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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3 균일가 덤핑 세일을 두고 1
필자나 역자는 물론 출판 노동자들의 피, 땀,  눈물의 결정체인 '책'에게 '50% 세일'이라든지 '7천 원 균일가'라든지 하는 말은 가혹한 세상살이의 징표이다. 엄청난 출판 시장의 불황기에 결국 출판사들은 언 발에 오줌 놓기 형식으로 덤핑을 시작했다. 이미 예견했던 바. 하지만 막상 그리 접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게로 달아 팔아도 시원찮을 책이 있으면, 고이고이 서가에 모셔 두고 틈틈이 꺼내 볼 책도 상존하는 법. 괜찮으나 도무지 안 팔리는 책만 내놓는 모 출판사도 결국 제살 깎아 먹기의 대열에 나섰다. 그 출판사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드는 16만 원짜리 책을 전부터 탐냈는데, 마침 30% 할인으로 나오기에 접수할까 했더니 결제가 전처럼 5% 할인으로 되는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시스템 오류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기다렸더니 아예 5% 할인으로 수정됐다. 헛. 이럴 수가. 거기에서 나오는 적잖은 적립금을 산울림 박스 세트 사는 데 쓰려 했는데... 흑흑.

아무튼 10% 할인해 주는 다른 인터넷 서점이 있어 그쪽에서 주문했다만, 왠지 그 출판사들의 괜찮은 책이 아른거린다. 그 책이 아니면 그 책만큼의 다른 책도 사랑해 줄 텐데... 사실 그 책은 한정판이기는 하지만 16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아무도 쉽게 사려들지 않을 테니 품절되는 일은 생각만큼 일어나지 않을 텐데.

요즘 같은 세상 책 한 권 못 살 형편이라 꼭 필요한 책도 덜덜거리며 사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실탄으로 싼값에 사 들이는 인간도 있을 게다. 물론 나라고 전자였던 적이 없을까? 대학 시절 지지리 책 안 읽던 데는 어려운 책만 읽어야 할 것 같은(혹은 읽으라고 강요 아닌 강요을 받은) 강박도 강박이었지만, 살 돈도 꽂아 둘 공간도 언제나 넉넉지 않았던 연유가 살포시 숨어 들어 있다.

괜히 안쓰럽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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