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헨 옹도 인정했다시피 아무리 오리지널이라고 해도 Hallelujah는 솔직히 제프 버클리의 커버가 더 낫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오리지널로...
옛날 뮤지션들만 좋아하다 보니  툭 하면 부고를 접한다. 올드 뮤직 애호가의 비애....

RIP Leonard Cohen

https://www.youtube.com/watch?v=ttEMYvp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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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과 최성원의 관계는 비틀즈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관계와 얼추 비슷하다. 그리고 정말 친하면서도 허구헌날 싸워 대던 둘을 그래도 달래 주고 화해시키고 놀아 주고 한 사람은 두 밴드의 드러머인 주찬권과 링고 스타였다. 그럼 조지는? 내 나름 허성욱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허성욱에 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게 없다.
재결성하면서 톱밴드2에 나간다느니 바람을 넣고 놀러와에서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던 들국화는 결국 주찬권의 죽음으로 다시 산화해 버렸다. 전인권과 최성원이 다투더라도 그들을 이어 줄 사람은 이제 없기 때문이다.

들국화가 재결성하기 전에 귀국해 솔로 앨범까지 냈던 원년 멤버 조덕환이 재결성에 끼이지 않았던 것은 의외였으나 그 무렵 조덕환은 집안 문제 때문에 미국으로 간 게 아니라 들국화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봤다. '세계로 가는 기차',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축복합니다' 같은 명곡을 쓰긴 했지만 다른 멤버에 비해 노래도 별로고 기타도 못 쳤다는 이유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조덕환의 자리는 첫 앨범에서 세션을 했던 최구희와 손진태의 몫이었고 조덕환의 자리는 이내 잊혔다.
그런 점에서 조덕환의 포지션은 비틀즈 데뷔 직전에 방출당한 피트 베스트의 위치가 아닌가 한다.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던 어머니 빽으로 비틀즈 멤버라고까지 평가받던, 쫓아내고 싶어도 명분이 부족해 프로듀서인 조지 마틴의 성에 안 찬다는 명목 아래 쫓겨난 드러머 피트 베스트 말이다. 비틀즈의 앤솔로지 앨범이 히트하면서 실연자 저작권료만으로도 그때까지 평생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나중에서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그래도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고 평가받는 피트 베스트와 달리 조덕환에 대한 평과 반응은 '뭐 그랬어' 정도에 불과한 듯하다.

오늘 조덕환이 암 투병 끝에 작고했다고 한다. 나라가 개판이어도 가신 분은 고이 모셔야 한다. 그게 산 자의 도리, 팬의 의무다.

RIP 조덕환 1953-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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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종종 시디를 듣는데 비틀즈의 컴필레이션 앨범 중에서 일명 레드 앨범이라 불리는 '1962-1966'의 첫 번째 시디를 트니 아이가 좋아한다. 특히 She Loves You의 후렴구 '예예예예'를 따라 부르는데... 거참. 아이도 좋아하고 아이의 반응도 재미있어 몇 차례 더 시디를 트니 아이는 아예 노래를 따라 부른다. 심지어 음악을 더 듣겠다고 차에서 안 내린다고 떼를 부르는 상황이 벌어져 난감하기까지. 아직 말도 잘 못하는 애가 영어로 노래를 부르니.

아내 말로는 비틀즈 초기의 음악은 일반적인 동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 간결한 멜로디, 반복적인 리듬, 경쾌한 분위기, 매끄러운 하모니, 일리 있는 말이다. 앞서 말한 부작용도 있어 산울림 동요 앨범도 틀어 줬는데 비틀즈 만큼의 호응은 없다. 사실 비틀즈도 그 앨범에 수록된 첫 네 곡인 Love Me Do - Please Please Me - From Me To You - She Loves You를 좋아할 뿐 뒤에 이어지는 곡은 네 곡에 비하면 호응도는 그저그런편. 다섯 번째 곡 I Wanna Hold Your Hand도 별로고 시대를 넘어선 한국인의 애창곡 Yesterday도 별로라 한다. 허긴 아들에게 지난날이란 뭐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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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릿 조핸슨의 농염한 듯하면서도 특유의 어리숙하고 맹한 표정을 커버에 담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사운드트랙의 일본반에는 다른 반에는 없는 50 Floors Up이라는 곡이 추가로 수록되어 있다.

나직하면서 감미롭고 조금은 권태로운 듯 무미건조하게 딩동 거리는 건반 음이 3분가량 흘러나오다 한 8분 정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12분 58초라는 러닝 타임을 볼 때 히든 트랙에서 자주 써먹던 공백 처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갑자기 스칼릿 조핸슨이 '레이디스 앤 젠틀먼 블라블라' 하더니 이내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하핫. 영화 본 사람은 알겠지만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록시 뮤직의 More Than This, 그리고 빌 머레이가 가라오케에서 이 곡을 지독히도 못 부른다. 영화 내내 그리고 최근 십여 년 동안 여타의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보여 준 권태의 극에 달한 표정과 자세, 말투 등을 한데 녹여 내어서. 이쯤 되면 제프 버클리가 Songs To No One(1991-92)에서 레드제플린의 Kashmir를 장난친 건지 아니면 조롱한 건지 코믹하게 부른 것과 비등하다.



비디오 버전은 저작권 관계로 짤렸다. 하하. 당연한 거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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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miata Forneria Marconi, 일명 PFM의 데뷔 앨범에는 Impresionni Di Settembre라는 곡이 있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9월의 인상' 정도 된다. 조곤조곤 읊조리는 듯 어쿠스틱 기타에 맞추어 나직하게 들리던 목소리는 곧 이탈리아 남정네의 열정으로 발화되고 급기야 무그의 폭풍이 몰아친다. 그리고 반복. 여름과 가을의 문턱에서 낮에는 여름, 밤에는 가을 같은 9월에 대한 인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Impressioni Di Settembre - Storia Di Un Minuto(1972)

PFM은 좁은(?) 이탈리아에서 벗어나고파 영국으로 진출한다. 그 과정에서 영어 앨범을 내놓고 Impresionni Di Settembre도 새로운 버전으로 내놓는다. 이름도 완연히 바꾸어서. 사운드의 질감은 좀 더 좋아지고 멜로트론이 좀 더 강하게 몰아치나, 혹자는 완벽한 편곡으로 더 좋아졌다고 하나, 왠지 느낌은 가을과 겨울의 문턱으로 옮겨진 데다 조금은 두터운 벽에 가로막힌 느낌. 그래도 원곡이 워낙 좋으니까.


The World Became The World - The World Became The World(1974)


보너스로 근자에 있었던 일본 클럽 치타 공연 실황의 일부. 약간은 힘에 부친 듯한 목소리와 조금은 느린 연주에서 꽤 오랜 세월이 지났음을 알 수 있으나, 거의 환갑줄 닿은 이 할배들의 열정만큼은 아직 청춘이다. 허긴 저때보다 몇 년 뒤인 내한 공연에서는 회춘했는지 아예 펄펄 날아다니더구만.


Impressioni Di Settembre - Live in Japan(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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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워커 님의 음반몰을 뒤지다 한 앨범에 시선이 멈추었다. Darryl Way's Wolf의 데뷔 앨범 "Canis Lupus". 늑대의 학명을 타이틀로 한 이 앨범은 커버에도 늑대(개처럼 보이지만 뭐 둘은 사촌이니까)를 담았다. 오래 전에 "아트록 음반 가이드"에서 이름만 보았는데,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이전 밴드인 Curved Air는 몇 번 듣기는 했으니까 비슷한 스타일이 아닐까 싶었다. 마침 슬립워커 님이 국내에서 인기 얻은 곡이라며 McDonald's Lament를 소개한지라 유튜브에서 검색, 그리고 청취.

오옷! 이런 느낌 참 오랜 만이다. 바이얼린인지 비올라인지(도대체 음악 몇 년을 들었는데 둘의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다니) 아무튼 대릴 웨이의 애절한 연주는 '만가'라는 제목을 그대로 살려 주며 심장을 저며 버렸다.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연주에 술 생각만 간절. 아, 남들 다 휴가 가는 시즌에 평생 여름 휴가 한번 못 가 본 설움이 북받치는 이런 건. 아무튼 한번에 뿅 가 버린 탓에 원래 사려고 마음먹었던 배드핑커의 "애스"를 장바구니에서 삭제. 그런데 아뿔사 며칠 지난 뒤에 다시 보니 누가 사가 버렸다. 슬립워커 님 말대로 중고는 한번 마음이 동할 때 서슴없이 카드를 긁어야 하건만.

그래도 간만에 한 장 건졌다. 물론 앨범 전체적으로 보면 이 곡 정도의 임팩트를 주는 곡은 없지만 그래도 못 들을 만한 곡은 하나 없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더군다나 이 앨범은 국내에 그리 많이 들어오지 않은 앨범인 만큼 잘 사기는 잘 산 거다.




덧.
제목의 맥도널드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는 이언 맥도널드를 말하는 건가? 그런데 그의 만가라고 하면 왠지 그가 죽었을 것만 같다. 물론 이언 맥도널드는 이후에 포리너로 히트쳤으니 그가 죽었을 리는 없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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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ssion>, <Once Upon A Time In America>, <Cinema Paradiso>, <Love Affairs>.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언제나 가슴 저미는 선율, 하지만 섬세하거나 장중하다기보다는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단조로운 패턴의 선율로 수놓아져 있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가슴 저미는 선율은 웬만해서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그중에서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을 담당한 영화 중에서 최고 걸작은 아무래도 세르지오 레오네의 무법자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Once Upon A Time In West>일 것이다. 미국의 서부에서 무법자들의 종말을 드라마틱하게 보여 주는 영화도 영화지만, 엔니오 모리코네의 빼어난 선율을 다각적으로 변주한 테마는 영화를 뛰어넘는다. 성스러움, 한탄스러움, 아련함, 희망, 아쉬움, 쓸쓸함 등 영화에서 표현되는 그 어떤 정서와도 잘 조화되는 <Once Upon A Time In West>의 테마야말로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부활의 2집 <Remeber>의 대미를 장식하는 Jill's Theme, 메인 테마의 변주 중 하나인 질의 테마를 듣다가 예전에 쓴 이 글이 생각나 수정해 본다.




호기심에 인터넷을 뒤지니 꽤 많은 뮤지션이 이 곡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연주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은 듯. 그렇게 찾은 곡 가운데 가장 절절했던 곡은 노르웨이의 바이얼리니스트 Arve Tellefsen의 연주. 바이얼린이라는 악기의 특성상 마치 날카로운 비수가 심장을 서서히 파고드는 듯한 절절함이 살아 있는 곡인 듯싶다. 칼이 스며들어간 상처 자욱에서 흘러 내리는 선홍색 피. 하지만 그런 장면조차 아름답도록 보이게 만드는 영화는 수없지 않은가? 그런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Arve Tellefsen - <Intermezzo>(2002)


다음 곡은 영화에 마지막 엔딩신에 실린(실은 영화를 언제 봤는지조차 기억이 안나는 - 혹시 안 봤을지도 모르는 - 정확히는 모르나 이런 음악은 대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흐른다)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의 Finale. 스트링의 조화 속에서 여성 스캣 코러스과 이따금 흐르는 하프시코드가 살짝 얹혀져 아르베 텔레프센의 곡에 비해 한껏 아련함이 느껴진다. 아마 영화의 Finale로 쓰여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아르베 텔레프센이 지금 겪고 있는 절절한 아픔이라면, 원곡은 먼 옛날의 아픔을 회상하는 느낌을 전해 준다.

Ennio Morricone -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OST>(1972)


그리고 다음은 클래식 대중화의 전도사인 클래식 계의 히딩크라 불리우는 앙드레 류가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와 전 세계를 돌며 협연했던 곡. 원곡보다는 좀 더 장중한 느낌의 오케스트라에 아득한 느낌을 주는 소프라노의 코러스가 다소 위압적이게 들린다. 텔레프센의 절절함이나 원곡의 아득함을 느끼기는 힘드나 좀 더 강렬한 느낌을 전해 준다.

Andre Rieu - <Special Tour Edition>(2004)


이어지는 곡은 엔니오 모리꼬네와 파두 현대화의 선두 주자(?) 둘체 폰테스가 함께한 앨범 <Focus>에 실린 버전이다. 얼핏 듣기에는 셀린느 디옹이 아닌가 했는데 둘체 폰테스란다(나 보고 목소리를 구별하라는 것은 이명박의 주둥아리를 꼬매는 것보다 조금 쉬운 행위이다). 대개 파두에서 느낄 수 있던 애조띤 정서보다는 꾹꾹 눌러 담아 놨던 슬픔을 터뜨린 채 엉엉 우는 듯한 힘 있는 보컬이 또 다른 면에서 숙연하게 만든다.

Ennio Morricone & Dulce Pontes - <Focus>(2003)


앞서 말했듯 부활 2집에는 'Jill's Theme'이라는 이름으로 록 스타일의 연주곡이 수록되었다. 김태원의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이 곡은 일렉트릭 기타의 울부짖음으로 원곡의 스캣을 절묘하게 카피하고 있다. 아무래도 록 밴드의 연주이다 보니 다른 연주보다 다소 격하게 느껴지지만 애당초 엔니오 모리코네가 추구한 정서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앨범 수록 이후 부활의 공연에서는 자주 연주되는 듯한데, 이승철이 다시 합류한 후 가진 관현악단과 함께한 공연 실황을 올려 본다.

마지막으로 마크 노플러가 이끌었던 다이어 스트레이츠가 연주한 곡을 올려 본다. 원곡과는 제목만 같을 뿐이다. ^^;

Dire Straits - <Communique>(1979)

* 엠블 시절 작성한 글을 아주 조금 고치고 보탠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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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Badfinger의 Without you를 포스팅한 적 있다. 일단 크게 울고 보면 장땡이라는 듯 속절없이 엉엉 우는 듯한 머라이어 캐리의 커버와 달리 터져 나올 듯한 눈물을 꾸꾹 참으며 목울대만 겨우 적시게 하는 배드핑거스의 오리지널에 아무래도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설사 아랜비빠라서 그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공연 중에 "배드핑거는 가라! 우린 비틀즈를 원한다"라는 팬들의 야유에 충격받고서 자살을 택한 피트 햄의 가려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무래도 이쪽에 정이 가기 마련.

피트 햄은 생전에 솔로 앨범을 내지 못하고 사후에 데모를 편집한 유작만 2종 내놓았는데, 그중 <Golders Green>에 그의 이름을 팝 음악사에 남긴 걸작 Without You의 다른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에게도 흔히 알려진 Without You는 1970년에 나온 <No Dice>에 수록된 곡인데, 이 곡은 Without You의 백미인 후렴구 부분이 원곡(?)과 아예 다르다. 그 덕에 아예 분위기도 통으로 다르다. 배드핑거 버전의 정서가 슬픔 또는 괴로움이라면, 피트 햄 솔로 버전은 안타까움 또는 아련함이다. 원곡(?)의 절절함은 느낄 수 없지만 이것 역시 매력이 있다. 실제로 연인과 이별하면 징징 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저 홀로 쓸쓸해하는 척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 곡은 후자의 정서를 반영한 게 아닐까?

앨범에 실린 곡들이 대부분 피트 햄이 혼자 작곡하고 녹음하던 데모가 출전인지라 아무래도 이 곡이 원 곡이고, 배드핑거의 일원으로써 녹음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절절하게 가사를 바꾸고 편곡한 게 아닐까 싶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톰 이번스가 공동 작곡자인 것으로 보아선 후렴구는 톰 이번스의 작품이 아닐까 추측만 해 본다.



Golders Green(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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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돈을 쳐 발랐음에도 징하게 망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천년을 흐르는 사랑(The Fountain)"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클린트 맨셀도 크로노스 쿼텟도 몰랐을 것이고, 모과이도 그저 Take Me Somewhere Nice를 연주한 이들로만 기억했을 것이다. 물론 휴 잭맨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울버린 그 자체이었을 것이다.

천 년의 시간 동안 멕시코 마야 유적지, 미국의 어딘가, 그리고 시발라 성운을 오가는 이 복잡하고 난해한 영화에 집중하게 한 것은, 휴 잭맨과 레이철 와이즈의 연기도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연출도 아닌, 클린트 맨셀이 크로노스 쿼텟과 모과이를 동원해 만든 사운드트랙이었다. 사실 컴퓨터그래픽을 쓰지 않고 아날로그 작업으로 일일이 찍어 냈다고 하는 영상도 죽였지만, 그리고 두 배우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이 일품이었지만, 결코 음악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소위 포스트락을 한다는 밴드 모과이는 일찍이 접해 보기는 한 밴드였지만, 크로노스 쿼텟은 처음 듣는 밴드(?)였다. 찾아보니 클래식쪽에서 주로 현대 음악이나 다른 장르의 음악을 재해석해 연주하는 현악 4중주단. 묵직하면서도 음산하고 다소 신경질적인 그들의 연주는 바이얼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모과이나 다를 바 없다. 특히 영화의 엔딩신에 삽입된 곡인 Death Is The Road To Awe에서 모과이와 함께 보여 준, 막다른 절벽을 향해 무한질주하는 알렉스의 드라이빙 같은 파괴적이면서 애잔한 연주는 압권이었다.



하나에 꽂히면 그 대상에 대해 물자체 탐구를 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법. 내한공연도 했지만 크로노스 쿼텟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자료가 없었다. 음반도 별로. 게다가 영화 음악에서 다소 난해한 접근법을 보여 준 이들인지라 섣불리 음반을 사기도 모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전작 <Requiem For A Dream>에서 역시 클린트 맨셀의 지휘로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일찌감치 음반은 품절되어 있었고, 결성 10주년 기념 10장짜리 박스세트를 알라딘에서 초염가에 팔았음에도 그 사실을 늦게 알아 품절 문구만 본 덕에 한동안 절망한 채로 관심을 끊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음반을 구해서 들으니 역시 아싸라비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사운드트랙이 어느 정도 기승전결을 갖춘 곡보다는 주로 짧은 스코어를 묶어서 편성한데다, 클린트 맨셀의 일렉트로닉 음악이나 실험적인 음악이 곳곳에 자리 잡은지라, 크로노스 쿼텟은 <천년을 흐르는 사랑>만큼의 드라마틱한 연주는 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곡에서는 테마를 변주해 특유의 음산하면서도 신경질적인 연주를 제대로 들려준다. 사실 영화는 판타지인 <천년을 흐르는 사랑>보다 더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 군상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 준다는데, 종종 반복되는 크로노스 쿼텟의 비오는 날 손톱으로 긁는 듯한 스트링 연주만으로도 영화를 다 보여 주는 느낌이다. '너무' 제대로 보여 줘 외려 영화를 절대 보고 싶지 않게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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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톤과 달리 칙칙하고 코믹한 뮤직비디오


그나마 훨 나은 공연 실황

칙칙하고 쌀쌀한 늦가을-초겨울에 잘 어울리는 곡, Procol Harum 하면 떠오르는 명곡 A Whiter Shade Of Pale. 킹크림슨과 함께 전문 작사가를 밴드에 두었는데, 둘 다 좀처럼 알 수 없는 관용 표현을 엄청나게 사용해 가사를 쓰는 바람에 난해하기 그지없다.

가사는 난해할지라도 바흐의 멜로디를 차용한 장중한 오르간 연주 하나만으로도 불멸의 히트곡의 대열에 올려놓았다. 이 곡을 무수히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했는데, 그중 데이빗 랜츠가 리메이크한 곡에서는 원곡에서 오르간을 연주했던 매튜 피셔가 오르간을 연주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눈이 내리는 계절에는 데이빗 버전의 연주가 좀 더 어울린다 싶다.


데이빗 랜츠의 뮤직 비디오

며칠 동안 지속된 날씨 때문에 문득 생각나 아쉬운 대로 인터넷을 검색해 들으려 하니 뜬금없는 뉴스가 검색된다. 오르간 연주자 매튜 피셔가 Procol Harum의 리더 게리 브루커와 작사가 키스 레이드뿐만 아니라 자기에게도 저작권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 애초에 피셔는 바흐의 칸타타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2악장, 일명 'G선상의 아리아'의 멜로디를 차용해 게리 브루커와 키스 레이드가 이미 만들어 놓은 A Whiter Shade Of Pale에 오르간 전주를 덧붙여 새로 녹음했기에 자신에게도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했단다. 사실 이 곡은 그 오르간 전주 하나만으로 이미 팝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곡인지라 피셔의 공로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한 영국 법원은 피셔의 공로를 일부 인정하는 것으로 판결했다.


매튜 피셔도 함께한 실황인 Live at the Union Cha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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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의 스튜디오 앨범은 다 가지고 있는데, 이중에서 굳이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The Dark Side Of The Moon>도 <The Wall>도 아닌, 아마도 가장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1994년작 <The Division Bell>을 고르지 않을까 싶다. 이 앨범은 실제로 가장 처음 들은, 그리고 가장 처음 산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이다. 물론 라디오에서 이전에도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 곡들을 몇 번 듣기는 했지만, 앨범을 온전히 통으로 들은 것은 <The Division Bell>이 최초였다. 무척 오랜만에 핑크 플로이드의 정규 앨범이 나온지라 앨범 발매 당시 팝 음악을 다루는 라디오 방송이나 잡지에서는 <The Division Bell>에 대해 전성기 시절의 핑크 플로이드를 재현했다느니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시일이 지나니 로저 워터스의 부재를 언급하거나 기대만 못하다, 전성기는 지난 지 오래됐다, 라는 혹평도 쏟아져 나왔지만, 모아이 석상을 차용한 앨범 커버 이미지와 Cluster One라는 첫 곡만으로도 나는 핑크 플로이드에 흠뻑 빠져들었고, 그 후 없는 돈을 털어 가며 십수 년 동안 그들의 앨범을 한 장 한 장 사 모았다.

연주곡인 첫 곡부터 앨범과 뮤지션에 빠져들게 했던 <The Division Bell>에서 내가 좋아하는 곡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곡이었다. 방송에서는 Take It Back이나 Keep Talking이 주로 흘러나왔지만 뉴트롤스의 Adagio나 킹크림슨의 In The Court Of Crimson King처럼 단번에 나를 사로잡은 곡은 묘한 울림을 주는 종소리로 시작하는, 그리고 그것으로 끝을 맺는 High Hopes였다. 물론 우리네 종과 달리 중후한 멋도 없고, 대성당의 종처럼 묵직한 맛도 없는 고작 망치(?)로 때려 소리 내는 종소리였지만 빈 공간을 메우는 그 소리가 피아노 소리와 엮어질 때 들었던 그 느낌만으로 이미 게임은 끝났었다. 그다음 이어 나오는 핑크 플로이드의 연주와 특히 데이빗 길모어의 목소리는 실상 그 종소리를 거들 뿐. 비록 "거들 뿐'이라고 했지만 점점 고조되어 가는, 오케스트라를 가미한 핑크 플로이드의 연주는 듣는 내내 끝을 알 수 없는 스릴러 영화처럼 등골을 오싹하게 하며 내 마음을 조였다 풀었다 했다. 그러다 끝나갈 때 다시 흘러나오는 종소리. 오호라 완벽한 수미쌍관이다.

유튜브에서 본, 2003년도에 발매된 <Meltdown Concert> DVD에 실린 데이빗 길모어의 연주. 샘 브라운을 위시한 무려 아홉 명의 코러스를 쓰긴 했지만, 오랜 친구들(릭 라이트, 밥 겔도프, 로버트 와이어트, 마이클 케이먼, 딕 페리)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주축된 9명의 세션과 벌인 실내악스러운 공연은 빈약(?)한 규모 탓에 허전한 듯하게 들리는 감도 있지만,  대체로 데이빗의 목소리와 첼로 연주는 그 허전한 규모가 주는 빈약함을 사사삭삭 메워 버린다. 아니 이 곡에는 당최 빈틈이라고는 없게 설계된 곡일지도 모른다. 설사 순간순간 조그마한 빈틈이라도 생길라 치면 그의 밴드가 그것마저 메워 버린다. 덕분에 중반부터 나오는 코러스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정도. 그네들이 없었어도 데이빗과 그의 친구들은 완벽한 무실점 경기를 펼쳤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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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파스텔 뮤직에서 나온 <Siamese Flower>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산 적 있다. 대체로 아내가 싫어하는 음악들로 채워진 이 앨범은 파스텔 뮤직과 로봇이라는 영국의 인디 레이블에서 활동하는 여덟 밴드의 음악을 두 곡씩 모은 것인데, 보너스 시디까지 들어 있는 이 앨범은 현재 품절 중이다. (씨익.) 젠장, 혹시나 해서 다시 검색해 보니 재출시되었나 보다.

간드러지는 미스티 블루는 나 역시 별로이나, 국내 인디 뮤지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티어라이너나 해파리소년(Jelly Boy)가 함께 수록되었는 데, 로봇 출신의 뮤지션 중에서는 Tuco라고 하는 듣보잡 밴드에 귀를 뺐기었다. 뭔가 프로그레시브한 느낌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얼터네이티브한 면모도 좀 있고, 브릿스런 피시앤칩스 냄새도 살포시 나는데, 앨범에 포함된 부클릿을 보니 역시나 영국 밴드이다.

이 앨범에서는 그들의 앨범 <The Shrinking Process>(2005)에서 Meckanikal Dialling과 Can't Tell (the Cood From The Bed)이 실렸는데, 특히 앞의 곡이 무척 마음에 든다. 퉁탕 거리는 드럼 비트나 일렉트릭 기타의 디스토션 음의 배합도 좋고, 뭔가 왕 삐친 듯한 보컬의 목소리도 마음에 든다. 뒷 곡의 나른한 보컬도 왠지 정감이 간다.

투코라 하면 세르지오 레오네의 걸작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 나오는 '추한 놈' 투코와 남미에 사는 설치류의 한 종인 투코-투코, 신촌에 있는 케밥집 이외에는 별 다른 검색 결과가 없을 정도로 한국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밴드이다. 향뮤직에도 앨범 입고 사실이 없는데, 이 앨범으로 인해 땡 잡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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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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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음악이 죽은 날' 하면 돈 매클린의 American Pie에 나오듯 버디 할리가 비행기 사고사로 죽은 1959년 2월 3일을 말하기도 하고, 존 레논이 팬이 쏜 총에 맞아 죽은 1980년 12월 8일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음악이 죽은 날'이라 하면 오늘 11월 1일이 아닐까 싶다. 이유는 1987년 11월 1일에 유재하가 교통사고로 죽은 데 이어 정확히 3년 후 그의 좋은 술친구였던 김현식이 간경화로 죽었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비범했던 두 뮤지션이, 그것도 함께 밴드 하며 곧잘 술을 퍼 마시던 둘이 3년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같은 날에 세상을 뜬 것은 우연 아닌 우연일 것이다.

이쯤에서 뭘 틀까? 비록 유재하가 앨범 녹음에는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채 탈퇴하긴 했지만 이 둘이 밴드를 함께했던 1986년에 나온 김현식의 3집에 실린 '가리워진 길'이 어떨지. 마침 유재하가 딱 자기 스타일대로 만들고, 김현식과 유재하가 따로 자신의 앨범에 실은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이유로 유재하의 곡보다는 김현식에 곡에 좀 더 끌린다.



사실 음악을 듣자마자 프로그레시브에 빠진 인간인지라 80년대 가요에 관심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김현식도 유재하도 그렇게 좋아해 본 적 없다. 개나 소나 다 아는 히트곡 한두 곡 빼고는 뭘 들어봤어야지. 얼마 전 구입한 박준흠의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을>을 읽다가 이 기묘한 이야기에 관심이 갔는데 마침 11월 1일이 되었다. 더분에 김현식과 유재하의 음악을 찾아 듣는데 진작에 듣지 못했던 게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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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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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하루는 넘어가고...
언제까지 이 짓을 하고 살아야 하나 울컥할 때
나를 진정시키는 곡
Egberto Gismonti의 And Zero.
이름을 보아하니 이태리 사람.
어느 블로그에서는 브라질이 고향이라고 하는데,
팻 메스니의 'Letter From Home'을 연상케 하는 첫 소절.
왠지 벨기에나 알사스 아니면 슬로베니아의 느낌이 나는 건반의 투명함.
탁 트인 호수 좀 있고, 우거진 숲도 좀 있고, 너른 초원도 있고... 그런...
식상하기 짝이 없는 목가적이니, 전원적이니 하는 수식어도 뭐 어색하지 않다.



젠장 다운 받은 wma 파일을 올린답시고 mp3로 바꾸었더니 지글지글 사글사글.
맛이 팍팍 떨어진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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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버든 & 애니멀스의 Paint It Black이 들어 있는 앨범을 찾다가 우연히 레어템을 발견했다. 이름하여 포커스의 Hamburger Concerto. 얄팍한 용돈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도 이런 거 두고 지나치면 찜찜해서 일이 안 된다. 문제는 몇 끼는 점심에 라면만 먹어야 한다는 거. 

알라딘에 앨범 정보가 없을 정도로 좀체 구하기 힘들었던 앨범인데, 아니나 다를까 티스토리에 밴드 이름과 곡명을 그대로 파일 제목으로 올려도 제제받지 않는다. 아싸. 사실 나는 이 앨범에서 타이틀 곡을 더 좋아하는데, 이 곡을 좋아하는 비다 님의 요청으로 올려 본다.

Strasbourg - la flèche de la cathédrale
Strasbourg - la flèche de la cathédrale by Erminig Gwen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티스토리의 제제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추석 연휴가 지나면 비공개로 돌립니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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