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우리말 달인 - 8점
엄민용 지음/다산초당(다산북스)

엄민용 한국어문교열기자협의회 부회장이 쓴 <건방진 우리말 달인>은 다소 반말투로 건방져 보이긴 하지만 그동안 일간지 교열기자를 하면서 배운 교열의 스킬을 유감없이 내뿜는다. 그것의 주 대상은 국어의 금과옥조라 일컬어지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과 국어 교과서이다. 물론 우리네 언중이 자주 혼동하고 틀리기 쉬운 일반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 외래어표기법에 대한 안내는 기본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은 오래 전부터 있었고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잘못된 사례의 나열이거나 순수 우리말 사용이라는 취지 아래 그렇게 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부터 불러일으키는 데 충실했다. 그에 이 책은 조금 가볍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화체로 사례 하나하나를 코믹한 일러스트와 함께  자세하게 설명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 국립국어원의 어문규정대로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발음 나는 대로 생각 내는 대로 말을 하고 글을 쓴다. 점점 더 사람들은 자신이 쓰는 말과 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를 검증하고 부족하거나 잘 모르는 점을 배우려기보다는 뭐 그런 게 중요하냐 내지는 다들 그렇게 쓰는데 왜 피곤하게 따지냐, 라며 배움을 회피하고 유류를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 결과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언어의 고착화이다. 사회가 변해 가면서 언어 또한 변하기 마련이고, 국어사전과 어문규정은 그를 반영해 가면서 나름 지표를 세워야 하는데, 너무나 급격하게 그리고 잘못되게 언어가 바뀌는 통에 사전과 규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더더욱 예외가 난무해 원칙이 힘을 얻는 지경에 처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일반적인 언중도 아닌 그렇다고 국어학자도 아닌 일종의 경계선인 일간지 교열기자 입장에서 잘못된 언어 사용의 예를 짚어내고 또한 잘못된 규정 또한 짚어내려 한다. 그의 고민은 변화된 언중의 언어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정 사이의 간극이다. 때로는 사투리가 때로는 북한어가 때로는 외래어가 널리 사용되면서 표준어와 동격 혹은 그 이상으로 쓰이는 판에 한 가지 표준어만 고집하는 국립국어원의 사전 표기에 대해 그는 자주 지적한다. 예컨데 우리가 자주 쓰는 까탈스럽다, 또아리, 개기다, 나래, 과실주 등은 어법상으로 큰 문제가 없음에도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한다. 또한 뜨락, 연신 같은 말도 북한어라는 이름으로 잘못이라 규정받는다. 그러나 그는 교열기자의 입장에서 악법도 법이라고 되뇐다. 일단 사회적으로 정해진 것은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그는 약속을 지켜면서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데 애써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국립국어원에 펴낸 표준국어대사전과 교육부가 펴내는 국정 국어교과서의 잘못된 표기와 교조적인 규정 적용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사실 국어사전 또한 인간이 만드는 것이기에 실수도 많고 오류도 적잖이 있다. 간단하지만 치명적인 오자는 물론, 일률적이지 않는 규정 적용, 언중과 괴리된 표제어 등재, 어색한 순화어 적용 등 숫하게 지적된다. 또한 심심하면 외래어표기법을 바꾸는 관계기관도 지적 대상이다. 물론 언중에게서 관습화된 표현을 이제는 사전에 등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요새 누가 '자장면'이라고 하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언중 대다수가 쓰는 '맨날'을 써야 할지, 어원의 의미 형태소가 분명한 사전에 등재된 '만날'을 써야 할 것인지. 이때 분명 경계할 것은 규정에 얽매인 언어교조주의내지는 언어순혈주의이며, 또한 언중이 쓰면 다 인정해야 한다는 언중추수주의이다. 그 지점에서 저자는 앞서 말했듯 악법도 법임을 자인한다. 그것은 정확한 말을 쓰되 사회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의 선에 근거한다. 책의 뒷표지에는 이런 우리네 언어현상에 대해 주시경 선생의 말을 빌어 의지를 밝히고 있다.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

알라딘 이 주의 TTB리뷰 선정작

Posted by Eni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