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갓 지난 아들은 아직 혼자 잠들지 못한다. 엄마 젖 먹으면서 자든지 아니면 내 팔에 안겨 자장가를 들어야 잠이 든다. 자장가라면 수도 없이 많지만 아들에게 가장 효과 있는 자장가는 <섬집 아기>이다. 아마도 산후도우미 분이 처음에 이 곡을 부르며 재워 줘 아들에게 가장 익숙한 곡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가 가사는커녕 곡도 제맘대로 부른다는 것. 아내가 몇 번이나 '교정'해 줘도 이쪽으로는 둔감한 내 머리는 좀체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 해도 해도 안 되면 가르치는 사람도 포기하는 법. 아내는 입을 닫아 버렸다. 고로 나는 더욱 엉망으로, 그것도 듣보잡 스토리를 엮어 가며 부른다. 그래도 아들은 잘도 잔다.

찾아보니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가 있기에 불펌한다. 바이얼린도 아닌 첼로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의 비올라. 하지만 엄마 아이를 홀로 집에 남겨 둔 채 일해야만 하는 현실의 척박함과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아이가 꿋꿋하게 잠을 잔다는 현실을 초월한 판타지가 엮인 이 곡과 잘 맞아든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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