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안티쿠스에서 메일이 왔다. 고전, 역사, 종교, 신화 등을 주로 실은 괜찮은 인문-교양 잡지였다. 하지만 정기 구독이 끝나고 곧이어 잡지가 사실상 폐간되는 바람에 잊고 살았는데 간만의 소식을 받았다. 혹시 재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감에 메일을 열어 봤는데, 아쉽게도 재간에 대한 소식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실망 그 자체의 메일은 아니었다.

안티쿠스는 창간호부터 16호까지 전 권을 웹사이트에서 PDF로 제공한다. "과월호를 찾으시는 분들과 절판된 호의 내용이 궁금하신 회원 여러분을 위해"라는 메일의 문구를 볼 때 실상 폐간했음에도 과월호를 찾는 사람이 꽤 있나 보다. 그렇다고 이것을 다시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안티쿠스는 PDF로 공개했다. 당연스레 무료로. 고해상도로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개인용 프린터로 출력해 보는 데에는 큰 무리 없을 듯하다.

발행인이 굴지의 인쇄-출력 업체의 사장 부인이었던 관계로 어느 정도 독자만 붙어 줬더라면 계속 나올 수 있었을 듯한데, 그 '어느 정도'를 채우지 못해 끝내 폐간됐다고 들었다. 그 정도밖에 안 되는 협소한 한국의 인문학 시장은 늘 아쉽다. 그래도 혹시나 찾을지 모르는 독자를 위해 선뜻 PDF로 제공해 무료(물론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은 해야 한다)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전 발행인의 결단은 그나마 그것을 메워 준다 싶다. 그런 힘으로 한국의 인문학은 그나마 버티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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