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도미옹이 쥑인다고 할 때 설레발치지 말라는 식으로 퉁했는데...
손이 미안하게스리 오늘 나 또한 쥑인다 읊조린다.
앨범 뒷표지에도 속지에도 나오지 않는 히든 트랙.
앞에서 한번 나온 곡이 다시 나온다 싶었는데,
웬걸 심장에 대못을 박는다.
자본이란 이름에 / 세계라는 이름에숨겨진 가사에서 그는 우리 모두가 착취와 파괴의 동조자임을 밝힌다.
정의라는 이름에 / 개발이란 이름에
세련된 너의 폭력 / 세련된 너의 착취
세련된 너의 전쟁 / 세련된 너의 파괴
가슴 한 켠이 울컥 한다.
아니라고 변명해 봤자, 조윤석처럼 '난 사람이었네'라고 말해 봤자,
그건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악마의 맷돌을 멈추지 않는 한 이 수렁에서 우리는 헤어날 수 없다.
하지만... 그 맷돌은 우리마저 갈아 버리기 시작한 게 오늘의 우리 세계.
루시드폴 시디를 걸기 이전에 우연찮게도
공정무역 쇼핑몰에서 아들에게 줄 축구공과 몇 가지 식료품을 주문했다.
'착한 축구공.'
어찌 일개 사물인 축구공에게 '착하다'라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우리네 세상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아니, 그것을 강요해 왔다.
내가 9천 원짜리 축구공 하나를 사면 만든 꼬맹이들에게 몇 푼이나 갈까?
그래도 거대 스포츠용품점에서 사는 것보단 좀 더 쥐어 줄 수 있다면...
알량한 마스터베이션 같은 구매이지만, "그래도"라는 수식어을 달아 본다.
이참에 조금 맛이 떨어지더라도 커피도 공정무역 제품으로 바꿀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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