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경제학을 공부하려 하는가

어 쨌듯 간에 나는 경제학과를 졸업한 나름 경제학도다. 물론 대학 5년 동안 수업은 빼먹기 바빴으며 시험지는 텅빈 채로 내거나 아예 보지 않은 적도 많다. 남들과 달리 교양과목이나 다른 학과과목을 주로 수강하고 전공과목은 최소학점만 이수한 채로 간신히 졸업했다. 그 결과 남은 것은 졸업장 하나가 달랑이다. 졸업하기 전에도 졸업한 후에도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며 살면 전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아무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졸 업한 지 3년 반 정도가 지났다. 시큰둥했던 대학 시절 전공수업 시간에 배웠던 이야기는 여전히 나와 관계가 있었다. 경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전에서 경제는 ‘인간의 공동생활을 위한 물적 기초가 되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활동과 그것을 통해 형성되는 사회관계의 총체’라고 설명한다. 이런 거창하고 추상적인 정의를 굳이 내리지 않다 해도 우리는 늘 부동산, 주가, 금리, 경제성장률, 국민소득 같은 숱한 경제용어를 들으며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자본주의경제학 따위는 관심 없다고 말할 처지가 못 된다. 그렇다고 마르크스경제학을 비롯한 사회주의경제학에 관심이 있냐 하면, 또 그것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경제학이든 사회주의경제학이든 시큰둥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내가 두 경제학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 고작 아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라고 하는 자본주의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분석틀뿐이었다.
내 가 이렇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순순히 인정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전까지는 거부하고 부인하고 변명을 일삼았다. 그런 것은 관심도 없고 별 필요 없다고. 하지만 무지를 창피하게 여기기 시작한 후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무지를 떨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자본주의경제학이든 사회주의경제학이든 가장 기초적인 이론부터 하나하나 공부해 가며, 최소한 그네들이 주장하는 핵심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비교 분석하고 이들을 지양止揚하며 내 스스로 현실 경제를 분석할 틀을 만들 필요성 말이다. 그것이 이루어질 때 경제학의 테두리 안에서 그나마 관심을 가졌던 칼 폴라니 식의 실재주의적 경제학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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