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ch Will을 엠파스에서 검색하니 "이걸 한국 음악으로 봐 줄 수 있는 것일까?"는 문구가 가장 먼저 보인다. 맞는 말이다. 예전에 이 앨범을 처음 구입한 뒤 '오호라'라는 감탄사를 내뱉은 뒤 (왕년에 음악 좀 들었다는) 동료에게 들려줬더니 그 역시 "얘네 한국 사람 맞아"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구심을 자아냈을 정도이다.

Witch Will이라는 밴드 이름은 닉 드레이크의 앨범 <Pink Moon>에 수록된 곡 Which Will을 변용한 것이다. 닉 드레이크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데, 그런 만큼 Witch Will은 철저히 닉 드레이크, 도노반, 페어포트 컨벤션 같은 60-70년대 브리티시 포크 풍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는 전적으로 밥 딜런, 조앤 바에즈 류의 아메리칸 포크로부터 영향을 받은 기존의 포크 음악과는 다른 우리에게는 생경한 음악이다. 그게 어떤 풍이냐는 말에 혹자는 "칙칙하고 어두운 '추운 겨울밤'이라는 피부에 닿는 느낌과 닮은 음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국의 겨울은 엄청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우울하고 쓸쓸함의 악명은 높다"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멜랑꼬리하다 못해 글루미한 우울함 그리고 처연함이라고나 할까?

기타/리코더와 보컬을 맡은 박상, 베이스/만돌린/봉고를 연주하는 이재희 "두 명의 멤버는 모두 영국식 모던 포크의 광팬임을 자처하며, 노랫말 또한 일관되게 영어로 소화해 낸다. 앨범을 관통하는 만돌린이나 레코더, 그리고 첼로의 사운드는 아일랜드, 혹은 영국적 민요로서 포크의 향을 풍기며, 보컬의 음울한 읊조림은 닉 드레이크나 벨 엔 세바스찬의 분위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것은 이들의 장점이며 또한 단점이다. 한국에서의 포크 전통을 따르지 않는 브리티시 포크의 텍스트들은 그 자체로 신선함을 일으키지만, 반대로 영국 포크의 전통을 거스르지 않는 음악들은 신선함 혹은 다양성 이상의 어떤 것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함이 지속적인 구심력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들 때문이리라."

아바나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뜻의 앨범 타이틀이나 오렌지색 커버 이미지만 봐서는 일레트로닉 라운지 음악이 연상되는 Witch Will의 음악은 이렇듯 양가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통적인 포크의 흐름에 취합하지 않으면서 또한 크로스오버니 퓨전이니 하는 요즘 시대의 흐름 또한 휩싸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좋아하는 과거 먼 나라의 음악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말하자면 브리티시 포크 오타쿠라고나 할까? 요즘 세상 브리티시 포크를 듣는 이가 몇이나 될까? 듣는 이도 별로 없는데, 이들은 들으라고, 아니 자신들이 좋아 부르고 들으려고 앨범을 내놓았다. 오타쿠는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세상을 좀 더 다채롭고 풍요럽게 만드는 법이다.


Trip On Havana(2002)


01. Golden Boy
02. Seaweed #1
03. See


04. Picnic
05. Stranger's Shovel
06. Bluedale Way


07. Girl On The Fairland
08. Dog Racing
09. Trip On Havana
10. Lullaby
11. Seaweed #2


12. Tune From The Air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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