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공동묘지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공터. 총잡이 셋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한가운데는 금화 20만 달러가 묻힌 무덤 주인의 이름이 적힌 돌멩이가 있다. 셋 가운데 살아남는 단 한 사람만이 그 돌멩이를 뒤집을 수 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20만 달러이니 지금으로 치면 200백만 달러 정도는 가뿐히 넘을 법한 이 거액을 손에 쥘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흔히 서부영화에서 보아 온 1:1 대결이 아니다. 바로 앞에 선 한 사람만 죽이면 끝이었던 1:1 대결과 달리 삼각 대결이기에 따라서 이 셋은 서로 노려 보며 언제든 자기가 아닌 다른 두 사람에게 총알을 날릴 태세를 취한다. 자신은 살고, 다른 둘은 죽어야 한다.

모종의 동업자였던 투코를 등쳐 먹은 블론디, 그에 앙심을 품고 결국 블론디를 죽음 직전으로 몰아넣으며 복수를 꾀한 투코, 투코와 블론디를 죽이고 금화를 전유하려는 엔젤 아이즈.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에게 원한과 증오, 그리고 금화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을 가슴에 품고 있다.

사실 삼각 대립은 가장 완벽한 조합이다. 탁자의 다리가 4개인 것보다 3개인 것이 더 안정적이듯, 제갈량이 솥 정 자를 써 삼국정립의 구도를 유비에게 일렀듯 삼각 관계는 사태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균형의 구도이다. 이것은 섣불리 하나를 치려다간 상대 둘이 짬짜미해 역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협공을 취하는 척하다가 파트너를 바꿔 역공을 취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삼각 관계에서는 아군도 적군도 없이 오로지 자기 하나만 바라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서로 노려만 봐야 한다. 그도 아니면 다른 둘을 한번에 맞설 수 있는 기지와 완력이 있어야 한다.

블론디와 투코, 그리고 엔젤 아이즈는 서로 노려만 본다. 서로 자신이 아닌 다른 둘은 누구도 믿을 수 없거니와 혼자 금화를 차지하는데 방해만 되기에 반드시 없애야 한다. 하지만 섣불리 한쪽을 공격하다간 자칫 셋 다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자 그러면 누구를 먼저 쏘아야 하나? 아니면 한 놈과 짬짜미해 다른 놈을 함께 공격해 금화를 반으로 나눠야 하나? 그런데 그 놈을 믿을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이 삼각 구도를 깨트리면 한쪽이 다른 둘을 한번에 맞서야 한다. 조조가 결과적으로 천하를 얻은 건 오와 촉이 먼저 서로 멱살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셋은? 잔뜩 긴장감을 서렸던 감독은 The Good과 The Ugly, 그리고 The Bad라 칭한 데서 실마리를 제시한다. 이기는 놈이 '착한 놈'이고, 이용 당하는 놈이 '추한 놈'이며, 지는 놈이 '나쁜 놈'이다. 승패는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180분에 이르는 길고 긴 러닝 타임 내내 잔뜩 서려진 긴장감은 이것을 순간적으로 망각하도록 했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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