전향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그가 얽힌 추문 또한 들었다(특히 이 추문을 들었을 때 나는 충격받았다). 그리고 그는 점점 상품화됐다. 성공회대에 장학금을 준다는 명목 아래 써 준 모 소주병의 제호도 탐탁지 않았지만,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출판사 또한 그를 철저히 상품으로 만들었다. <엽서> 영인본이야 절판돼 레어템이 돼 재발간이 긍정적이라 보이지만, 연말마다 팔아먹는 탁상 달력과 <청구회 추억>, 그리고나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시리즈 중 신영복 편 같은 건 한마디로 재탕에 삼탕이 아닌가?

 

그중 가장 결정타는 <청구회 추억>이 되겠다. 증보판에 실린 몇 편의 짧은 글을 이런 식으로 단행본으로 만드는 건 아무리 봐도 탐탁지 않다. 증보판에서 '청구회 추억' 편은 분명 처음 구판을 읽었을 때와 다르지 않는 감흥을 줬던 건 사실이다. 제아무리 그림을 더하고 오디오북과 영문 번역문을 더한다 해도 이런 식으로 단행본을 만드는 건 신영복 선생의 팬의 주머니를 털어내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역시나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로 볼 때 적잖게 팔렸다. 사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출판사로서는 고육지책이었는지도 모른다. 분명 신영복이라는 이름 석 자는 잘 팔리는 아이템이다. "이 책으로 재미를 보고 나면 출판사에도 이후 '신영복 우려먹기'에 재미가 들릴지도 모른다"는 나귀님의 우려가 기우였으면 싶다. 하지만 불을 보듯 빤하지 않은가? 신영복 선생의 팬들이 자신들의 글을 모아 책까지 펴내는 마당에. 그리고 여전히 초청 강사와 필자로 최우선 순위로 꼽히는 '스타'이기에.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Eni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