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으면서 식당에서 나오는 모 드라마를 보는 순간 갑자기 소환된 기억... 속초공항...

해외여행 경험이 배 타고 규슈 간 것밖에 없는지라 비행기 탄 것은 제주도 두 번 간 것밖에 없는데, 사실 하나 더 있다. 속초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편도로 비행기를 탄 것.

속초공항이야 2002년에 폐쇄된지라 그런 공항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텐데, 공항이 태백산맥과 동해 바다 사이 골짜기에 있는지라  워낙 작고 위험하고 안개도 잘 껴 결항률이 역시 폐쇄된 목포공항과 쌍벽을 이루는 그런 공항이었다.

이등병 시절 실제 근무지는 해안가였지만 대대 본부는 바로 속초공항 옆에 있던지라 휴가자는 대대 본부에 신고하고서 옆집에서 비행기 타고 집에 가는 게 당시 부대원들의 로망이었다. "뱅기 타고 집에 가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물론 실질적으로 운행하는 노선은 김포-속초뿐이어서 수도권 사람들에게 한정되는 일이었지만, 함께 휴가 나온 사람들에 이끌려 100일 휴가 때는 비행기를 타 버렸다.

소요 시간은 30분이나 되나? 정말 이륙하고선 공중에서 잠깐 있다가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너무 찰라여서 기내 서비스가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복귀 시는 물론 이후 휴가에는 이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군인은 할인된다지만 요금도 만만치 않았고, 김포공항도 서울 서쪽에 쏠려 있어 지하철5호선을 이용한다 해도 여러 모로 불편했기 때문.

그리고 전역 2년 후 공항은 폐쇄. 이제는 사라진 공항이 되었고, 사라진 기억이 되었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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