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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8 POD로라도 자기 동네 통계를 볼 수 있기를 2
대한민국 정치 사회 지도 : 집약본
8점

손낙구의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 - 수도권편"의 출간 이야기에 책을 사려 했더니 정가 10만 원. 인터넷 서점에서 10% 할인받고 적립금을 고려해도 후덜덜. 그래도 자료 확보 차원과 출판사에 대한 애정을 생각해서 구매할까 했지만 아내의 반대로 끝내 구입하지 못했다. 그러다 몇달 지나 집약본이라는 이름으로 정가 1.7만원짜리 발췌본이 나왔다. 서문에 달린 출간 배경이 기가 막히다.

2010년 2월에 펴낸 <대한민국 정치 사회 지도: 수도권 편>의 10만 원이라는 가격이 독자들이 돈을 주고 사서 읽기엔 너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한 독자는 서민의 관점에서 쓴 책이 서민이 사서 읽기 어렵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요약본이라도 내달라는 주문을 했다. 한 번은 이 책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서 필자가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3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청중은 말할 것도 없고 토론자도 이 책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한 사람은 언론에 소개된 내용과 필자의 발표문만 참조했고 다른 사람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다고 했다.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은 서점에서 이 책을 손에 쥐고 살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결국 내려놓았다며 구매자의 고민을 말해 주었다. 책값 때문에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어, 언론에 실린 기사를 통해서만 이 책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문제라는 생각에 서민판을 내기로 했다.

학술회의 토론자들조차 사지 않는 책. 나처럼 도서구입지원비를 받는 사람조차 구입하지 못하는 책.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고 해도 가격이 후덜덜 해도 뜻 있는 사서가 아니면 한정된 예산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 힘든 책. 그런 책을 낸 저자도 출판사도 오판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집약본이라는 이름으로 가격을 대폭 낮춘 책이 나왔지만 1660쪽에 B5 사이즈의 책을 440쪽에 A5로 축약하다 보니 책의 핵심 자료인 시군구별 자료는 강남구, 수원시, (인천)남구만 빼고 통째로 사라졌다. 정작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인 마포구나 곧 이사 갈 파주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볼 수 없는 것. 이게 어디 나만 그러겠는가.

저자가 수 년 동안 손품 팔아 생성한, 귀한 자료를 출판사에 내놓으라 할 수 없으니 결국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듯, 10만 원짜리 수도권편을 손 떨어가며 사든가 도서관에서 빌리든가 아니면 대형 서점에서 훑어 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든 생각은 POD이다. 이른바 주문자 제작 출력. 예시로 실린 강남구, 수원시, 남구 대신 자기가 사는, 또는 관심이 가는 시군구만 골라 책을 엮는 것이다. 조금 방식을 달리하면 기존의 집약본과 별개로 시군구별 예시만 자신이 골라 출력해 제본할 수도 있겠다. 적잖게 찍었을 수도권편이 안 팔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오로지 가격 때문에 자기가 사는 동네의 지표를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손익 계산을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현재 POD는 문제가 있다. 가장 큰 것은 POD가 결코 싸지 않다는 것. 교과서를 제작하면서 여러번 POD를 이용해 봤는데, 출력의 질은 차치하고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4도 양면의 경우 쪽당 200원. 해 보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단도를 대략 100원이라 하면 440쪽의 경우 4.4만원이 나온다. 제본비야 1천 원 정도이니 별 의미 없다 쳐도 가격이 후덜덜해진다. 물론 마스터 인쇄도 가능하고 대략 쪽당 15원 정도니까 가격은 확 내려간다. 학위 논문으로 주로 취급하는 업체의 경우 10부 정도부터 가능하고 100부 이상부터는 어느 정도 할인이 되는 만큼 시도해 볼 만하다.

이렇게라도 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봤으면 하는데, 그저 집약본 나온 것에 감지덕지해야 할까? 기왕지사 실책을 인정하고 집약본을 낸 만큼 최소한 고려 정도는 해 봤으면 좋겠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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