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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0 겨울, 기타 6
나는 기타를 못 친다. 동아리 친구 여섯 가운데 기타를 못 쳤던 이는 나 하나뿐이었다. 심지어 아내도 베이스로 이름을 날렸다는데 나는 못 친다. 10여 년 뒤면 아들 녀석도 기타를 치겠다고 덤빌 텐데 나는 그때까지 아마 기타를 못 칠 것이다.

손으로 하는 것은 다 못하는... 글씨도 못 써, 바느질도 못해, 매듭도 못 묶어... 저주받은(?) 손 덕에 어렸을 적부터 악기라면 일단 고개부터 도리도리 했다. 초딩 시절의 멜로디온과 리코더, 중딩 시절의 하모니카, 고딩 시절의 단소... 그냥 아예 시험을 안 봐 버렸다. 그런 이들이 한 반에 서넛씩은 있었기에 음악 선생도 그냥 패쓰~해 버렸다. 뭐 점수 깎이는 것은 나를 비롯한 실기 거부자들의 응당 치러야 할 대가였으니 억지로 악기를 손에 쥐어 줄 필요는 음악 선생에게는 애당초 없었다.

대학 때 동아리 친구들이 선배를 하는 거 따라한답시고 동아리방에서 저마다 기타를 부여 잡고 띵까띵까 할 때 나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겠어 했다. 물론 그건 여우가 저건 시어 터져 버린 포도야, 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해 봤자 안 될 것 같으니 지레 겁 먹고 포기한 것... 여자친구 들에게 남자가 기타도 못 친다고 구박받아도 그냥 무시해 버렸다. 하하하.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기타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좀 부러웠다. 하핫 부러우면 지는 건데 결국 부러워하고 있다. 특히 멋드러진 기타 연주를 들을 때마다 저것을 흉내 내 볼 수 있을까 하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내가 기타를 칠 날은 없을 게다. 이제 와서 손톱 밑에 굳은 살 배기게 하고 싶지 않다. 당연스레 무언가 배우는 것도 쉽지 않다. 뭐 그냥 이대로 살련다. 언제는 잘살았나?

그런데 우연히 걸려든 기타 연주곡... 오늘 또 졌다.
생긴 건 에릭 클랩튼을 연상케 하는 아저씨, 유윈!

Es Ware Schon Gewesen from <Sologuitar>(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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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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