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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2 왠지 씁쓸한 출판계 이야기 2
하나.

김성근이 책을 냈나 보다. 아웃사이더 시절과 달리 빵빵한 팀에 가더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데만 무게중심을 두는 듯하여 야구를 거의 보지 않음에도 늘 눈쌀을 찌푸리게 하던 그였기에 책이 나오나 보다 했다. 최근 연예인 책 발간 러시도 그렇고. 그런데 책 표지의 한 가지에 시선이 머물렀다. "박태옥 말꾸밈"

한마디로 김성근이 구술하고 박태옥이라고 하는 작가가 글을 정리했다는 말이다. 말이 좋아서 '정리'이지 실상 대필이라는 말이다. 정지영의 '마시멜로 이야기' 대필 논란 이후 차츰 '스토리텔링' '정리' 등의 이름을 달고 대필 작가가 공식적으로 책에 이름을 올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이 글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마당에 어짜피 대필은 필요하다. 다만 정지영의 예처럼 거짓말하거나 아닌 척한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부리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대필 작가가 양지로 나온 것이다. 바람직하다면 바람직한 변화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대필 작가는 음지에 있고, 유명인(과 출판사)는 자기가 책 썼네 하고 떠벌리거나 최소한 침묵한다. 거기에 "의외로 글 잘 쓴다" 하는 홍보성으로 의심되는 낯뜨거운 리뷰도 종종 보게 된다. 지인이 대필하기도 했거니와 그 사람 일정상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또한 대필 작가가 양지로 드러났다 하더라도 원작자가 얼마나 책에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원작자가 거칠더라도 초고를 쓰거나 정식으로 대필 작가와 인터뷰하면서 구술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필 작가가 취재해 혼자 다 써 놓고선 원작자가 쓱 훑어보고 오케이하는 건도 있다. 심지어 원작자는 보지도 못하고 매니저나 기획사에서 오케이하는 건도 있다고 들었다. 대필 작가도 없이 편집자가 자료를 여기저기서 긁어다 뚝딱 책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뭐...


둘.

한 출판사가 자사에서 발간하는 시리즈의 모니터 요원을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7권이 나왔는데 이 책들을 비롯해 앞으로 나올 시리즈를 모두 소장할 수 있으며, 각종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의 댓가로 각 권마다 서평을 작성해야 하고, "시리즈 홍보에 힘써"야 한단다. 일종의 공식화된 서평단이라 할 수 있는데 흔한 일이기도 하지만 좀 씁쓸했다.

모니터링의 사전적인 뜻은 "방송국이나 신문사 또는 기업체로부터 의뢰를 받고 방송 프로그램이나 신문 기사 또는 제품 따위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하는 일."(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다. 즉 이 경우만 보면 책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는 일이어야 한다. 하지만 서평을 쓰는 것으로 모자라 홍보에 힘쓰라 한다. 이러면 모니터링 요원이 아니라 홍보 요원 아닌가?

사실 서평단도 실제로는 출판사에게는 홍보의 도구일 것이다. 그것도 아주 유용한. 일간지 북섹션이 나는 것도 좋지만, 온라인 서점이나 블로그에 서평 한번 잘 올라오면 큰 돈 안 들이고 홍보를 할 수 있다. 독자 입장에서도 공짜로 책을 얻을 수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서평 원고료를 사전에 책으로 받는 것뿐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좋게만 보면 얼마든지 좋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찌됐든 댓가가 오가기에 순수한 리뷰라고 보기 힘들다. 책을 제공받고 썼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 사람도 많다. 얼마 전 전문 리뷰어를 표방하는 블로거가 비싼 휴대폰을 제공받고 쓴 리뷰를 두고 말이 많았다. 그는 휴대폰을 제공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단점이나 문제점이 될 만한 것은 뒤로 몰면서 실상 칭찬 일색의, 리뷰가 아니라 홍보 자료를 올렸다. 리뷰와 서평이 다르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리뷰는 비평적 접근이 요구된다. 단지 그것이 얼마나 '크리티컬'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댓가로 받았기에 비평이 아니라 홍보를 하게 되는 것,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의 글을 보고 구입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나도 일전에 알라딘에서 주최하는 서평단 모집에 참여해 몇 편의 서평을 쓴 적 있다. 알라딘에서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정작 글을 쓰는 데에는 모종의 자기검열이 작동했다. 좋거나 나쁘거나의 우열을 가르기 힘들다면 좋게 쓰는 게 그러한 서평 쓰기의 문제점이었다. 제공받은 책으로는 서평을 쓰지 않는다는 가오 선생의 말이 이해되었다. 알라딘 서평단의 모집 방식이 바뀌면서 나는 미련 없이 서평단에 새로 응모하지 않았다.[각주:1]

서평단 혹은 홍보단 자체를 나쁘게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은 유력한 마케팅 방식이다. 하지만 모니터링하라고 해놓고선 홍보하라고 하는 출판사나, 어찌됐는 댓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거나 나쁜 점을 은연중에 숨기는 리뷰어는 그것의 장점을 퇴색하게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덧.
난 애드센스나 TTB2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힘 안 들이고 공돈 버는 것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그것은 자기 블로그를 광고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 알량한 몇 푼 버는 데 그치지만, 그로 인한 폐해는 블로그 구동 시간만 느리게 할 뿐이다. 블로그가 느려질수록 구독자는 더 이상 찾지 않거나 RSS리더로 대충 보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1. 고백하자면 지인의 부탁으로 서평을 쓴 적이 있다. 다행히도 부탁받고 쓴 글인지 모르는 지인의 동료에게서 "반드시 좋게 본 것 같지는 않지만"이라는 말이 나와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본문으로]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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