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오코너 감독의 <Cal칼의 고백>은 아직 구경조차 못한 영화이다. 다만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짧은 시놉시스, 그리고 마크 노플러의 영화음악만 접했을 뿐이다. 그러나 북아일랜드의 구조적 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시놉시스만으로도 충분히 영화의 분위기, 내용, 정서, 그리고 결말까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좀 더 상상력을 가미하는 단초가 마크 노플러의 음악이다.

얼핏 연상되는 습기차고 구질구질한 화면과 달리 아일랜드 민요를 바탕으로 마크 노플러가 만든 음악은 때로는 목가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사운드트랙의 첫 곡 Irish Boy만 하더라도 키보드 인트로에 이어 아일랜드 전통 악기인 윌린 파이프를 위시해, 바이얼린, 부주키, 아코디언 같은 민속적인 악기가 사실상 '다이어 스트레이츠'가 연주하는 음악에 촘촘 수를 놓는다. 하지만 아일랜드 하면 떠오르는 고난의 느낌 역시 그 민속성에 포괄돼 있기에 마크 노플러의 음악은 목가적으로 들리는 동시에 불안함, 고단함, 힘겨움, 분노, 좌절, 통곡 같은 지극히 참혹했던 북아일랜드의 현실을 은유하는 암울한 정서 또한 드러낸다.


사실 사운드트랙이 아닌 마크 노플러의 영화음악 모음집은 <Screenplaying>만 가지고 있기에 그것에 실린 다섯 곡만 올려 본다. 올린 곡은 사운드트랙의 1번, 4번, 6번,8번, 그리고 마지막 12번 트랙이다.

마크 노플러의 연주는 녹음한 지 십여 년 뒤에 열린 공연 실황이긴 하지만 다음 포스트에서 엿볼 수 있다. 영화의 시작 부분과 이 공연 실황 부분을 엮은 동영상도 있었지만 내가 깔작거려서 그런지 닫아 버렸다. 아 공유의 미덕이여... ^^;

아, Father And Son은 저작권 위반 심의에 걸렸다. 링크된 동영상으로 만족하기를... 음원을 삭제하니 재생되지도 않는 파일이 가장 앞에 나온다. 쳇.







Posted by Enits
,
즐겨 찾는 한 블로그에서 영화 <The Days Of Wine And Roses>를 언급한다. '술과 장미의 나날들'이라는 그럴듯한 제목과 달리 영화는 알콜 중독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라고 하는데... 하지만 내게 '술과 장미의 나날들'은 빌 에반스의 연주이다. 오래 전에 <PAPER>에서 이충걸로 기억되는 필자가 '술과 장미의 나날들'이라고 씨부리기에 제목의 아우라에 휘말려 찾아들었던 곡 말이다. 찾아보니 연재물의 제목이었다고 한다.

갑자기 파이어폭스 상에서 미디어플레이어 연주가 안 되면서 찾아 들은 것은 빌 에반스 트리오가 노르웨이에서 한 연주 실황뿐이다. 처음 들었을 때의 그 느낌과는 다르지만 초반부의 피아노와 드러머의 붓질(이거 뭐라고 하나?)은 봄비 내리는 아침과 그럭저럭 잘 어울린다. 빌 에반스의 연주는 한밤과 잘 어울렸는데...



The Days Of Wine And Roses from DVD <The Last Trio Live '80>
Bill Evans(P), Marc Johnson(B), Joe LaBarbera(Dr)
at Norway on 1980. 8. 9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사랑꾼  (3) 2009.03.18
추억, Air Supply  (14) 2009.03.16
톰 트로버트의 블루스  (0) 2009.02.17
아침이 올 때까지  (0) 2009.02.16
고목  (7) 2009.02.13
Posted by Enits
,
아침에 듣는 톰 웨이츠의 목소리는 밤새 술 퍼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해장술 하러 가자고 하는 어느 취객의 목소리를 연상케 한다. 토할 듯 걸걸 거리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 처음에는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이내 그 취객의 꿈에 동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것이 톰 웨이츠의 매력이렸다. 실제로 <Used Song 1973-1980> 부클릿에 실린 존 랜도는 자신이 쓴 해설문의 부제를 'Poet of the Crack of Dawn'이라 달았다. 신선하지는 않지만 절묘한 표현.



오늘의 톰 웨이츠를 알린 1976년작 <Small Change>에서는 아예 곡명부터 가사까지 노상 '피아노가 취했지, 내가 취한 게 아냐'라고 궬궬거리는 곡도 있는데, 그 곡도 그 곡이지만 시작부터 술의 힘으로 고통을 이기려 하는 죽음과 마주한 어느 병사의 이야기를 다룬 '톰 트로버트(독일식으로 트라우베르트라 해야 하나)의 블루스'이다. 'Waltzing Matilda'가 부제라는 이도 있지만, 내가 가진 컴필레이션 앨범에는 'Four Sheets To The Wind In Copenhagen'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 Air Supply  (14) 2009.03.16
술과 장미의 나날들  (4) 2009.03.03
아침이 올 때까지  (0) 2009.02.16
고목  (7) 2009.02.13
달빛 그림자에 실려 갔어요  (8) 2009.02.12
Posted by Enits
,
나근나근 하지만 왠지 부드럽게 감기는 멜로디.
침울함의 막장을 파고드는 틴더스틱스의 조금은 의아한 곡,
이라고 생각했으나 얼핏 가사를 읽어 보니 짧은 영어 실력에도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Until The Morning Comes from <Waiting For The Moon>(2003)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과 장미의 나날들  (4) 2009.03.03
톰 트로버트의 블루스  (0) 2009.02.17
고목  (7) 2009.02.13
달빛 그림자에 실려 갔어요  (8) 2009.02.12
천국의 나날들 메인 테마  (4) 2009.02.10
Posted by Enits
,
팀장이 오늘은 김남주 시인의 기일이라며 그의 시에 안치환이 곡을 붙인 '저 창살에 햇살이'를 '오늘의 한 곡'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내게 김남주 하면 떠오르는 시/노래는 다른 게 아닌 '고목'이다.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 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에서 축제 행사의 일부였던 통일노래한마당에 출전하자며 선배가 편곡해 며칠 연습해 나섰지만 결과는 4등... (사실 입상은 3등까지밖에 없었고 그 외 순위 발표는 없다. 쿨럭.) 합창 같은 것 취미 없어 그저 선배들이 하자니까 마지못해 연습하는 척, 노래 부르는 척했지만, 그때 처음 접한 노래 '고목'은 가사만큼은 참 마음에 들었다. 뭔가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ㅎㅎ

그러다 세월이 한참 지나 그 노래는 김남주의 시에 곡을 붙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그렇듯이 곡에 맞추다 보니 시는 조금 바뀌어 있었는데, 익숙해서 그런지 개작된 가사가 좀 더 마음에 든다.


조국과청춘 2집(1993)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톰 트로버트의 블루스  (0) 2009.02.17
아침이 올 때까지  (0) 2009.02.16
달빛 그림자에 실려 갔어요  (8) 2009.02.12
천국의 나날들 메인 테마  (4) 2009.02.10
오늘의 선반?  (8) 2009.02.07
Posted by Enits
,
Deezer로 마이크 올드필드의 곡을 죽 듣는데 Moonlight Shadow가 흘러나온다.
광고 배경음악으로도 꽤 쓰인 이 곡 왕년에 안 좋아했던 사람 몇이나 될까?
마이크 올드필드의 짧은 기타 연주에 뒤 이어 나오는 매기 라일리의 청아한 목소리.
뮤직비디오를 보니 당시에는 인기 좀 끌었을 법하다.
멜로디는 경쾌한데, 번역된 가사를 보니 연인을 잃은 여인네의 자기 고백이다.
혹자는 존 레논의 피살을 암시한다고 하지만 일단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왠지 용산4구역과 화왕산에서 죽은 이들이 생각난다.
멜로디는 경쾌하기 그지 없는데...
사람들은 어느 날 달빛에 실려가 버렸다.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이 올 때까지  (0) 2009.02.16
고목  (7) 2009.02.13
천국의 나날들 메인 테마  (4) 2009.02.10
오늘의 선반?  (8) 2009.02.07
가브리엘의 오보에  (0) 2009.02.05
Posted by Enits
,
어떤 방송 프로그램이었나 개인 제작 패러디 동영상이었나 공포심을 자극하는 음악이 인상 깊은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랬다. 한참 생각한 끝에 찾은 결론은

테렌스 멜릭의 영화 <천국의 나날들Days Of Heaven> 메인 테마. 모리꼬네 할배가 만든 그 곡 말이다. 영화 화면은 참 죽이는데 음악은... 물론 어떤 상황에 따라 듣느냐의 차이다. 공포물처럼 편집하거나 그런 유형의 것을 접한 뒤 들으면 영락 없는 공포영화 배경음악. 하지만 죽이는 영상과 달리 스토리는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세 남녀의 불운을 다루고 있으니, 영화 전반을 고려하건데 적절하다 싶다.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목  (7) 2009.02.13
달빛 그림자에 실려 갔어요  (8) 2009.02.12
오늘의 선반?  (8) 2009.02.07
가브리엘의 오보에  (0) 2009.02.05
마지막 평화  (3) 2009.02.03
Posted by Enits
,
걷기 시작하면서 온통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아들 녀석이 요새 탐내는 것은 내 시디들. 한동안 책에 관심을 보이더니 관심사는 시디가 한가득 든 책장으로 옮겨졌다. 검지손가락을 뻗어 쓰윽 꺼내면 입으로 일단 가져가는 녀석에게 먼지 좀 먹은 시디는... 흐흐... 잠시 한눈 팔면 이미 케이스에는 침이 가득. 부클릿도 침을 흠뻑 머금기 일쑤다. 그런데 플라스틱팩으로 된 시디야 뺐으면 된다지만 디지팩으로 된 시디는 그 형태를 보존하려면 곤죽으로 만들기 전에 후딱 빼앗아야 한다. 허나 그게 쉽던가?

며칠 새 <빵 컴필레이션 Vol. 3>와 <향뮤직 샘플러 Vol.4>를 주로 꺼내던 아들은 오늘 두 번이나 델리스파이스의 5집 <Espresso>를 꺼내들었다. 녀석도 좋은 건가? 아니면 그저 꺼내기 쉬워서? 어찌됐든 아들 녀석이 고른 오늘의 앨범이렸다? 그렇다면 '오늘의 선반'?





Posted by Enits
,
아들이 엄마 뱃속에서 나갈까 말까 하던 시절,  TV에서 모리꼬네 할배의 서울 공연 실황을 방송해 줬다. 공연의 막바지였나? 앙코르였나? 모리꼬네 할배의 곡 중 가장 유명한(부부가 침대 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외국곡 1위란다.) 곡인 Gabiel's Oboe가 연주된다. 순간 뱃속의 아이가 마구 엄마 배를 걷어 찬다. 짜식 음악 좋은 건 알아가지고서. 얼마 전에 다시 들려줬을 때에는 아이가 모르쇠하긴 했지만.

처음 <미션>을 봤을 때에도 그랬고, OST를 사서 들을 때에도 그렇고, Gabiel's Oboe는 참으로 눈물나게 하는 곡이다. 곡을 듣는 순간 경건해진다고나 할까? 두 손 모으고 기도를 올리지 않으면 뭔가 죄를 짓는 느낌이 드는 곡. 그래서 내 지은 죄를 다 털어놓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 그러면서 눈물 좀 펑펑 쏟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다 듣고나면 죄를 용서받아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듯한 느낌.

도미옹께서 <미션>을 용감하게 혼자 보고 새사람이 되시어 곡을 포스팅하기에 나는 동영상을 올려본다.



영화의 원 장면. 힘겹게 폭포를 거슬러 올라온 가브리엘은 원주민들에게 이 곡을 들려준다. 소리에 감화(?)된 원주민들은 전과 달리 경계심을 다소 푸는... 지극히 오리엔탈리즘 적인 장면. 좋은 음악은 과연 보편적일까? 글쎄... 그리고 모리꼬네 할배는 하필이면 오보에를 택했을까? 소리가 좋아서? 다른 악기보다 더 섬세하게 관리해야 할 오보에가 나오는 것은 다소 오바라는 생각. 하지만... 사운드트랙과 달리 제대로 연주되지 않은 이 곡조차 첫 멜로디를 들었을 때 오~ 했다.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국의 나날들 메인 테마  (4) 2009.02.10
오늘의 선반?  (8) 2009.02.07
마지막 평화  (3) 2009.02.03
피, 땀, 눈물 / 당신이 아는 것보다 더 사랑해  (2) 2009.02.01
두 페터의 앙상블  (2) 2009.01.23
Posted by Enits
,


블로그 주소에 camel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정도로 Camel을 좋아하지만 아직 스튜디오 앨범 가운데 <Breathless> <Single Factor> <A Nod And A Wink>는 아직 사지 못했다. 간간이 온라인몰에서 볼 수 있는 <Breathless>와 <A Nod And A Wink>와 달리 <Single Factor>는 좀체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에 Deezer.com을 검색하다 이들의 전 곡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좀 실망. 중기에서 후기 넘어가는 모호한 시점에서 만들어진 이 앨범의 성격은 글쎄... 팝밴드도 아니면서 너무 파퓰러한 느낌만 가득하다고나 할까? 캐멀 특유의 무겁지 않은 진중한 느낌을 찾기는... 팬의 입장에서 컬렉션을 갖추려 예의상 사지 않는 한 지갑을 굳이 열어야 할 이유를 잃어 가는 찰나.

앨범의 마지막 곡 End Peace를 들으며 그래도 팬질은 제대로 해야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의 10곡이 가져다준 실망감을은 봄날 햇살에 드러난 눈마냥 사라지게 하는 로맨틱한 멜로디. 그리고 그것을 타고 유유히 흐르는 앤드류 라티머의 기타 연주. 고환율 탓에 언제 만날지 모르지만 꾹 참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from <The Single Factor>(1982)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선반?  (8) 2009.02.07
가브리엘의 오보에  (0) 2009.02.05
피, 땀, 눈물 / 당신이 아는 것보다 더 사랑해  (2) 2009.02.01
두 페터의 앙상블  (2) 2009.01.23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  (6) 2009.01.20
Posted by Enits
,
우연히 알게 된 서비스인데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좀 더 테스트를 해 봐야...

재생되는 음악은 엠블 시절 몇 번 포스팅한 적 있는
Antony & The Johnsons의 최근작 <Crying Light>
울음 꾹 참고 눈물 흘리지 않으려 발악하는 듯한 목소리는 여전하다.










Posted by Enits
,


Witch Will을 엠파스에서 검색하니 "이걸 한국 음악으로 봐 줄 수 있는 것일까?"는 문구가 가장 먼저 보인다. 맞는 말이다. 예전에 이 앨범을 처음 구입한 뒤 '오호라'라는 감탄사를 내뱉은 뒤 (왕년에 음악 좀 들었다는) 동료에게 들려줬더니 그 역시 "얘네 한국 사람 맞아"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구심을 자아냈을 정도이다.

Witch Will이라는 밴드 이름은 닉 드레이크의 앨범 <Pink Moon>에 수록된 곡 Which Will을 변용한 것이다. 닉 드레이크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데, 그런 만큼 Witch Will은 철저히 닉 드레이크, 도노반, 페어포트 컨벤션 같은 60-70년대 브리티시 포크 풍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는 전적으로 밥 딜런, 조앤 바에즈 류의 아메리칸 포크로부터 영향을 받은 기존의 포크 음악과는 다른 우리에게는 생경한 음악이다. 그게 어떤 풍이냐는 말에 혹자는 "칙칙하고 어두운 '추운 겨울밤'이라는 피부에 닿는 느낌과 닮은 음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국의 겨울은 엄청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우울하고 쓸쓸함의 악명은 높다"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멜랑꼬리하다 못해 글루미한 우울함 그리고 처연함이라고나 할까?

기타/리코더와 보컬을 맡은 박상, 베이스/만돌린/봉고를 연주하는 이재희 "두 명의 멤버는 모두 영국식 모던 포크의 광팬임을 자처하며, 노랫말 또한 일관되게 영어로 소화해 낸다. 앨범을 관통하는 만돌린이나 레코더, 그리고 첼로의 사운드는 아일랜드, 혹은 영국적 민요로서 포크의 향을 풍기며, 보컬의 음울한 읊조림은 닉 드레이크나 벨 엔 세바스찬의 분위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것은 이들의 장점이며 또한 단점이다. 한국에서의 포크 전통을 따르지 않는 브리티시 포크의 텍스트들은 그 자체로 신선함을 일으키지만, 반대로 영국 포크의 전통을 거스르지 않는 음악들은 신선함 혹은 다양성 이상의 어떤 것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함이 지속적인 구심력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들 때문이리라."

아바나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뜻의 앨범 타이틀이나 오렌지색 커버 이미지만 봐서는 일레트로닉 라운지 음악이 연상되는 Witch Will의 음악은 이렇듯 양가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통적인 포크의 흐름에 취합하지 않으면서 또한 크로스오버니 퓨전이니 하는 요즘 시대의 흐름 또한 휩싸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좋아하는 과거 먼 나라의 음악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말하자면 브리티시 포크 오타쿠라고나 할까? 요즘 세상 브리티시 포크를 듣는 이가 몇이나 될까? 듣는 이도 별로 없는데, 이들은 들으라고, 아니 자신들이 좋아 부르고 들으려고 앨범을 내놓았다. 오타쿠는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세상을 좀 더 다채롭고 풍요럽게 만드는 법이다.


Trip On Havana(2002)


01. Golden Boy
02. Seaweed #1
03. See


04. Picnic
05. Stranger's Shovel
06. Bluedale Way


07. Girl On The Fairland
08. Dog Racing
09. Trip On Havana
10. Lullaby
11. Seaweed #2


12. Tune From The Air

Posted by Enits
,
마치 우는 듯한 일렉기타의 디스토션에 진득한 해먼드 오르간과 쌉싸름한 브래스를 곁들여 한결 맛을 낸 블루스락의 진수(아, 성찬은 어디로? ^^;). 본디 이 곡에서 'You'는 스물일곱 젊은 날에 먼지가 되어 버린 비운의 디바 재니스 조플린이라 한다.

하지만 그런 컨텍스트를 걷어 내고 텍스트에만 집중하면 이 노래는 상대방이 아는 것 이상으로 연인을 사랑한다는 절절한 사랑의 고백이다. 휴일 오후 낮잠을 자는 아내와 아이를 깨운 내 핸드폰 소리. 기분이 언짢아진 아내를 달래려 여러 수를 쓰다가 이 노래가 생각났다. 제목은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아내 또한 익히 들어왔던 아주 좋아하는 곡. 다행이다.



I Love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 from <Child Is Father To The Man>(1967)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브리엘의 오보에  (0) 2009.02.05
마지막 평화  (3) 2009.02.03
두 페터의 앙상블  (2) 2009.01.23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  (6) 2009.01.20
겨울, 기타  (6) 2009.01.20
Posted by Enits
,
살타첼로의 멤버로 알려진 이들 가운데 두 페터가 짝짜꿍하여 듀엣 앨범을 냈다. 페터 쉰들러는 '파이프' 오르간을, 페터 레헬은 색소'폰'을 연주해 앨범의 타이틀은 'Pipe & Phone'.

앨범 수록곡 가운데 첫째인 찰리 헤이든 원곡(하지만 스탄 게츠의 곡으로 인식되는)의 'First Song'이 땡기지만 또 집에 앨범을 두고 왔다. 아쉬운 대로 검색으로 얻은 알비노니의 Adagio를... 물론 이 곡도 두 페터의 앙상블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곡이긴 하다.


이거 저작권 보호 대상 리스트에 올라와 있던데... 암...

'뮤즈의 조각상 > Song Within a S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평화  (3) 2009.02.03
피, 땀, 눈물 / 당신이 아는 것보다 더 사랑해  (2) 2009.02.01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  (6) 2009.01.20
겨울, 기타  (6) 2009.01.20
Private Investigation  (4) 2009.01.19
Posted by Enits
,
80년 광주의 비극을 소재로 한 '오월의 노래'라는 노래가 있었지. "두부처럼 잘리어진..."이라는 잔인한 묘사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때 나를 몹시 두려움에 떨게 하던... 하지만 노래는 사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 화가 단단히 난 95년 가을을 성냥갑 같은 강의실이 아닌 안개 자욱한 종로나 남대문 등지에서 주로 보냈어.

세월이 지나 이 노래가 외국곡의 곡을 따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찾아보니 아는 가수더라고. 어렸을 적 나는 'Holiday'라는 노래를 이따금 들어봤는데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원작자더군. 그 사람은 미셸 폴나레프라고 하는데 웃기게 생긴 선글라스를 주로 쓰고 나오던 프랑스 가수, 그러니까 샹송 가수였어.

세월이 더 지나 나는 그 곡에 담긴 이야기를 들었지. 곡의 원제는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였어. 음... 미스테리를 소재로 한 곡인가? 프랑스어는 통 모르니 알게 뭐야 했지만, 인터넷이 대세가 된 시절이었기에 가사의 한국어 번역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 그리고 놀랐지. 노래는 바로 (정부의) 재개발과 그 때문에 희생당한 소시민에 관한 이야기였어. 아 프랑스에서도 이딴 상황이 있구나. 프랑스에 대한 환상이 깨져 버렸지.

아침부터 터져 나오는 기사를 보다가 이 노래가 다시 생각났어.

할머니가 살았던 시절에,
정원에는 꽃이 피어 났지.
세월은 흐르고 기억만이 남았네.
그리고 네 손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세월인가 아니면
여가를 보낼 시간이 없는 사람들인가?
라라라 ...

할머니가 살았던 시절에,
침묵만이 들려왔네.
나무 위엔 가지들이, 가지 위엔 나뭇잎들이.
나뭇잎 위에 새들이 노래했었네.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세월인가 아니면
여가를 보낼 시간이 없는 사람들인가?
라라라 ...

불도저가 할머니를 죽였네.
그리고 꽃들을 굴착기로 바꿔 놓았지.
노래하던 새들에겐 공사장만이.
이것이 네 맘에 들기 위함인가?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세월인가 아니면
여가를 보낼 시간이 없는 사람들인가?
라라라 ...

오늘 아침, 누가 시민 여섯과 경찰 하나를 죽였을까? '할머니'가 제발 더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사람 목숨은 안중에 없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사람이 이 놈의 땅구석에는 너무 많아. 도심 재개발? 개나 줘 버리라고.





Posted by Eni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