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10점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김희균 옮김/책과함께

제러미 블랙이 쓴 《지도, 권력의 얼굴》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의 요지는 권력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도모할 목적으로 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블랙이 “지도는 권력의 얼굴”이라 칭했듯, 지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게 아니다. 제국주의 시대 강대국들은 식민지를 착취할 목적으로 자원 생산지를 지도에 표기했고, 냉전 시기에는 서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현실세계를 교묘히 왜곡해 지도를 그렸다. 《지도, 권력의 얼굴》이 ‘지도는 정치적이다’라는 명제를 이론화해 설명한 원론이라면,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은 각 국가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그에 따른 권력 구도가 어떤 식으로 지도상에 드러나는지를 충분한 사례로 증명하는 각론 성격의 책이다.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의 1부인 〈지정학 지도〉에서는 세상을 유럽, 미국,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로 나누고 그 속에서 지리가 정치와 경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지도로 설명한다. 연일 자살폭탄테러로 끔찍한 참변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웬만한 독자들이라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왜 이토록 참혹한 분쟁을 벌이고 있는지 익히 들어서 알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나쁜 놈이다’ ‘영국의 간교한 식민지 정책 때문이다’로만 이해하면 반만 아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예루살렘 지도를 통해 팔레스타인 원주민들과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어떻게 뒤섞여 있는지, 이스라엘이 어떤 식으로 장벽을 설치해 팔레스타인을 갈라놓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인다. 예루살렘만 보더라도 이곳은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세 종교의 성지이며, 여기에 아르메니아인 구역까지 자리 잡은 아주 복잡한 성격의 도시이다. 서로 이곳만큼은 지켜 낼 필요가 있으니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이 책은 현실 지리 속에 숨겨진 지정학적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 준다.

한편 2부인 〈다가올 세계〉에서는 오늘의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 특히 국가 간 분쟁과 지구온난화나 식량부족으로 불안한 세계경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석유는 물론이고 물과 식량 자원이 어떻게 특정 국가에 편중됐는지, 각종 사망률 편차를 통해 건강의 불평등이 세계적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사막화로 인해 지구상의 산림이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같은 환경생태문제를 다양한 지도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이끈다.

이 책을 화려하고 다양한 지도가 많이 들어간 지리부도쯤으로 여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지도를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읽을  것을 종용하는 ‘정치지리의 세계사’ 책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도가 현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라고 책표지에 적힌 문구를 다시 살펴보자. 그리고 지도에 담긴 현실의 문제를 다시 살펴보자. 용솟음치는 애국심에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독도와 동해 혹은 다케시마와 일본해라는 용어의 차이가 어떤 식으로 세계인들에게 이해되는지 살펴보자.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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