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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1 자유론 번역본 중 무엇이 좋을까? 2
아내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원제가 On Liberty이기에 '자유에 관하여'가 적합한 번역 같다.)을 읽고 싶어 하기에 검색을 해 보니 유명한 책답게 번역본이 여러 종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자유론'으로 검색하니 20종이 검색된다. 여기서 논술용 서적과 절판된 판본을 제외하고 출판사의 지명도를 놓고 보니 대충 4종이 추려진다. 최근 출간순으로 기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이 팔린 판본은 위너스초이스에서 나온 논술용 서적이다.

박홍규가 번역한 문예출판사 본(2009. 3. 신국판 320쪽)
가장 최근에 번역된 판본으로 "<자유론> 출간 150주년을 맞아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비판적 해설을 곁들여 번역했다."라고 한다. 고전의 번역에 머물지 않고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를 파고들었다고 한다. 해설 덕에 320쪽으로 가장 두꺼우나 가격은 1만원으로 착한 편이다.

김형철이 번역한 서광사 개정판 본(2008. 5. 신국판 302쪽)
김형철 연세대 교수가 번역한 판본으로 1992년에 나온 활판본을 손질해 양장본으로 나왔다. 양장본인 탓에 1.8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교수신문 기획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 선정 판본이다.

이주명이 옮긴 필맥 본(2008. 3. 문고판 변형 236쪽)
필맥 사장이 직접 번역한 필맥 본은 유일하게 'On Liberty'라는 제목을 살렸다. 236쪽(7천원)으로 가장 얄팍하다. 번역의 질은 다른 판본에 비해 잘 모르겠으나 필맥이 이제까지 내 놓은 책을 볼 때 나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표지가 마음에 든다.

서병훈이 옮긴 책세상 본(2005. 1. 문고판 변형 254쪽)
책세상문고답게 254쪽에 6.9천원으로 가장 싸고 작다. 필맥 본보다 두꺼운 이유는 역자의 해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서병훈 숭실대 교수가 번역했는데, 역자 중 유일하게 정치사상 전공자이다. 김형철 본과 마찬가지로 교수신문 선정작이며, 네 종 중 가장 많이 팔렸다.

교수신문이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라는 기획을 추진하고 이것을 책으로 펴 냈을 때 추천받은 판본은 김형철(서광사) 본과 서병훈(책세상) 본이다. 하지만 책이 나온 게 2006년이니 이후에 나온 필맥 본이나 문예출판사 본은 검토되지 않았다.

원제를 최대로 살린 '자유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긴 하나 아무래도 이주명 본은 가장 먼저 탈락하게 될 듯하다. 번역의 질이 차이가 나지 않는 선에서는 고전 번역본은 아무래도 해제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비싼 양장본인 김형철 본도 탈락할 확률이 높다. 책장에 꽂아 둘 가오용이 아닌 담에야 고전은 읽고 또 읽어야 할 책이며, 사실 <자유론>은 팸플릿 수준의 얄팍한 책이기에 양장본이라는 외피가 적절지 않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박홍규 본과 서병훈 본인데, 아무래도 아내가 직접 판단하는 게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난은 두울 다아!'라고 말하고 싶다. [2009-06-19]

업무상 자유론의 한 대목을 쓸 일이 있어 일전에 구입한 박홍규 역본을 봤는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았다. 그래서 서병훈 역본을 구해 비교해 보니 딱딱하고 건조한 게 이것은 무슨 바윗덩어리 같았다. 원문의 의도를 온전히 파악하는 데에는 차라리 딱딱한 게 나으나 떠듬떠듬 읽기란 힘겨운 일이다. 그렇다고 명상을 해야 하는 글을 읽는 것이 쉽지도 않고. 이에 구글을 뒤져 영문 원본을 보니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한눈에 글쓴이의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의도는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기에 일단 서병훈 역본을 참고해 꽤 윤문하는 것으로 결론내었다. 하지만 박홍규 역본의 장점은 박홍규의 시의적절(?)한 해제이다. 자유론이 인류사에서 가지는 위치에 기반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자유가 어떻게 훼손되는지를 논파한 글은 재미도 있고 의도도 깊다. 이것만으로도 살 만은 하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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