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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6 인문교양 서적은 사치품? 8
어제 모 1인출판사 사장과 점심을 함께할 자리가 있었다. 이제 과학/경제 교양 서적 10권 낸 신생 출판사 사장이신데, 얼마 전 모 인터넷서점의 본부장급 사람이 했다는 말을 읊어 주신다.

"인문교양 서적? 그거 사치품이죠."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단순한 텍스트 분석보다는 사장 분이 전해 주는 맥락 아래 해석하면 다음처럼 바꿔 이야기할 수 있다.

"인문교양 서적? 요즘 안 팔려요. 작년의 절반 수준밖에 안 팔려요. 불경기가 촛불 정국이다 사람들이 책을 통 안 사 봐요. 이런 마당에 자기계발서나 실용서가 아닌 인문교양 서적이요? 그런 책은 이제 돈 좀 있고 한가한 사람들이나 사서 읽는 사치품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살기 바빠서 책 못 읽어요. 이게 우리 현실이에요."

그러면서 사장은 5년 후 위기를 이야기하신다.

"5년 후가 문제예요. 5년 후면 386세대들이 모두 40대가 돼요. 지금의 인문교양 서적의 주 독자층은 30대인데, 그네들이 40대가 되면 책 못 읽어요. 먹고살기 팍팍하죠, 애들 크면 자기 책은 못 사 줘도 애들 책은 사 줘야 하죠."

실질적인 386의 끝 자락인 88학번이 이미 40대가 됐으므로 굳이 5년 후가 아니라 올해 이미 인문교양 서적 시장의 위기는 시작됐다. 불경기와 촛불 정국은 그저 하나의 변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장은 한 가지 희망을 이야기한다.

"지금의 10대가 20대가 되면 달라질 수 있어요. 이 세대들은 386 초기 세대의 자녀들이거든요. 어렸을 적부터 양질의 어린이책을 읽으며 자라난 세대예요. 촛불 시위의 초두에 10대들이 앞장선 거 다 나름 배경이 있는 거죠."

물론 장밋빛 환상일 수 있는 게 지금의 10대가 20대가 됐을 때 지금처럼 경기가 나쁘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 악화된 불경기에서는 지금의 20대와 다를 바 없어질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질적으로 다른 세대이다. 입시지옥과 멸사봉공의 산업화 시대를 산 20대들의 부모인 70년대 학번과 10대들의 부모 세대인 386세대의 차이만큼이나.

과연 5년 뒤 인문교양 서적 시장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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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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