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 8점
조윤정 지음, 김정열 사진/대원사

모 시사주간지에 믹스커피를 끊고 원두커피만 마시는 사람으로 소개되긴 했지만, 실제로 원두만 마시기 시작한 건 아직 만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전 직장 - 지난해 부로 퇴사했으니 이전 직장이 맞다! - 으로 옮기면서 상사가 드립커피 마니아였고, 사무실이 있던 건물 옆 건물에는 선배가 하는 커피하우스 - 몇 차례 이야기한 적 있는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커피하우스 - 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자연히 드립커피를 접했고, 이내 그 매력에 빠져들어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어깨 너머로 배운 지식으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원두커피를 마시는 데 불을 붙인 것은 직장과 유관단체에서 실시한 커피강좌에 반강제적으로 수강을 하면서부터이다.

당시 강좌는 광화문에 자리한 커피하우스 '커피스트'에서 이루어졌다. 8주 동안 속성이긴 하지만 커피의 기본 배경지식과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 추출법, 베리에이션 조리법 등 배워야 할 것은 그래도 고루 배웠다. 그리고 그 강좌는 커피스트의 조윤정 대표가 직접 가르쳤기에 결과적으로 그는 내 커피사부이다. 해가 지나면서 인터넷서점에서 사부가 쓴 책이 나온다는 광고를 보고선 사야겠다 싶었는데 구입하기에 앞서 실장이 증정받은 책을 보니 이래저래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어 반드시 사야 할 책으로 선정해 이달의 구입도서로 구매했다.

(!! 여기서부터는 알라딘 리뷰로 쓰임)
오늘 책을 받아들고서 대략적으로 훑어 보니 대체로 원두커피를 처음 마셔 보는 초급자보다는 초중급자에서 중급자 정도가 읽으면 좋은 책이다 싶다. 커피의 역사와 종류, 재배과정 같은 기초 배경지식과 핸드드립/에스프레소 추출법과 베리에이션 조리법 등이 짜임새 있게 실려 있어 초보자들이 보고선 따라해 봐도 무난하지만, 로스팅과 블렌딩, 테이스팅처럼 어느 정도 원두커피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돼 있어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지 않은 중급 단계 진출자들이 읽으면 좋도록 구성돼 있다. 뭐 이 책을 살 정도의 사람이라면 대개 이 단계에 속하는 이들이겠지만.

이 책은 전체적으로 커피하우스를 직접 운영하고 여러 곳에서 전문강좌를 진행하는 커피전문가가 쓴 책답게 구성이나 설명은 충실하다. 강좌의 교육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하면 될 듯싶다. 또한 커피 전문 사진가가 찍은 사진 재료도 매우 충실하다. 핸드피킹 중에 골라낸 결점두의 사진이라든지 로스팅한 원두의 배전 정도, 그라인딩한 원두의 굵기를 단계별로 찍은 사진은 굳이 별도의 전문강좌를 듣지 않아도 중급 단계 정도 수준에 이르도록 이끌어 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이 책은 커피 생두를 구매해 로스팅하고 블렌딩한 뒤 추출해 마시는 단계에 충실한 원두커피 음용 매뉴얼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말하자면 철저한 실용서로서 역할을 다한다는 것인데, 커피의 역사적 문화적 접근에는 이르지 못한 채 관련 부분은 기본적인 정보 전달이나 서문 기입 정도에 그친다는 아쉬움을 준다. 커피를 잘 만들어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피가 가져다주는 우리 현실의 문제 역시 중요하다. 커피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도착하는지, 커피가 대중화되면서 변화된 우리의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만드는 법 만큼 쓰여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자의 다음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쓰일 거라는 광고를 보면  다음 책을 기다리기에 앞서 커피부터 잘 만들어 마시는 데 충실하는 게 이 책이 목적이 아닐까 싶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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