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역사문제 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왕을 죽이면서까지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수립한 로마와 프랑스에서 어떻게 왕이나 다름없는, 아니 오히려 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황제가 다스리는 제정이, 무력이 아닌 대중의 합의 아래 수립됐는지이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로마와 프랑스에서 제정이 수립됐다는 결과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까? 그러한 원인은 어떻게 도출할 수 있을까? 가설로 세운 원인은 어떤 식으로 검증할 수 있을까?

1. 한스-위르겐 괴르츠의 《역사학이란 무엇인가》(뿌리와 이파리) 9장 〈원인과 결과〉에서는 이러한 원인을 분석할 때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할 9가지를 제시한다. 이점들을 명심하며 다음의 책들을 하나씩 읽어 나가야 할 듯.

2. 로마와 프랑스에서 일어난 제정 성립이라는 일종의 특수한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이것이 단지 우연적 사건의 일치인지 아니면 역사적 필연성인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영호의 《역사, 철학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 》(책세상)가 도움이 될 듯싶다. 특히 2장 〈역사 인식 상의 몇 가지 범주〉에 실린 ‘지속과 변화’ ‘수동성과 능동성’ ‘우연성과 필연성’이라는 테마를 읽어 가며 역사에서 나타나는 우연성과 필연성에 대한 어떻게 먼저 이해를 해야 할지 다잡는 게 좋을 듯하다.

3. 제프 일리와 데이비드 블랙번의 쓴 《독일 역사학의 신화 깨뜨리기》(푸른역사) 2부 〈도대체 무엇이 없었다는 말인가〉는 나치의 등장 같은 독일현대사의 쟁점들에 대해 독일만의 특수한 상황이었다는 데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책이다. 거꾸로 말하면 역사에서 드러나는 사건들이 일반적인 것인지 특수한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지 않나 싶다.

4. 존 루이스 개디스의 《역사의 풍경 - 역사가는 과거를 어떻게 그리는가》(에코리브르)는 카오스이론 같은 복잡성이론을 통해 원인과 결과에 대한 절대성을 비판한다. 여기에 덧붙여 “역사는 설명하지 않으며 방법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라고 말하는 폴 벤느의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새물결는 어떨까? 2부 〈이해〉에는 ‘줄거리를 이해하기’ ‘이론·유형·개념’ ‘인과성과 소급추정’ 같은 테마가 실려 있다. 특히 ‘인과성과 소급추정’에서는 앞서 언급한 비과학적․비계량적인 역사학방법론 입장에서 인과성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 펼칠지 궁금하다.

5. 마지막으로 실제 제정 성립의 과정을 다룬 톰 홀랜드의 《공화국의 몰락》(웅진닷컴)이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 5~7권(한길사) 같은 제정이 성립되어 가는 과정을 기술한 책을 읽으며 앞서 언급된 우연성과 필연성, 일반성과 특수성, 절대성과 상대성 등을 염두에 두면서 차근차근 읽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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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는 이렇게 냈는데...
인터넷서점에서 역사학일반 분야를 주루룩 훑으며 기본설명과 목차만 가지고 정리한 거라
좋은 책인지는커녕 적당한 책인지조차 모른다. 쩝...
이 엉성함에 결국 말만 늘이고 말았다.
그냥 목록만 적어 놓을 걸 그랬나?
했다는 것에 만족을? 그러기엔 다음주가 너무 두렵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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