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칸트의 황금궁전>을 끝으로 국내에 발간된 코르토 말테제 시리즈를 모두 구입했다. 보르헤스 전집(아내의 것)과 땡땡의 모험 시리즈 미구입분을 함께 매달 한 권씩 다섯 달에 걸쳐 샀는데, 시리즈 물을 한 달에 한 권씩 사는 맛도 은근 쏠쏠하다. 다음 주에 땡땡의 모험 중 <일곱 개의 수정 구슬>마저 사면 땡땡의 모험 시리즈 구입도 완결이다.

코르코 말테제 시리즈는 사실 위 다섯 권이 전부가 아니다. 위키에서 찾아본 코르토 말테제 시리즈는 모두 12권이며, 거기에 비공식 작품인 <코르토 말테제-회상록>(이건 만화가 아닌 듯)이 있다. 하지만 이 다섯 권이 아닌 다른 시리즈는 아마 한국어판으로는 보기 힘들 듯하다. 알라딘 기준으로 다섯 권 다 세일즈포인트가 500을 넘지 못한다. 즉 초판 초쇄도 못 팔았다는 이야기이다. 기 출간작이 이러한데 새 출간작을 내놓을 간 큰 출판사 사장은 없다. 아쉽다....

내가 코르토 말테제 시리즈를 사게 된 건 전적으로 박사와 이명석이 경향신문에 연재한 '지구보다 큰 지도'의 코르토 말테제 편 탓이다. 2002년에 시리즈가 처음 출간되면서 언론을 살짝 탔으며, 올해 시카프에서 전시전이 열렸다지만 전혀 알지 못했다. 경향신문 기사에는 다음 같은 구절이 있다.

풍성한 고고학과 민속학 지식, 놀라운 용맹성과 위기 대처 능력, 어떤 이념과 국적에도 소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항해와 모험을 거듭했던 코르토는 ‘인디아나 존스’ ‘마스터 키튼’ ‘툼 레이더’를 탄생시킨 원초적 DNA다.

내 본디 방랑벽 따위는 없어 자유로운 영혼의 보헤미안이나 대양을 넘나드는 마도로스에게 취미는 없으나, 역사와 픽션의 틈바구니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설정은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산 <켈트 이야기>(서점에서 검색되는 순서가 아닌 위키에서 본 연도에 근거해 샀다)상상했던 것과 좀 달랐다.

도대체 뭔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는 몽상담(특히 스톤헨지에서으 낮잠)에 잘못 샀단 생각도 들었으나, 두세 번 더 읽어 보니 (일부) 사람들이 코르토 말테제에 빠져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시종일관 비비 꼬아 대는 시니컬한 독설의 장광설, 거친 펜선, 그리고 유럽인들에게만 축적된 역사적 맥락을 살짝 걷어 내면, 앞서 말한 역사와 픽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벌이는 내러티브가 드러났다.

영 인디아나 존스나 마스터 키튼 시리즈를 좋아했던 이들은 능히 빠져들 만했다. 단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다섯 권 다 없다 볼 수 있다. 재미는 징그럽게 없는데 이상하게 빠져드는... 마치 팜므파탈인 줄 빤히 알면서도 그에게 빠져드는 순진한 청년 같다고나... 에쿠.

앞서 말했듯, 앞으로 코르토 말테제의 새 시리즈는 한국어판으로 볼 일은 없을 게다. 그렇다고 영어판을 아마존 등에서 사서 볼 일도 없다. 그저 애니메이션인 <코르토 말테제: 비밀의 궁전>(이마저도 내가 알기론 국내에서 정식으로 DVD 출시되지 않았다)정도나 구해서 보겠지. <염해의 발라드>를 비롯한 나머지 7권이 나를 애타게 찾을지라도.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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