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드라마신화드라마 - 6점
최복현 지음/풀로엮은집(숨비소리)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라는 시리즈 제목에서 드러나는 그리스 신화의 계보도 부록이다. 이 계보도에는 카오스를 시작으로 제우스에게서 만개되는 신들과 인간들의 복잡하게 꼬인 계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사실 그리스 신화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나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를 비롯한 여러 구전, 필전되는 여러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힌 집단 창작물이기에 신화에 드러나는 군상들은 굳이 그들의 기행이 아니더라도 복잡한 관계 덕에 좀체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국전지 커다란 종이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신과 인간 들의 계보도는 그리스 신화를 좀 더 쉽게 접근하도록 이끌어 준다.

아쉽게도 이 책의 장점은 이 계보도 부록에서 끝난다. 본문은 평이한 서술로 그리스 신화의 주요 부분을 서술해 주고 있지만, 그것이 딱히 불핀치가 쓰고 이윤기가 번역한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쉽게 읽힌다고 보기 힘들며,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같은 천병희 선생의 원전 번역작보다 권위가 있다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사실 다만 이 책처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다일 뿐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에도 부록으로 신들의 계보도를 꽤 상세하게 제공한다. 물론 그리스 신화를 개작된 문학 작품으로 볼 필요도, 머리 싸매 가며 원전을 파고들며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의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대중 저술가가 쓴 어중간한 서술은 장점이 없다.

실제 내용 측면에서도 저자는 그리스 신화는 펠라우고스 신화, 오르페우스 신화, 호메로스가 전하는 신화, 헤시오도스가 전하는 신화, 네 가지가 얽힌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저자의 서술은 우리가 익숙한 후자 두 신화만 이야기할 뿐이다. 그렇다고 그리스 신화를 다룬 다른 책과 차이점도 없다. 저자 스스로 좀체 다른 해석을 내린다거나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 보지 못하고 그저 이야기를 전해 줄 뿐이다. 신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조명한다는 인문학의 본 목적을 이행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더군다나 기존 그리스 신화 관련 책자를 분명 참조해 가며 서술했을 텐데도 참고 문헌이라 밝힌 책이 한 권도 없다는 것은 글쎄... 수십 종의 관련 서적이 난무하는 강호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행위이다.

이 책은 이런 점에서 그럴듯한 부록만 남는 책이다. 평이하게 쓰인 탓에 대중교통 이동 중 같은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좋긴 하지만...
http://camelian.tistory.com2009-05-13T10:51:190.3610
Posted by Eni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