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비싼 값에 산 <브라질>의 중고 비디오테이프. 무척 아끼는 영화이지만, 때는 이미 디비디 시대인지라 더 이상 보지도 않게 되고 그렇다고 책장에 꽂아 두자니 술 생각만 절로 나게 하던지라 마침 네온님이 <브라질>을 비롯한 내가 가진 비디오테이프 10장 9편을 전량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지난 네온님이 때린 번개 때 소유권을 네온님에게로 이전했다.
 
인수가는 협의 후 결정하자고 했는데 네온님은 내가 생각했던 금액의 2.5배를 때려 나를 당황케 했다. 순간 나는 큰 맘 먹고 그 금액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양심적으로 원래 내가 생각했던 금액을 말할지, 양심을 약간 만 팔아 적당한 값에서 선심 쓰는 척 값을 부를지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중고 비디오테이프로 큰 돈 벌면 벌 받을 듯해 결국 내가 제시한 금액만 불렀다. 그리고 대금도 현금 박치기가 아닌 책 교환으로. 네온님은 서점에서 일하신다. 직원가로 사면 싸단다 ^^; 그래서 고른 책이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가 책임편집을 맡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과 수전 손택의 <우울한 열정>이다. 물론 두 권의 책 값은 비디오 거래가보다 많고, 인터넷서점에서 사는 것보다 싸다. 결과적으로 네온님과 나의 거래는 윈-윈.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은 1001편의 영화를 다루고 있는 만큼 분량부터 압권이다. 960쪽 아트지에 양장본. 도저히 들고다닐 수 없는 무게에다 하루에 한 편씩만 본다고 해도 1001일이 걸린다. 연애하면서 1000일을 세는 사람이라면 그 엄청난 시간의 흐름에 질릴지도 모른다. ^^; 수전 손택은 유명세에 비하면 잘 모르는 저자이지만, '우울한 열정'이라는 책 제목에 끌렸다. 실은 두 권 다 <필름2.0>의 컬처 블로그에 소개된 책이다. 으하하하 책을 자주 사지도 않으면서도 책을 잘 읽지도 않아 안 본 책이 점점 쌓아져 가는데 들어온 책. 다 읽을 고통과 다 읽고서 느낄 쾌감이 뒤섞여 나를 흥분시킨다. 흠... 이번에는 후딱 읽어 버려야지.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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