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1.22 제프 벡 내한공연 4
  2. 2008.09.17 The Snow Goose
1.
제프 벡 내한공연이 3월 20일로 잡혔다. 마음 같아서는 아내와 손 붙잡고 보고프지만 막 세살된 아이가 걸린다. 처가 등에 맡기고 보러 갈까 하는 마음도 들지만 그게 할 짓인가 싶기도 하다.

2.
가오 선생은 30년 동안의 로망이 실현된다며 이를 계기로 모든 이를 용서하겠단다. 그러고 보니 15년 로망이었던 PFM과 뉴트롤스의 내한공연에도 나는 아무도 용서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소인배?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하며 만약 핑크플로이드가 온다면 이명박과 전두환도 용서하겠다고 했다. 아내는 전두환은 안 된다며 펄쩍 뛰지만, 릭 라이트의 타계로 핑크플로이드의 내한공연은 이제 없다. ㅋㅋ

3.
아내는 알이엠과 레드 제플린이 온다면 만사를 제쳐두고서라도 간다는데 레드 제플린이야 현존하지 않는, 재현이 불가능한 밴드라 치지지만 알이엠은 존속만 된다면 언젠가 한번은 올 듯싶다. 그 말에 나도 보고픈 밴드를 꼽아 보니 대번에 나오는 것은 캐멀. 듣자 하니 앤드류 레이티머의 건강이 호전되어 공연을 준비한다는데, 과연 한국에 올까? 만약 온다면 회사를 그만두고서라도 콜! 모과이나 틴더스틱스, 방코 같은 이들도 땡기는데 과연 올까나?

4.
또 누가 오면 좋을까? 그리고 설사 성사된다면 나는 누구를 용서할 수 있을까? 말은 그랬지만 전두환만큼은 무조건 안 된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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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레시브락 밴드 Camel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은 1975년작 <The Snow Goose>를 꼽는다. 폴 갤리코의 동명 소설 <The Snow Goose>를 모티브로 삼아 가사 없이 연주만 담은(여기에 관해서는 참 비극적인 사연이 있는데 뒤에서 따로 이야기) 앨범인데, 캐멀 라이브의 주된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어제 들은 이들의 첫 번째 라이브 앨범 <A Live Record>의 두 번째 시디에서는 <The Snow Goose>을 통째로 라이브 연주로 들을 수 있다. 캐멀의 연주는 라이브로 들으면 그들의 진가를 좀 더 알 수 있다.

캐멀의 <The Snow Goose>를 들은 지도 한 십 년이 넘는데, 오늘에서야 이 앨범의 원작 소설인 <The Snow Goose>에 관심이 갔다. 'A Story of Dunkirk'라는 부제를 단 폴 갤리코의 <The Snow Goose>는 영국 동부 에섹스 지방의 해안가 습지의 버려진 등대에서 세상 사람들과 절연하며 사는 외로운 장애인 레이아더(사람마다 발음이 다른데 책에는 '리야더'라고 나온다)와 그에게 상처 입은 흰기러기(스노 구스)를 데려온 어린 소녀 프리다의 우정을 다룬 어린이 단편소설이다. 영국 전역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스테디셀러란다. 하지만 이탈리아 출신의 영국 작가라는 누군가의 말에 영국식 발음인 '폴 갈리코'로 알라딘에서 검색하니 절판된 책과 일러스트가 없을 것만 같은 외서 한 권씩 딱 걸린다. 이런... 오기가 생겨 아침에 아마존을 검색했던 김에 다시 찾아보니 역시 주루룩까지는 아니어도 몇 권 나온다. 하지만 표지 일러스트가 공포물이다. 웩. 이것은 교보 외서 코너에서도 구할 수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글로 검색하니 원문에 일러스트 몇 컷이 함께한 PDF를 구할 수 있었다. 역시 오래된 해외저작물은 PDF로 공개된 게 가끔 있다. 한 문단 정도 읽어 보니 호기심이 살살 발동한다. 이참에 이걸 한번 번역해 봐? 아내가 거의 수업료라 할 수 있는 과제로 얄팍한 책 한 권을 번역해 선생에게 제출해야 하는데, 아이 돌보는 것도 힘든데다 번역이라는 게 쉽지 않아 거의 손도 못 되고 있는데, 옆에서 함께 번역하는 것도 아내에게는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적 소양은 개나 줄 정도라 말끔한 번역은 못 되겠지만, 스토리를 보니 교과서에 실어도 될 듯싶기도 하고...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폴 갤리코'로 검색하니... 아놔 욕나온다. 있다. '갤리코'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등록돼 몇 권 검색되는 데다 내가 찾던 <The Snow Goose>도 <흰기러기>라는 이름으로 모 출판사에서 작년 말에 딱 내놓았다. 이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나 전에 다니던 회사를 꼬셔 출간까지 생각했던 나의 철없던 꿈은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 나도 용접하고 모래주머니 채워 넣고 철심까지 박아 놓을 걸.... 하여튼 이미 출간된 책이 있으니 쓸쓸한 마음은 소주 대신 커피 한 잔으로 달래고 주문. 교과서 지문으로 검토라도 해야 하니까. 그래도 호기심이 서린 책을 영문이 아닌 한글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 캐멀의 연주를... 이번에는 스튜디오 버전으로 들어볼까?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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