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버든 & 애니멀스의 Paint It Black이 들어 있는 앨범을 찾다가 우연히 레어템을 발견했다. 이름하여 포커스의 Hamburger Concerto. 얄팍한 용돈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도 이런 거 두고 지나치면 찜찜해서 일이 안 된다. 문제는 몇 끼는 점심에 라면만 먹어야 한다는 거. 

알라딘에 앨범 정보가 없을 정도로 좀체 구하기 힘들었던 앨범인데, 아니나 다를까 티스토리에 밴드 이름과 곡명을 그대로 파일 제목으로 올려도 제제받지 않는다. 아싸. 사실 나는 이 앨범에서 타이틀 곡을 더 좋아하는데, 이 곡을 좋아하는 비다 님의 요청으로 올려 본다.

Strasbourg - la flèche de la cathédrale
Strasbourg - la flèche de la cathédrale by Erminig Gwen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티스토리의 제제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추석 연휴가 지나면 비공개로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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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MS Concert at Madison Square Garden, NYC,1983/12

어제는 에릭 버든이더니 오늘 아침은 야드버즈 브라더스가 난 흥분시키는군. 알다시피 60년대 활동했던 야드버즈에는 소위 3대 기타리스트라 불리는 에릭 클랩튼, 제프 백, 그리고 지미 페이지가 차례로 활동했다. 뒤에 둘은 잠시 트윈 기타로 두 곡인가 녹음하긴 했다는데, 실제로 이들이 모두 모인 공연은 십수 년 뒤에 모두 기타의 신[각주:1]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주로 검색되는 로열 앨버트 홀 실황[각주:2]은 Layla의 연주가 다소 원곡보다 빨라 호흡을 상당히 숨가쁘게 하는데, 이 MSG 실황은 그에 비하면 원곡의 속도에 가깝다. 나이 먹으니까 에릭 클랩튼의 MTV 언플러그드 버전이 더 좋긴 하지만, 레일라의 멋은 초반부에 몰아치는 슬라이드 기타 연주, 그리고 중후반부의 기타와 피아노의 절묘한 합주이다.

ARMS (자선) 콘서트[각주:3]는 출연진이 참으로 빠방한데 야드버즈 브라더스 외 주요 뮤지션만 스티브 윈우드(블라인드 페이스, 트래픽), 존 폴 존스(레드 제플린), 빌 와이먼, 찰리 와츠(이상 롤링스톤즈), 케네디 존스(페이스, 더 후), 앤디 페어웨더-로(누군지 모름) 등이 함께한 공연이다. 하지만 이들은 야드버즈 출신의 기타리스트 3명 앞에서는 미안하지만 그저 '+@'에 불과하다.


  1. 사실 '기타의 신'은 에릭 클랩튼을 지칭하는 말이다. 다른 두 사람에게도 별명이 따로 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본문으로]
  2. 사실 이것이 원 공연이고,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 등의 미국 공연은 향후에 추가로 이루어진 공연이다. [본문으로]
  3. 다발성경화증(MS) 조사 단체를 후원할 목적으로 록 뮤지션들이 연 공연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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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잡담 블로그일지라도 곡 하나 띡 걸어 놓는 음악 (재생) 블로그가 아닌 리뷰 블로그를 표방하려 했지만, 아침에 유튜브에서 애니멀즈를 검색하다 우연히 들은 이 곡에 '그래, 가끔은 음악 블로그'도 해 보지, 뭐'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

<머나먼 정글>의 영향 때문인지 롤링스톤즈의 곡 중에서 최고로 꼽는 곡은 아무래도 Paint It Black이다. 전주에 나오는 시타르의 기묘한 분위기나 키스 리차드의 덜거덕거리는 기타 연주도 최고이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믹 재거의 샤우팅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하지만 에릭 버든의 커버를 듣고서 그는 에릭 버든 앞에서는 아직 덜 여문 풋내기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둘은 별로 나이 차가 별로 안 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여전히 믹 재거를 높이치는 사람도 있을 게다.)

비오는 날 유리창을 긁듯 고막을 긁어 대는 바이얼린의 거친 소리가 웬일인지 짜증스럽게 들리지 않았다. (뭐 프로그레시브쪽에서는 이런 연주 종종 듣는다. ) 그리고 이어지는 블루스 필 가득한 록 밴드의 합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몽롱한 기운이 내 주변을 감싸 흐른다. 한 대 맞은 것 마냥 기분이 멍해졌을 때 슬며시 나오는 에릭 버든의 마치 무당 같은 보컬. 롤링스톤즈보다 한층 복잡한 애니멀즈의 연주는 굿판의 자바라와 북 소리 같다. 아 바이얼린도 밴드 멤버가 연주했군. 이 모든 게 뒤섞이니 그렇다면 이들의 연주는 하나의 굿판?

순간 애니멀즈가 원 곡이고 롤링스톤즈가 커버했나 싶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적어도 리메이크하려면 원 곡보다 나아야 하는 것 아닌가? 리메이크를 한다면 롤링스톤즈와 믹 재거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에릭 버든과 애니멀즈는 원 곡의 아우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당시만 해도) 롤링스톤즈보다 더 잘나간다는 자존심을 이 곡으로 증명했다.

사실 이 곡은 1967년 작 <Wind of Change>에 수록된 게 스튜디오 버전이 아니라 1968년 공개된 <Roadrunners>에 실린 스톡홀름 라이브 실황인데, 앨범을 사서 들어보니 라이브에 비해 무척 심심하다. 짧기도 하거니와 보컬이 왠지 맥아리가 좀 없는 느낌이 난다. 그리고 고막을 긁어 대는 바이얼린 연주는 없다 보면 된다. 이쯤 되면 믹 재거의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국내 어느 음반 몰에도 들어온 적 없는 <Roadrunners>를 아마존에서 주문해야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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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디지털 리마스터링 판이 출시되니 여기저기에서 관련 글이 보인다. 때 맞추어 단행본도 나오고, 때 아닌 비틀즈 열풍이 분다. 뭐 박스세트에 대한 욕구는 애당초 없었으니 나와는 그다지 상관없다. 하지만 비틀즈를 좋아하기에 관심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이에 발 맞춘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Let it be>와 <Yellow Submarine>을 일단 중고로 구매했다. 킬러 트랙이 3곡이나 있지만 그 외는 생각보다 어수선한 <Let it be>에 조금 한숨이 났고, 절반이 오케스트레이션 연주곡으로 채워진 <Yellow Submarine>을 꽤 비싼 값에 주고 샀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Yellow Submarine Songtrack>을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내 취향상 그다지 땡기지 않는 초창기 다섯 장의 앨범과 <Magical Mystery Tour>는 일단 레드 앨범으로 대체하기로 해 구매를 보류한 상태이기에 화이트 앨범과 <Past Masters>만 사면 얼추 내가 원하는 비틀즈 컬렉션은 갖추게 된다. 그런데 이 두 종의 더블 앨범은 구판보다 신판이 더 싸다. 그러면 <Revolver>와 <Rubber Soul>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소 애매해진다. 게다가 신판은 디지팩으로만 수입돼 플라스틱 케이스인 다른 앨범들과 구색이 안 맞는다. 그렇다고 구판을 사자니 신판보다 비싸다. 그리고 분명 이 둘을 구매하면 앤솔로지를 포함한 나머지 앨범도 분명 사고 싶어질 텐데.

본디 막귀에 가깝고 대부분 회사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 불쌍(?)한 인생이기에 음질에 대한 평은커녕 구분조차 불가능에 가까울 텐데, 왠지 좋아하는 것은 새끈한 신판으로 갖고 싶은 욕심이 기지개를 켠다. 이번에 신판이 출시되면서 모노 버전과 스테레오 버전 두 종류로 출시되었다는데 그 차이도 궁금하다. 게다가 살 게 두 개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모든 앨범을 갖추고 싶은 욕구도 일어난다.

사람 욕심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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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 시절에는 이런 거 가지고 잘도 놀았건만 티스토리에서는 게을러 터지다 보니 이런 거 넘겨 주시는 분도 없다. --; 간만에 비다 님에게 바통을 받아 봐 한번 놀아 본다.


1. 컴퓨터에 있는 음악파일 용량은? (+ 그곳에 담긴 음악은 대략?)

회사 컴인지라 처음으로 음악 파일이 담긴 폴더를 열어 보니 1.18GB나 채워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 있는 파일의 절대 다수는 작년에 팀장이 아침마다 '오늘의 한 곡'이라는 이름으로 보내 준 음원들. 대부분 70-80 흘러간 옛 가요나 남미권 월드 뮤직으로, 예컨데 빅토르 하라의 Zamba del Che, 양희은의 가을 아침, 최헌의 가을비 우산 속에, 윤연선과 김의철의 강매, 이미랑의 구례구역의 사랑 노래 등. 하핫 먼지 좀 난다.


2. 최근에 산 음악 CD는?

가장 최근에 산 시디는 포스트록 밴드 Mogwai의 앨범 <Come on die young>과 EP <My father My King>이다. 포스트록이라고 하는 참 정의하기 힘든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인데, 일렉기타의 강렬하면서도 음침한 이펙트를 바탕으로 상당히 건조한 음악을 한다. 최근 들어 이쪽 음악에 손이 많이 간다. 국내에도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애인도 늘었다네'나 '로로스' 같은 이들이 이들과 유사한 음악을 한다.


3.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글을 시작할 때만 해도 포티쉐드의 Roads였지만 이내 종료됐다. 예전 엠블에 올린 곡을 역순으로 죽 듣고 있기에 다음 순서는 잭슨 브라운의 The Load-out/Stay인데 아뿔싸 재생이 안 된다. 이어지는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곡 3곡과 로비 로버트슨의 곡마저 안 나와 결국 다음 타자는 에릭 클랩튼의 Layla MTV 언플러그드 버전이다. 심장이 폭발할 것 같은 오리지널과 달리 블루스 필 가득한 언플러그드 버전은 나이가 먹어 갈수록 더 좋아진다.


4. 즐겨 듣는 곡, 혹은 사연이 얽힌 노래 5곡은?

사연이 얽힌 곡이라면 즐겨 듣지는 않아도 앨런 파슨즈 프로젝트의 Time을 빼놓을 수 없다. 눈물 겨운 자세한 사연은 일전에 엠블에 올렸던 글을 참조.

R.E.M.의 Time After Time Etc는 막 아내를 꼬실 때 둘 다 알이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점수를 딴 곡인데,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아내와 내가 동시에 좋아하는 밴드는 알이엠 말고는 별로 없다.

제프 버클리의 Hallelujah는 엠블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포스트의 소재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들었던 곡 중에서 가장 임팩트가 강했다. 그만큼 좋아하기에 Lilac Wine, Calling You와 함께 즐겨 듣는 곡이다.

라떼 에 미엘레의 Il Pianto는 최초로 블로그에 쓴 포스트의 소재이다. 처음에는 음원을 올릴 데가 없어 글만 썼다. 작년 하도 바빠서 미처 라떼 에 미엘레의 공연을 보지 못해 몹시 아쉬웠다. 덕분에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을 줄창 들었다.

아직 엠블의 향수에 젖어 있나? 과거의 곡들만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의 곡 중에서는 앞서 3번 문항에서 언급한 모과이의 데뷔 앨범에 실린 길디긴 곡 Mogwai Fear Satan을 골라 본다. "모든 에픽 서사 반복 점층 폭발 노이즈 오르가즘 대곡들의 원조"라고 하는 평을 귀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5. 바통을 이어 받을 분은?

예전부터 이러한 유형의 질문에는 항상 난감했다. 편파적으로 누구를 찝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별로 다른 블로거들과 교통이 없다 보니 찝을 사람이 없다. 그나마 뉴님은 비다님이 나와 함께 찝은지라 패쓰~. 일단 최근에 교통이 있던 블로거를 죄다 긁어 봐야겠다.

뉴페이스 혜아룜 님(아직 방학이죠?), 만만치 않은 내공의 발트체 님(아직도 감자 캐느라 바쁜가?), 수렁으로 끌어들인 것 같아 항상 죄송한 늴리리야 님(요즘 블로그는 잘 안 하시지만). 일단 세 분에게 바통을 넘긴다.


참고로 이 바통의 궤적(?)은 三魔 님에서 시작해 우연 님비다(종이달) 님을 거쳐 내게 전달되었다. 내게서는 현재 발트체 님을 거쳐 21세기히피 님까지 이어졌다. 아울러 뉴 님에게서 아영아빠 님의 줄기가 따로 뻗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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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멀의 A Nod And A Wink를 구매함으로써 드디어 캐멀의 모든 스튜디오 앨범을 구매했다.  남은 것은 라이브 앨범과 컴필레이션 앨범 각각 5종씩인데, 원체 스튜디오 앨범을 선호하는지라 이것들을 다 구매할 이유는 없다. 그래도 캐멀은 라이브 앨범도 5종이나 가지고 있으며, 컴필레이션도 테이프롤 포함하면 2종이나 가지고 있다.

이렇게 10년 넘게 활동하며 10종 이상 앨범을 내놓은 밴드의 전 앨범을 구매한 것은 킹크림슨, 핑크 플로이드에 이어 세 번째이다. 사실 좋아하는 정도에 따르면 가장 먼저여야 했으나, 이 앨범을 구입하려고만 하면 실제로는 품절이라고 비보를 전해 오는 통에 이제서야 구입했다. 덕분에 새로운 음반몰을 뚫어야 해 마일리지가 분산되는... ^^: 그렇기에 막상 택배로 시디를 건네 받았을 때에는 가슴이 콩닥콩닥 했다.

환갑 넘어서까지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뉴트롤즈의 비토리오나 니코 같은 이도 있지만, 사실상 캐멀 그 자체인 앤드류 레이티머가 1947년 생이기에 사실상 이 앨범은 캐멀의 마지막 앨범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상 2002년에 이 앨범이 나온 뒤로 라이브도 컴필레이션도 더 나오지 않고 있다. 2003년에 유럽과 미국에서 공연한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다. 당연스레 핑크플로이드와 함께 새 앨범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지만, 내 스스로도 너무 무리한 기대라는 것 인정할 정도.

타이틀 곡을 시작으로 3번째 곡에 이르기까지 앤드류 레이티머의 보컬이나 밴드의 연주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더 보드랍고 친숙해진 느낌. 너무나 익숙한 동네 아저씨 같은 보컬, 이것이야말로 캐멀의 가장 큰 자산이 아니던가. 킹크림슨의 로버트 프립이나 핑크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는 밴드를 혼자서 쥐고 흔드는 독재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들지만, 웬일인지 앤드류 레이티머에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81년 이후 마지막 원년 멤버인 앤디 워드가 이탈한 이후, 숱하게 많은 이들이 그전부터 캐멀의 멤버가 되었지만(또한 1979년부터 레이티머와 함께해 온 콜린 베이스가 늘 곁에 있었지만), 결국에는 캐멀이 레이티머였고 레이티머가 캐멀인 것만 같다. 독야청청하는 고집불통 노친네라기보다는 이촌향도 속에서도 고향을 외로이 지켜온 우직한 사내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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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팝치'를 자인하는 이도 아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몰라도 참 모른다. <데인저러스>에 수록된 Black or white, Will you be there, Heal the world, 그리고 <스릴러>에 수록된 Beat it 정도가 다이다. 아, 잭슨파이브 시절의 I'll be there와 소싯적 곡인 Ben도 안다. 하지만 이게 전부이다. <스릴러>에서 대박난 타이틀곡 Thriller도 모르고, Billy Jean은 밤밤 하는 반주만 알 뿐 보컬 부분은 모르며,  <배드> 앨범의 수록곡은 아예 통째로 모른다. Man in the Mirror는 어디 실린 앨범인지도 모른다. <데인저러스>에 수록된 내가 아는 3곡도 '지구촌영상음악'에서 뮤직비디오를 봤기에 그나마 아는 정도이다.

이런 나를 두고 아내를 거의 비난 수준으로 갈군다. 어떻게 '팝의 제왕'의 그 유명한 히트곡들을 그렇게 송두리째 모를 수 있냐고. 팝치도 아는 마이클 잭슨을 왜 그렇게 모르냐고. 취향의 차이(실제로 나는 일련의 흑인음악을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답하지만, 지금 이 마당에 그것은 '비겁한 변명'으로 여겨질 뿐이다. 아내가 틀어 주는 <배드>를 들어도 그다지 감흥이 오지 않는다. 사실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는 뉴스를 봤을 때에도 큰 감흥이 없었다. 얼마 전 세상을 뜬 리처드 라이트의 죽음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러고 보니 You're not along도 안다. 한 뮤지션의 곡 가운데 일곱 곡이나 알면 많이 아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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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45초나 돼야 나오니 뭐하는지 알 수 없는 여자를 굳이 볼 필요 없다 생각하면 과감히 패스하시라.

뉴트롤즈 내한 공연이 다시 추진되는 시점에 이들의 최근 공연을 다시 봤다. 어쿠스틱 공연이라 할지라도 1949년생 비토리오 데 스칼치, 1947년생 니코 디 팔로가 노래 부르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한국 나이로 환갑이 넘은데다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반신을 못 써 기타조차 치지 못하는 니코의 가성은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우리네 속담을 무색하게 한다. 이들의 본 공연은 물론 어쿠스틱 공연도 꼭 보고 싶지만 그럴 기회가 내게도 주어질지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환갑 즈음에도 심지어 환갑이 넘어서도 대중들 앞에서 전력을 다해 밴드 공연하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디너쇼 같은 거 말고) 한국에도 그런 뮤지션들이 있을까? 신중현 선생은 이제 공연은 안 할 듯싶고, 한대수 씨도 공연을 하는지 모르겠고... 뭐 내가 그들의 스케줄을 아는 게 아니니 이들을 비롯한 여럿이 나이와 상관없이 공연하는지 모르겠다. 54년생 김창완 아저씨('선생'보다 '아저씨'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사람은 더 없을 듯)는 아마도 환갑 넘어서도 노래 부를 듯하긴 하다.
기대해 본다. 물론 더 많은 뮤지션들이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속담을 폐기처분해 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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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듣는 음악 중 아내가 좀체 이해 못하는 게 이른바 '이태리 프로그레시브'이다. 과도한 극적 구성 등을 이유로 아내는 좀체 마음을 열지 못하는데, 뭐 개인의 취향이니 제발 이해해 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 하지만 아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다 아직 아이가 어리다 보니 집에서 프로그레시브 밴드의 시디를 듣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 업무 시간에 이어폰 꼽고 듣는 것 또한 한계가 많다. 아무리 비싼 이어폰이라 하더라도 음악을 제대로 듣는 데엔 싸구려 스피커로 크게 틀어 놓고 듣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무 중에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일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근무 중, 주로 교정을 볼 때 이어폰 꼽고 울며 겨자 먹기로 듣는 수밖에 없지만, 항상 그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상황이 반복될수록 결국 시디 듣는 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포스트락 같은 요즘 끌리는 뮤지션의 곡이나 60-70년대 레전드들의 음악도 좀 들어 줘야 하기에 프로그레시브를 듣는 일은 별로 없었다. 자연스레 관심도 떨어지는 법. 작년에 라떼에미엘레가 내한 공연 했을 때에도 바쁜 업무 탓을 하며 가지 못했다. 몇달 전부터 예매해 놓고 달달달 떨던 PFM이나 뉴트롤즈 공연 때에 비하면 프로그레시브에 대한 애정은 팍 식은...

그런데 뉴트롤즈가 다시 내한한단다. 그것도 백만년만에 이름을 내보이신 달콤님의 전언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울아트록페스테벌이라는 카페도 알려 주셨다. 익숙하고 그래서 반가운 이름도 보인다. 읽을거리도 많다. 간만에 에니드의 음악을 듣고, 라떼에미엘레 동영상을 보니 술이 다 깬다. 그리고 순간 울컥. 한껏 새로 태어난 기분을 느끼는데 순간 기분이 잡쳤다. 정작 중요한 공연 날짜는 9월 12-13일, 날짜가 뷁이다. 11월 초에 대대적인 마감을 치르는 나로서는 사무실에서 손가락 빨며 눈물을 글썽이며 한탄만 해야 한다. 그래도 주말인데 째고 가? 업무 쨀 요량이면 주말인데 처자식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 그냥 집에서 시디라도 들을까?

덧. 나는 개인적으로 '아트락'보다는 '프로그레시브'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이유는... 그게 더 있어 보인다. ^^; 하지만 다들 아트락 아트락 하다 보니 제목만은 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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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산 뒤로 거의 주말마다 이래저래 외유를 하는데 그때마다 저녁에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다. 부부가 다소 취향은 다르지만(포스팅 거리인데 사례를 좀 더 모으고 있다.) 둘 다 팝 음악을 좋아하기에, 한국에 몇 없는 팝 전문 라디오 방송을 운전 중에 듣는 것은 별로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좋아하는 취향 가지고 둘이 티격태격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아직 아들은 중재하지 못한다. ^^;

'배철수의 음악캠프' 방송 7000회 기념으로 컴필레이션 CD가 나온다 한다. 그런데 특이한 게 발매처가 워너, 소니, 유니버설이 각각 60~70년대, 80-~90년대, 2000년대를 나눠서 더블 앨범으로 낸다는 것. 이미 예약판매를 시작한지라 뭔 곡이 실리나 봤는데, 현재 소니만 리스트를 제공한다. 저작권이 음반사 단위로 찢어져 있기에 어디 한 군데만 택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뭔가 좀 어색하다. 가령 60~70년대를 풍미한 히트곡이라도 저작권이 소니에게 있으면 이 컴필레이션에는 실리지 못한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

그래도 배철수가 7천 회 방송을 바탕으로 골라낸 것이니 기대는 된다. 아내와 내 취향이 가장 첨예하게 다르기도 한, 공개된 80~90년대 분의 리스트를 보니 선곡이 대체로 마음에 든다. 아내는 아하의 Take on me가 실린 게 마음에 안 들겠지만. 그래도 듀란 듀란 따위가 1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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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만든 교과서에 '비료 지기'라는 시를 실었다. 이오덕 선생이 오래 전에 학생들이 쓴 시를 엮어 낸 책에 실린 시인데, 한동헌 씨가 곡을 붙여 메아리가 불렀다. 그리고 한돌 씨는 이 곡을 비롯해 자기 곡과 김민기 씨가 만든 몇 곡을 아예 아이들이 부르게 했는데, 그게 바로 <몽실이와 하늘 아이들>이다. 1992년에 LP로 나온 이 앨범은 희귀 앨범이다. CD로도 나오긴 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희귀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것을 득템했냐고?

그것은 아니고, 자료 확보 차 넷의 세계를 후배와 함께 뒤지다 겨우 LP를 발견했다. 가격은 5.5만 원. 찾아도 찾아도 없는 마당에 나쁘지 않은 가격. 그리고 LP를 복각하기로 했고, 몇 군데 알아본 결과 2만 원에 복각해 주는 곳을 찾아 복각을 의뢰해 CD를 넘겨 받았다. 그리고 이것을 분량상 표준 음질로 리핑했다. 이참에 인쇄로 쓸 만한 이미지 좀 구해 봐 아예 앞 뒤 커버도 만들어야겠다.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행위이긴 하나 절판된 지 오래돼 희귀 아이템이 된 만큼 자료의 보존과 소개 차 일단 전 곡을 올려 둔다. 이런 음악을 불법으로라도 올려야 하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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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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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 And Hell >(1975)
Vangelis: piano, Moog, Fender Rhodes, synthesizers, percussion, drums
Jon Anderson: vocal on So long ago, so clear)
Vana Veroutis:
vocal on 12 O'Clock)
English Chamber Choir: chorus

불구덩이 속에서 건반을 두드리는 날개 달린 손. 날개 달린 신발이야 헤르메스를 연상케 한다지만 날개 달린 손은 또 뭐람. 앨범에 수록된 곡은 LP 한 면을 가득 채우는 길이의 단 두 곡뿐. 앨범 뒷면에는 So long ago, so clear도 명기돼 있지만, 시디에는 Heaven And Hell Part I과 Heaven And Hell Part II 단 두 트랙만 있다. 실제로 이 앨범은 전반부 4곡, 후반부 5곡으로 이루어진, 앨범 통째로 토털 컨셉의 거대한 조곡이다. 시디가 나오기 전에 만들어지는 바람에 LP의 한계(면당 러닝타임 23분 정도)상 부득이 하게 두 트랙으로 나뉜 것. 그리고 So long ago, so clear는 워낙 인기가 좋은 파트인지라 후대에 따로 명기한 듯싶다.

사람들은 대개 제목 그대로 전반부를 천국, 후반부를 지옥에 비교하는데 글쎄... 듣기 나름이다. 외려 전반부가 지옥을, 후반부가 천국을 상징하는 듯하기도 하고, 내게는 대체로 천국과 지옥의 사이에서 양쪽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심판에 앞서 변론하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결론은 천국 행과 지옥 행을 가르는 최후의 심판.

전체 아홉 부분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파트는 4번째 파트인 예스 출신의 존 앤더슨이 부른 So long ago, so clear(이 곡은 TV시리즈 <Cosmos>에도 삽입됐단다), 가야금 소리를 신디사이저로 구현한 듯한 6번째 파트 Needles and Bones, 그리고 CF음악으로 자주 쓰여 반겔리스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즘 들어봤을 법한 음산한 스캣인 12 O'Clock이다.

전 곡을 통으로 듣고 싶으면 노발리스님의 포스트를,


재미있는 것은 앨범의 뒤 커버에는 얼어 버린 날개 달린 손이 등장한다.
무슨 뜻일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전면 커버에서 불구덩이만 제거하고 파란색 배경만 깐 이미지이다.
뒷면 커버 이미지 만들기, 참 쉽죠~ ^^;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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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vine Comedy를 보고 단테의 '신곡'을 떠올리는 이들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수식어인 Divine의 뜻을 생각지 않고 그저 Comedy라는 단어 하나에 무슨 개그 밴드인 줄 아는 사람도 종종 있다.

개그 밴드는 아니지만 인류사의 위대한 고전이라 칭송받는다는 이 거창한 이름을 밴드 이름으로 쓰는 이들이 있다. 많이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들은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현악 반주와 느끼한 보컬을 적절히 배합하고 뮤지컬스러움을 더한 챔버팝으로 분류되는 음악을 한다.

가사는 영어 듣기 평가라 생각하고 열심히 듣고 받아쓰기 해 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결과를 접할지도...

from <Promenade>(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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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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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초로 좋아한 팝 뮤지션은 에어 서플라이다. 벼락에 타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모뎀의 급사 이후 내 관심은 음악으로 옮겨 갔다. 그 결정적 계기는 시내 리어카에서 파는 불법 테이프 중 이름만 들어 본 런던 보이즈와 에어 서플라이의 테이프를 산 것이었다. 그중 에어 서플라이는 수록된 첫 곡 Lost in love부터 내 귀에 쏙 들어왔다. 한 열댓 곡 정도 들어 있던 그 불법 컴필레이션 테이프에서는 버릴 만한 곡이 하나 없었다. 이내 정규 컴필레이션 앨범과 최신작을 사고 매일 듣는다 할 정도로 열심히 듣고 또 들었다. 하지만 이내 뉴트롤즈와의 충격적인 도킹으로 프로그레시브락에 빠지면서 그 후로 에어 서플라이는 삽시간에 찬밥이 되었다. 여태껏 시디를 사지 않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리라.

몇년 전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이 삽입되면서 새삼 그들의 존재를 다시 환기했고, 오늘 종종 찾는 블로그에서 그곡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사야 할 앨범이 쌓여 있기에 그들의 앨범을 언제 살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별로라 하는 말랑말랑하고 달짝지근하기 그지없는 팝 뮤직이지만, 그들의 곡은 여전히 듣기 좋기에 시크포드를 뒤져 그들의 대표 곡을 모아 봤다.



아, Here I am에서 테이프 늘어지는 소리가 나온다. 이런이런... 그리고 The Earth is...를 빼먹었네.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만들어야 하나?

시크포드가 망했는지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 20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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