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6권이 나왔단다. 어라 작자인 더글러스 애덤스는 몇 년 전에 죽었다고 들었는데. 미공개 유작이 출간된 걸까?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를 보니 다른 사람이 썼단다. 허긴 셜록 홈즈도 미공개 사건집이나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같은, 코난 도일이 쓰지 않은 셜록 홈즈 시리즈도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좋게 보면 오마주고 나쁘게 보면 셜록 홈즈 이미지 도용이다. 하지만 도용 내지는 차용했을 뿐 아예 시리즈를 다른 사람이 이어서 쓴 것은 아니다.

애초에 더글러스 애덤스가 6권에 대한 집필 계획을 세웠다가 급사했고, 팬들도 강력히 6권을 요청했고, 심지어 유족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직접 집필자를 물색했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미완의 작품이 가지는 아우라에 대한 훼손이다. 아무리 시시껄렁한 대중 소설이라 할지라도 애초에 작가가 설정한 세계가 있고, 인물이 있으며, 사건에는 패턴이 있다. 그것을 생판 다른 사람이 이어서 쓴다는 것은 연장이라기보다는 그저 모방에 불과하다. 설사 재해석 내지 재창조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고인의 작품과 별개인 완전히 새로운 작품일 뿐이다.

은하수~안내서 6권의 출간 소식에 기뻐하는 팬들도 적잖게 보인다. 소설이야 정주행 1회밖에 안 했지만, 영화는 수 차례 반복해 본 내 나름 팬의 범주 안에 든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기에 그 모습이 안타깝다. "대체로 무해"했던 작품에 왠지 몸에 좋지 않은 첨가물을 더 넣어 버린 모양새이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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