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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4 잘 만든 엔딩신의 중요성 4
아침에 어느 블로그에서 장진의 <박수칠 때 떠나라>를 두고 엔딩신의 중요성을 언급한 글을 읽었다. 결과 지향적이긴 하지만 끝이 좋으면 모두 용서받는다는 말, '끝이 좋은면 다 좋은 거다'라는 말이 통하는 현실에서는 틀렸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외려 이재한의 <컷런스딥>처럼 짠한 엔딩신 덕에 영화 보는 내내 심드렁했음에도 깊은 인상을 받는 영화가 있다. 물론 <타인의 삶>처럼 가뜩이나 좋았던 영화에 금칠을 하는 엔딩신도 있다.

아네스 자우이의 <타인의 취향>은 영화 전체가 좋았지만 특히 엔딩이 더 좋았던 영화이다. 이를테면 <타인의 삶>이 정말 가슴 짠하게 하는 감격스러운 엔딩신을 보임으로써 감명을 준다면, <타인의 취향>은 뒤통수를 툭 치는 듯한 살짜쿵 반전신으로 영화를 마무리한다. 물론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영화의 전체 맥락을 모른 채 적절한 부분에서 커팅되지 않은(유튜브에도 없다니...--;) 아래의 동영상만 보면 '이 따위가 뭐' 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이래저래 갈등을 겪으며 꼬이기 시작했던 사건들이 결말에 가 하나둘 풀리면서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데, 브루노의 플룻 연습과 악단의 합주가 장식하는 엔딩신은 영화 전체를 함축해 보여 준다.

이를테면 영화 보는 내내 빽빽 거리는 브루노의 플룻 연습을 짜증냈는데, 영화가 끝나 가려는 마당에도 브루노의 연주는 여전히 빽빽 거리나 싶었다. 그러던 찰나 브루노의 연주가 아마추어 실내악단의 경쾌한 합주를 절묘하게 이끄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내 눈가에 살짝 웃음이 감돌았다. 게다가 연습하는 내내 뭔 곡인지 통 알 수 없었던 연습곡의 정체는 '난 후회하지 않아'로 번역되는 에디뜨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이다. 그러면서 올라가는 엔딩타이틀. 영화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을 정도.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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