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시디롬에 모과이의 <Young Team>을 밀어 넣는다. 어디 만만한 곡이 없다 하지만 한 곡 두 곡 지나 어느덧 마지막 곡. 까끌 까끌거리는 일렉 기타의 인트로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내 들어오는 리듬 섹션의 그루브. 시선은 시디 커버에 멈춘다.

mogwai fear satan

이를테면 '마귀가 사탄을 두려워하네...'인가? 어랍쇼? Mogwai는 광둥어로 마귀(魔鬼) 또는 마괴(魔怪)를 뜻한다는데(그렇다 영화 <그렘린>에 나오는 '모과이'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그러면 두려워하지 말고 헤이 친구, 또는 네 주인님 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곡이 분위기를 타자 지옥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일렉 기타의 거친 노이즈가 솟구쳐 오른다. 스래시메틀이나 데스메틀처럼 무자비하게 갈겨대진 않더라도 분위기는 이미 심상치 않다. 후훗.

아니 그런데 거친 디스토션 속에서 플룻 소리가 들린다. 흠, 식상한 표현이지만 쓰레기통 속에서 핀 한 송이 장미 같은... 에이, 너무 상투적이다. 어디 다른 표현 없을까? 하하 사탄의 달콤한 속삭임, 이러면 좋을까? 이후 연주는 플룻 연주와 일렉 기타가 반복을 거듭하며, 지옥의 나락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뭐가 이리 길어 싶어 다시 챙겨 보니 연주 시간은 16분 19초.

검색 엔진을 돌려 보니 눈에 띄는 문구가 보인다.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저녁은 지옥에서 먹을 테니까.

모든 에픽 서사 반복 점층 폭발 노이즈 오르가즘 대곡들의 원조.

모과이의 음악에 대한 이바구에는 섹스나 오르가즘 같은 말이 많이 쓰인다. 패턴을 반복하는 가운데 점층적으로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아스라한 짜릿함을 보여 준 뒤 약간 서툴리 정리하는 이들의 표현 방식은 그러한 해석 내지는 평을 낳았다.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느덧 길지만 지루하지 않던 연주가 끝나 간다. 약간 허무한 듯 느껴지는 플룻 소리에 사탄이 죽어 가는 비명 소리 같은 이펙트가 잇달아 겹치면서 연주는 끝나 버린다. 사탄은, 지옥은 과연 어떻게 된 걸까? 모과이는 사탄을 물리친 걸까? 아니면 두려움으로 굴복해 버린 것일까?





from <Young Team>(1997)

바보 같이 초등 수준의 단어를 헷갈리는 대망신을 겪었다. 아...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집 아기  (8) 2009.01.02
'아름다운 삶'의 보너스 시디에 든 4곡  (9) 2008.11.07
착한 축구공...  (5) 2008.10.28
이제는 이곳이다  (2) 2008.10.26
루비 같은 앙상블  (3) 2008.10.08
Posted by Eni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