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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1 크로노스 쿼텟이 참여한 영화 음악 2종 2
스타와 돈을 쳐 발랐음에도 징하게 망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천년을 흐르는 사랑(The Fountain)"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클린트 맨셀도 크로노스 쿼텟도 몰랐을 것이고, 모과이도 그저 Take Me Somewhere Nice를 연주한 이들로만 기억했을 것이다. 물론 휴 잭맨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울버린 그 자체이었을 것이다.

천 년의 시간 동안 멕시코 마야 유적지, 미국의 어딘가, 그리고 시발라 성운을 오가는 이 복잡하고 난해한 영화에 집중하게 한 것은, 휴 잭맨과 레이철 와이즈의 연기도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연출도 아닌, 클린트 맨셀이 크로노스 쿼텟과 모과이를 동원해 만든 사운드트랙이었다. 사실 컴퓨터그래픽을 쓰지 않고 아날로그 작업으로 일일이 찍어 냈다고 하는 영상도 죽였지만, 그리고 두 배우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이 일품이었지만, 결코 음악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소위 포스트락을 한다는 밴드 모과이는 일찍이 접해 보기는 한 밴드였지만, 크로노스 쿼텟은 처음 듣는 밴드(?)였다. 찾아보니 클래식쪽에서 주로 현대 음악이나 다른 장르의 음악을 재해석해 연주하는 현악 4중주단. 묵직하면서도 음산하고 다소 신경질적인 그들의 연주는 바이얼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모과이나 다를 바 없다. 특히 영화의 엔딩신에 삽입된 곡인 Death Is The Road To Awe에서 모과이와 함께 보여 준, 막다른 절벽을 향해 무한질주하는 알렉스의 드라이빙 같은 파괴적이면서 애잔한 연주는 압권이었다.



하나에 꽂히면 그 대상에 대해 물자체 탐구를 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법. 내한공연도 했지만 크로노스 쿼텟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자료가 없었다. 음반도 별로. 게다가 영화 음악에서 다소 난해한 접근법을 보여 준 이들인지라 섣불리 음반을 사기도 모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전작 <Requiem For A Dream>에서 역시 클린트 맨셀의 지휘로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일찌감치 음반은 품절되어 있었고, 결성 10주년 기념 10장짜리 박스세트를 알라딘에서 초염가에 팔았음에도 그 사실을 늦게 알아 품절 문구만 본 덕에 한동안 절망한 채로 관심을 끊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음반을 구해서 들으니 역시 아싸라비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사운드트랙이 어느 정도 기승전결을 갖춘 곡보다는 주로 짧은 스코어를 묶어서 편성한데다, 클린트 맨셀의 일렉트로닉 음악이나 실험적인 음악이 곳곳에 자리 잡은지라, 크로노스 쿼텟은 <천년을 흐르는 사랑>만큼의 드라마틱한 연주는 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곡에서는 테마를 변주해 특유의 음산하면서도 신경질적인 연주를 제대로 들려준다. 사실 영화는 판타지인 <천년을 흐르는 사랑>보다 더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 군상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 준다는데, 종종 반복되는 크로노스 쿼텟의 비오는 날 손톱으로 긁는 듯한 스트링 연주만으로도 영화를 다 보여 주는 느낌이다. '너무' 제대로 보여 줘 외려 영화를 절대 보고 싶지 않게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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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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