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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5 밑줄 가득 찬 책을 펴 봤다가 4
오래 전에 사두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펼쳐 보지 않았던 헌책을 꺼내 펴 보았다. 면지에 적힌 84년의 기록. 학교, 학과, 학년, 그리고 두 개의 이름(아마도 사 준 이와 받은 이인 듯). 그리고 이어지는 누리끼리한 바랜 종이들...

책은 저자 서문에서부터 밑줄이 한 가득이다. 책을 죽 넘겨 보니 적으면 1/3, 많으면 2/3 정도 밑줄이 그어져 있다. 그것도 모나미 173 볼펜을 자 대고 쭉쭉 그은... 아마 저학년들이 학습을 열심히 하려고 티 낸 흔적이겠지. 이따금 붉은 색 볼펜으로 중요함을 강조한 부분도 있고, 동글뱅이나 연번이 쳐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정도로 밑줄을 그어 놓으면 무엇이 중요한 부분이고 무엇이 덜 중요한 부분인지 어떻게 알까나? 책의 원 소유주의 집요함은 책의 마지막 문단에까지 밑줄을 쳐 놓는다. 밑줄이 안 그어진 속표지와 미주뿐. 차례에도 동글뱅이가 쳐져 있다.

초심자들은 책을 읽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밑줄을 그을 때 일단 그어 놓고 본다. 그러다 보면 줄은 한 면을 가득 채우기 일쑤다. 왜냐면 다 모르는 내용이 줄줄이 나오는데 뭐가 중요한지 뭐가 덜 중요한지 알 수 없기 때문. 그리고 나름대로 성심성의를 부린다고 자 대고 밑줄을 긋는다. 초심자들이 그렇다면 중급 이상들은 안 그런다는 말. 한 면에 그치지 않고 길게는 한 챕터를 다 읽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밑줄이 서너 줄을 넘을 것 같으면 밑줄 대신 박스를 친다. 그리고 의문점이나 더 생각해 볼거리가 있으면 여백에 뭐라 적어 놓는다. 그리고 그것을 모아다 노트에 옮겨 적는다. 당근 노트는 삼공노트이다. 옮겨 적은 것들은 다른 책을 읽으며 해결한다. 그리고 책을 다시 읽는다.

그런데 그다음 단계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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