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 직장에 들렀다가 두 권의 책을 선물받았다. 그중 한 권은 선물이라기보다는 신간소개에 넣어 달라는 청탁 아닌 청탁이지만, 다른 한 권은 어린이책/그림책이다 보니 말 그대로 선물이다.
 
처음에는 그냥 크레파스(색연필인가)를 사용한 그림들로 채워졌구나 싶었는데, 그림체라든가 구성방식이든가 호기심이 끌렸다. 그리고 제목에 들어가는 '분홍돌고래'. 아마존강에 서식한다는, 길을 일고 강으로 흘러들어왔다가 민물에 사는 돌고래. 왈터 살레스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는 분홍돌고래에 관한 전설이 언급된다. 분홍돌고래의 유혹에 넘어가 '교미'한 남자는 빠지지 않아 결국 죽고만다는... ^^;
 
아, 책 소개가 늦었다. 김한민이 그리고 쓴 <웅고와 분홍돌고래>라는 그림책이다. 웅고라는 이름의 노랑머리 흑인아이, 개로 추측되는 하마라는 이름의 동물, 그리고 녹색 악어가 주인공이다. 이 셋은 숲속에서 분홍돌고래를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분홍돌고래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림체가 어디서 낯이 익다 했더니 재작년에 신간소갯글을 썼던 <유리피데스에게>를 그리고 쓴 김한민의 작품이었다. 예술 본연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사소통하지 못하는 세태에 한껏 우울해진 가면쟁이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낸 이 책은 그림체라든지 주제라든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그가 새로 책을 낸 것이다. 그것도 앞서 말한 '친정'에서...
 
이번 책에서도 말하는 내용은 비슷하다. 부질없는 기다림, 근거 없는 희망, 소외된 인간에 대한 씁쓸한 주제의식은 귀여운 인물들의 모습과 달리 몹시 생경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사서 보시라. ^^; 신간소개를 찾아보니 4-7세용이라고 한 매체도 있는데... 글쎄... 내가 보기엔 성인용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읽어 주면 아이들은 딱 그 나이 수준으로 이해할 테고, 어른은 어른의 수준으로 읽을... 그런 책이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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