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라딘에 중고샵이 개장된 후 2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현재까지 알라딘과 개별 구매자에게 책 16권을 팔았고, 8권의 책과 11장의 음반을 구입했다. (그중 한 권은 대폭 할인가에 충동적으로 사서 한번 들춰 보고 실망했는데 구매가보다 비싼 가격에 알라딘에 되팔았다.^^;) 어짜피 읽지 않은 채 서가만 차지하고 있는 책을 필요한 사람에게 팔고, 내가 원하는 책이나 음반을 비록 신품은 아니더라도 싼값에 그리고 안정성 높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좋게 보이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고 거래, 특히 온라인 서점에서 이루어지는 중고 거래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제가 많다.

중고란 물품은 싸게 살 수 있는 반면, 수량이 극히 한정돼 구매욕을 높이기 마련이다. 이제껏 중고 음반을 향뮤직이나 피그피쉬에서 중고로 구입했으나, 중고 책은 이따금 헌책방을 들러 무작위로 살 만한 책을 사거나, 필요하나 절판된 책을 온라인에서 뒤지는 정도로밖에 이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중고샵을 여니 중고 음반을 살 때와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이를테면 중독이다. 희소성 때문에 관심 가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 있는 품목을 검색하고,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배송비 여부 때문에 해당 판매자의 다른 책을 들여다 보고, 살까 말까 고민하다 차일피일 미루면 누가 먼저 채 가고, 그러면 괜히 내 것을 빼앗긴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진다. 그리고 조바심만 생겨 사지 않아도 될 책에 욕심이 생겨 일단 지르고 보는 반복적인 패턴이 일어난다. 덕분에 월 도서구매액의 절반 가까이 중고 책 사는 데 소비했다. 에휴...

중고로 나오는 책을 보면 대부분 베스트셀러였던 자기계발서나 실용서 그리고 문학이다. 아무래도 휙 한번 들춰 보고 던져 버리는 책이 다시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꼴이다. 모든 책을 서가에 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그러한 쉽고 읽고 쉽게 버려지는 패턴은 조금 안쓰럽다. 그리고 왜곡된 베스트셀러 위주의 시장 구조도 한눈에 보인다. 잘하면 쓸 데 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베스트셀러 진영의 재구조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조금 요원해 보인다. 또한 그동안 어린이책에는 아직 관심이 없어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가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하다 알게 된 것인데, 중고로 나오는 품목에는 어린이책의 비중이 은근히 높다는 것이다. 성인 책과 달리 쉽게 읽히고 쉽게 관심에서 멀어지는(아이는 쑥쑥 자란다) 어린이책을 무작정 보관하기보다는 내놓게 되는 게 아무래도 인지상정일 듯싶다. 어린이책 시장이 과포화된 상태에서 이런 중고 물품이 대량으로 나온다면, 이 나라 출판 시장의 한 근간인 어린이책 분야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특히나 이제껏 내가 거쳐 온 데는 대부분 어린이책으로 먹고사는데 말이다. 게다가 출판사나, 저자, 번역자가 자기가 공들여 만든 책이 중고책에서 거래되는 모습을 본다면 속이 뒤집어질 게다.

아내와 이야기하다가 조금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알라딘이라는 인터넷서점에서 중고샵을 운영한다는 것은 광화문 교보문고의 한켠에 헌책방을 들인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물론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다르니 이런 비교는 억측이라 해도, 세계 최대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도 중고샵을 운영한다고 따지면 나로서는 더 할 말은 없다. 다만 그 모양새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기고 때로는 안쓰럽다는 것이다.

싸고 편하고 안전하게 책이나 음반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은 분명 알라딘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하지만, 점점 중고샵을 빤질나게 드나들면서 점점 부정적 모습을 보게 된다. 당분간 구매는 줄이겠지만 언제든 중고샵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캐는 내 모습은 익숙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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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국출판인회의가 2007년 02월 15일부터 2008년 02월 21일까지 교보문고, 영풍문고, YES24, 인터파크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10곳의 도서판매 부수를 집계한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입니다.

 1위.시크릿(론다 번ㆍ살림 BIZ/2007년06월)
 2위.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ㆍ한국경제신문사/2007년12월)
 3위.즐거운 나의 집(공지영ㆍ푸른숲/2007년11월)
 4위.리버보이(팀 보울러ㆍ다산책방/2007년08월)
 5위.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지성ㆍ다산북스/2007년10월)
 6위.20대 공부에 미쳐라(나카지마 타카시ㆍ랜덤하우스코리아/2008년01월)
 7위.몰입(황농문ㆍ랜덤하우스코리아/2007년12월)
 8위.이원복 교수의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이원복ㆍ김영사/2007년12월)
 9위.1% 행운(잭 캔필드ㆍ흐름출판/2008년01월)
10위.사랑을 믿다(권여선ㆍ문학사상사/2008년01월)
11위.사랑하기 때문에(기욤 뮈소ㆍ밝은세상/2007년12월)
12위.파피용(베르나르 베르베르ㆍ열린책들/2007년07월)
13위.무지개 원리(차동엽ㆍ동이/2006년11월)
14위.이기는 습관(전옥표ㆍ쌤앤파커스/2007년04월)
15위.1일 30분(후루이치 유키오ㆍ이레/2007년10월)
16위.감사의 힘(데보라 노빌ㆍ위즈덤하우스/2008년01월)
17위.구해줘(기욤 뮈소ㆍ밝은세상/2008년01월)
18위.신화는 없다(이명박ㆍ김영사/2005년05월)
19위.에너지버스(존 고든ㆍ쌤앤파커스/2007년01월)
20위.해커스토익 Reading-뉴토익(DAVID CHOㆍ해커스어학연구소/2006년02월)


20위 안에는 자기계발서와 실용서, 그리고 소설만 있다. 그나마 한국소설은 공지영의 책 단 한 권이다. 그런 마당에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과학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위치하는 일은 가당치도 않다. 그나저나 18위에 있는 책 한 권이 몹시 거슬린다. 아니다. 그보다 더 높은 순위에 없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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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 마 전 알라딘에서 중고샵 베타 테스트를 하더니 오늘 정식으로 열었나 보다. 알라딘에서 매집하는 책은 정가의 25%라는 상당히 박한 가격이지만, 이 정도는 일반 헌책방의 매입가에 비하면 나쁘진 않다. 낫배드. 재미있는 건 헌책사랑의 개인 책방처럼 개인이 판매자로 등록해 팔 수도 있는데, 이른바 오픈마켓. 이때는 가격을 자기 마음대로 정하면 된다. 물론 40%라는 기준율은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고 물품 리스트가 펼쳐져도 일반 상품과 달리 저자 표기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보고 알거나 클릭해 물품의 세부사항을 읽어야 한다. 특히 음반 같은 경우에는 뮤지션이 누군지 한눈에 알 수 없다. 그리고 보관함에 넣거나 마이리스트로 정리할 때 판매자가 노출되거나 분류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아무래도 배송비나 규모 있는 구입가 설정 때문에 한 판매자로부터 복수의 책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다. 실제로 나부터 그러고 있다.

대 충 올라오는 중고 책/시디/디비디를 보니 실용서/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류가 많다. 아무래도 한번 찍 보고 말거나 자신이 읽기보다는 남에게 선물하는 요즘 독서 풍토의 탓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책은 아무래도 소장하기보다는 한번 읽고 말거나 아니면 그저 책장에서 자리만 차지할 테니 말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읽을 사람에게 주거나 아니면 헌책으로도 파는 게 나으려나? 그것에 대해선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하지만 거꾸로 이를 이용하면 (내 기준에서) 제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운 책을 저렴한 값에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숨책 같은 헌책방을 뒤비거나 헌책사랑의 개인 헌책방에서 이따금씩 책을 샀는데, 아마도 이제는 알라딘 중고샵을 종종 애용하게 될 듯하다. 혹시 아나 주인 잘못 만난 대박을 만나게 될지. 지금도 몇 가지가 눈에 띄지만 이달 구매 예정액을 초과해 섣불리 구매하기가 난감하다. 젠장, 중고는 언제 누가 먼저 채갈지 몰라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트랙백 : http://blog.aladdin.co.kr/trackback/usedshop/192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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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선생의 <옥중서한> 출간이 늦어지자 재발간하기로 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게시판에 누가 문의했다. 언제 나오냐고... 다음은 그에 대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의 답변이다.

먼저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작년 가을부터 여태 기다리고 있다오.

옥중서한 마무리작업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 원래 지난해 12월에 나온다 했다.

이달 중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중입니다.
=> 이달 중에는 안 나온다는 이야기다. --; 오늘이 1월 31일인데 인터넷 서점에 신간으로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야간비행 측으로 부터 관련 파일을 전혀 건네받지 못한데다가 추가되는 내용이 있어서 작업이 늦어지는 점 양해부탁드리겠습니다.
=> K모씨에게 육두문자가 튀어나가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르므로 일단 판단은 접어 둔다. 하지만 저자가 절판의 강수를 두게 만든 데는 아직도 삐쳐 있다. 덕분에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무척 애쓴다. 설마 저 두툼한 책을 가득 채운 텍스트를 일일이 손으로 옮겨 치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그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아무튼 봄이 되기 전에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오는 게 어디냐 싶은 게 본 마음이다. 다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기에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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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ft 1848-2000 - 미완의 기획, 유럽 좌파의 역사
원제 Forging democracy (2002)
제프 일리 (지은이), 유강은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방문객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꽂아 두십시오. 집안의 정체성과 품격이 확 드러날 것입니다. 온 가족이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좋은 일입니다." - armarius.net BBS의 모 글 답글 중에서

볼드로 처리한 '집안의 정체성과 품격'이라는 말을, 248*176mm 크기에 1028쪽 양장본이라는 책의 외적 형태와 접목시키면 자연스레 '가오'라는 말로 치환된다. 외양이나 내용이나 '가오' 잡기에 딱인 책이다.

<본 얼터메이텀>에 제이슨 본이 책으로 목을 때려 무기로 쓰는 장면이 나온다는데, 이 책은 한손에 잘 잡히지도 않으며 일단 두 손으로 힘껏 던지기만 해도 사람 잡기에는 충분한 무기가 될 듯싶다.

저 것 내기로 한 출판사나, 죽어라 교정 본 편집자도 그렇지만, 번역한 사람은 무슨 배짱으로 시작했을까? 여튼 만든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가오' 잡는데는 이만 한 게 없다. 고로 가오 잡는 것 중시하는 가오이스트들은 반드시 서가에 꽂아 둬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자 컬렉션이다.

일단 사긴 했는데... 다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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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두고 뒤를 돌아보면 책이 한가득 쌓여 있다. 얼추 오육백 권 정도? 그보다 더 될지도 모르고, 아직 ALURRE님이 친정집에 쌓여 있는 책을 아직 가져오지 않았기에 가뿐히 내 예상치를 넘을 게다. 120cm짜리 책장 세 개를 주루룩 이어붙여도, 그래서 80cm짜리 책장 두 개를 긴급히 주문했어도 아마 이 책들을 다 꽂아 넣기란 불가능할 듯싶다. 책 위에 쌓아 놓고 앞에도 꽂아 두고 하면서 아니면 박스에 넣어 구석에 쳐박아 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걸 언제다 정리해 두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분야별 크기별로 분류해 꽂아 두는 것은 만용에 가깝다. 책들을 묶어 놓은 노끈이나 과연 풀 수 있을까? 기획 때문에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이 필요해서, 책세상 문고판과 비슷한 사이즈라 함께 묶어 놓은 비디오테이프를 찾느냐 책더미를 뒤져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창 걸렸다. 이 마당에 읽을 책을 고르기란 서울 바닥에서 이 서방 찾은 일과 뭐가 다를까 싶다.

물론 이 책을 다 읽었느냐 하는 질문에 나도 ALURRE님도 답하지 못한다. 이래저래 사 모으고 선물받았던 책이 쌓이다 보니 어느덧 수백 권의 더미로 남았을 뿐이다. 그래도 신기한 건 생각보다 겹치는 책, 즉 둘 다 가지고 있는 책이 그닥 많지 않다는 게다. 대략 20권 정도. 이 정도 책 규모에 이 정도 권수면 적은 편이라고 한다. 서재를 결혼시키지 않다는 입장 앞에서, 공부하는 데 관련된 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당에, 복수의 책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쉽게 자신의 책을 남에게 내놓지도 못할 듯싶다.

한편 더미는 책만 있는 게 아니다. 시디와 디비디... 과연 얘네들까지 정리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이들을 모두 정리하다 보면 아마 올해 중에는 집들이는 꿈에도 못 꿀지 모른다. 문제라면 더 문제는 책, 시디, 디비디의 증식 속도는 전보다 더디긴 해도 절대 줄어들지는 않을 거라는 것. 다음 이사 때는 100% 포장이사를 해야 할 판이다. 안 그래도 이번에 이사하면서 전체 짐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책을 4층집 두 곳에서 가지고 내려와야 하다 보니 사람을 한 명 더 써야 했다. 그리고 뭔 책이 이렇게 많아, 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그래도 한가득 쌓여 있는 책을 보면 희뭇한 웃음이 입가에 머금는다. 기획을 하고 글을 쓰고 할 때 어떻게든 도움이 될 테니, 정 할 것 없을 때 위로해 주고 벗이 되어 줄 테니. 십여 년을 떠돌고 더부살이 할 때는 책을 가지고 있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는데, 배따지가 불렀다 싶을 정도로 책을 쌓아 두고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짐을 풀고 분야와 크기에 맞도록 분류해 두지 않으면 종이뭉치에 불과할 테니 하루 속히 정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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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착한 <비잔티움 연대기> 세트와 덤으로 주는 <역사의 원전>.
절대 <역사의 원전>을 공짜로 받으려고 산 게 아니다?! ㅋㅋ
일단 서가에 꼽아 놓으면 뽀대는 나겠다.
그런데 왜 한숨이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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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알라딘은 잘 들르지 않게 되는데 포노와 사이트 합병한다는 이야기에 그냥 둘러보다가 발견한 것은 바로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 지도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게 지도책, 그것도 세계사 지도책이라. 사계절에서 나온 <아틀라스 한국사>와 <아틀라스 세계사>도 나를 매혹시켰는데, 이번에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는 정말 매혹적이었다. "520장의 섬세한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세계사의 현장들"라는 카피는 내게 마구마구 구매욕구를 뽐뿌질했다. 게다가 아날학파의 거두 조르주 뒤비가 책임감수했다는데.
 
 
책이야 땡기지만 문제는 예약구매자에게는 3만원짜리 쿠폰을 준다는 이벤트가 무색할 정도로 비싼 가격. 무려 12만 원. 여기서 잠깐 한숨 뱉고... 12만 원이 여느 집 애 이름은 아니지만, 이런 것을 비싸다는 이유로 패쓰하면 지름신의 화신은 지하철 선로를 문질러 광내야 할 듯. 정말 사고 싶다. 쿠폰이긴 하지만 3만원이면, 앞으로 포노와 통합되는 바람에 천상 알라딘을 이용하게 될 나로서는 9만 원이란 것인데... 그리고 기본적으로 10% 할인이니 정작 내가 지불하는 금액은 78,000원이다. 흠... 이 정도면 대략 65% 값에... ^^; 이만 하면 싸게 주고 샀다 싶은데....
 
 
항상 문제는 있는 법. 그것은 바로 생각의나무의 전례인데. 연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각각 35,000원에 샀는데, 원래 이 책의 가격이 10만 원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재고가 쌓이니 나중에 염가로 내놓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도 똑같은 처지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 물론 세계사 지도책이다 보니 역사교사들에게 어느 정도 팔릴 듯하지만 12만 원을 우습게 알고 살 사람이 과연이 몇이나 될까 싶다. 설마 또 내년 정도에 35,000원 정도에 나와 버리면? 아마 생각의나무를 사색의나무로 만들어 버릴지도.
 
아, 그리고 엄마박쥐 허선수 시켜 사 온다든 지도책은 어이 되었노? 이 글 안 보면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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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책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는 중학교 사회과부도로 한글을 깨우쳤다, 라고 말하면 조금 오바이긴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책은 그림책이 아니라 사회과부도였다. 즉 지도책이다. 그만틈 어렸을 때부터 나는 지도책을 좋아했다.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 지도책을 보고 세계 각국의 나라와 수도를 다 외워 주위로부터는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내 머리는 지도에만 특화됐는지 다른 분야에서는 통 신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반쪽짜리였다.
 
내 지도에 대한 사랑은 나이가 먹어 가도 여전했다. 나는 늘 사회과부도와 전국지도책을 좋아했다. 그냥 지도책을 보고 있으면 즐겁다. 하는 일 없을 때 지도책을 보며 뜬금없이 지하철 노선을 짜기도 하고, 이 지역은 뭐가 있을까 궁금해한다. 그러다 보니 서울의 3단계와 대전의 지하철노선 계획을 대부분 예측하기도 했다. 요새도 지도책을 보며 신분당선과 신안산선이 서울 도심을 어떻게 통과할지 따져보곤 한다.
 
그렇게 어렸을 적부터 지도를 봐 왔기에 나는 처음 가는 곳을 갔다 오면 반드시 지도로 오간 길을 복기한다. 요새야 인터넷으로 제법 정확한 지도를 제공하기에, 게다가 버스노선까지 지도에 표시되기에 어렵지 않게 나는 돌아다닌 길을 제법 정확히 복기한다. 이는 방향감각이 다소 둔함에도 내가 길치가 아닌 길을 잘 찾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실 지도와 지리는 다르다. 지도에 대한 관심은 지리의 대한 관심으로 100% 전이되지 못했다. 아마 전이가 제대로 됐으면 나는 아마 지리교육과나 지리학과로 진학했을 게다. 그렇다면 아마도 지금은 지리교사나 지리정보원 연구원 등으로 일하고 있겠지. 물론 백수로 놀거나 다른 일을 택할 확률이 더 높다. 왜냐하면 교사는 성격상 내키지 않는 직업이었으며, 지리학과는 별로 없었다.
 
부동산과 교통 문제로 전국지도책은 잘 나오나 세계지도책은 쓸 만한 게 나오지 않는다. 아마 고등학교 지리부도가 가장 좋은 세계지도책일지도 모른다. 세계지도책 하나 장만해야 하는데... 그래서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가 땡긴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지도가 아닌 과거의 지도다. 물론 과거의 지도 또한 몹시 매력적이다. <로마인이야기>를 보며 당시 지리적 현황을 지도에 복기해 보고 싶지만 쓸 만한 지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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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는 본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초등학교 이후로는 책을 즐겨 읽지 않았다. 그러나 난 지금 책 만드는 일을 한다. 그것도 매달 한 권씩. 흔히 생각되는 일간지 혹은 주간지 기자와 달리 월간지 기자는 Reporter라는 말 대신 Editor라는 말을 쓴다. 자기가 직접 쓰기보다는 남의 글을 편집하는 일이 더 많다. 그렇게 나는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단행본을 만드는 일을 할지는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점점 더 책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닥 벗어 날 생각이 없다는 것 또한 깨닫고 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나는 책과 친해져야 할 사명을 부여받는다. 아니 받고 있다. 그리고 받았다. 아직 블로거 친구분들에 비하면 택도 없는 독서량이지만 한계독서량의 곡선은 덜 가파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독서량이 늘고 있다. 물론 독서량보다는 구매량이 더 높은 수치로 높아지는 게 문제라면 문제. 그래도 슬슬 독서량이 늘면서 이전에는 없던 책 읽는 즐거음을 조금씩 맛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은 역설적으로 고민을 주고 있느니 바로 점점 좁아지는 방이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짐(짐이라고 해 봐야 옷가지를 제외하면 책과 시디다)을 한데 모으니 책장 하나가 필요해 주문했다. 그러나 생각 외로 책장은 금세 거의 가득찼고 조만간 포화상태를 넘어 겹쳐 꽂아야 할 듯. 책장이야 하나 더 사면 된다. 문제는 책장 하나 더 들어올 때마다 좁아지는 방이다. 원래 혼자 살 생각으로 얻었던 집을 처음 생각과 달리 친구랑 동거하기로 했으니 내 짐을 둘 공간은 결국 내 방밖에는 없다. 막상 짐을 들여다 놓으니 좁아 침대를 포기해야 했는데, 책장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내 방이 좁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친구 보고 들어오지 말라곤 할 수 없는 법. 뭐, 그냥 좁으면 좁은 대로 살다가 친구가 먼저 나가거나 아니면 계약기간을 1년을 채우고 다른 데로 이사 가는 방법밖에 없다. 책장을 좀 더 내다보고 넓은 것으로 사야 할까, 아니면 덜 좁아 보이는 좁은 것으로 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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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비다님 블로그에서 괜히 땡땡 이야기를 꺼냈나 보다. 문뜩 땡땡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든 생각.
 
'아, xx가 땡땡 펴낸 출판사에 있지.'
 
메신저로 xx에게 직원가로 살 수 있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그런 책을 사 보는 사람도 있군 하던 xx도 내가 살 의향을 보이자 적극적으로 나온다. 담당자로부터 xx% 할인을 해 주겠다는 말을 전한다. 하지만 땡땡 전질이 24권이다 보니 도합 20만원이 넘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직원가로 산다고 해도 만만치 않다. 그때 문뜩 든 생각.
 
'아, 만화책 좋아하는 '누'를 꼬시자.'
 
간악한 자일 씨는 거북이 티를 찬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반땡 하기로 하고 지불액의 절반을 '누'에게 넘겨 버렸다. 흐흐...
(*참고로 '누'는 동아리 후배이자 직장 후배이다.)
 
어제 주문하자 마자 오늘 책이 턱 하고 도착했다. 간악하긴 하지만 착한 속눈썹의 자일 씨는 선택권을 '누'에게 넘기는 아량을 베풀었다는데...
 
그런데... 반땡 12권도 집에 가져가기엔 너무 무겁다. ^^;
그리고... 어제 커피드리핑세트에 이어... 더위 먹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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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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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독하는 잡지 중 하나로 <작은책>이 있다. 작은책... 정말 작다. 가지고 다니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을 정도가. 카고바지 양옆의 주머니(일명 건빵주머니)에도 쏙 들어갈 만하다. 내용도 내 감수성과 취향에는 그닥 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내음새가 물씬 풍겨나는 잡지다. 게다가 값도 싸다. 2,500원. 매달 2,500원씩 CMS로 빠져 나가는지 아닌지도 통장거래내역을 굳이 확인하지 않으면 출금되는지조차 인지할 수 없을 정도. 일전에 이전 직장에서 알게 된 한 교사가 자기 블로그에 그럭저럭 먹고살 만큼 되는 수익을 정기적으로 받는 사람들이 이런 잡지를 꼭 봐 줘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조금 마음에 찔려 구독하고 말았다.
 
그런데... <작은책>은 다 좋은데 문제가 하나 있다. 오늘이 20일. 7월호가 벌써 오늘 배달되어 온 것이다. 그것도 익일배송 되는 택배가 아닌 2-3일 걸리는 우편으로. 뭐가 문제냐고? 나는 아직 마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말이 앞에 끼어 있어서 지난달보다 이틀 정도 늦게 왔다. 그렇다면 <작은책>의 마감은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16일 발송을 했다고 치면 인쇄하고 제본해 DM발송하는데 대략 48시간에서 60시간. 약 3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니 13일에 마감했다는 소리? 뭐 예비일 등으로 하루 정도 까먹는다 생각하면 대략 12일. 헉! 이 날짜면 한창 마감의 엔진이 돌아갈 때고 전 직장 같은 경우에는 이제 마감 시작해 볼까 하는 시간이 아닌가. 물론 <월간조선> <신동아> 류의 월간지는 거의 15일 정도에 가판에 깔린다. 1일에 깔려야 하는 게 보름이나 일찍 깔린다는 소리.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야?
 
참고로 <작은책>은 정기구독 이외에는 시중에서 볼 수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 달 구독료는 단 돈 2,500원이다. 자장면도 3,000원은 한다.
홈페이지는 www.sbook.co.k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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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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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비싼 값에 산 <브라질>의 중고 비디오테이프. 무척 아끼는 영화이지만, 때는 이미 디비디 시대인지라 더 이상 보지도 않게 되고 그렇다고 책장에 꽂아 두자니 술 생각만 절로 나게 하던지라 마침 네온님이 <브라질>을 비롯한 내가 가진 비디오테이프 10장 9편을 전량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지난 네온님이 때린 번개 때 소유권을 네온님에게로 이전했다.
 
인수가는 협의 후 결정하자고 했는데 네온님은 내가 생각했던 금액의 2.5배를 때려 나를 당황케 했다. 순간 나는 큰 맘 먹고 그 금액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양심적으로 원래 내가 생각했던 금액을 말할지, 양심을 약간 만 팔아 적당한 값에서 선심 쓰는 척 값을 부를지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중고 비디오테이프로 큰 돈 벌면 벌 받을 듯해 결국 내가 제시한 금액만 불렀다. 그리고 대금도 현금 박치기가 아닌 책 교환으로. 네온님은 서점에서 일하신다. 직원가로 사면 싸단다 ^^; 그래서 고른 책이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가 책임편집을 맡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과 수전 손택의 <우울한 열정>이다. 물론 두 권의 책 값은 비디오 거래가보다 많고, 인터넷서점에서 사는 것보다 싸다. 결과적으로 네온님과 나의 거래는 윈-윈.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은 1001편의 영화를 다루고 있는 만큼 분량부터 압권이다. 960쪽 아트지에 양장본. 도저히 들고다닐 수 없는 무게에다 하루에 한 편씩만 본다고 해도 1001일이 걸린다. 연애하면서 1000일을 세는 사람이라면 그 엄청난 시간의 흐름에 질릴지도 모른다. ^^; 수전 손택은 유명세에 비하면 잘 모르는 저자이지만, '우울한 열정'이라는 책 제목에 끌렸다. 실은 두 권 다 <필름2.0>의 컬처 블로그에 소개된 책이다. 으하하하 책을 자주 사지도 않으면서도 책을 잘 읽지도 않아 안 본 책이 점점 쌓아져 가는데 들어온 책. 다 읽을 고통과 다 읽고서 느낄 쾌감이 뒤섞여 나를 흥분시킨다. 흠... 이번에는 후딱 읽어 버려야지.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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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에게 빌려온 아다치 미츠루의 러프 12권을 세 시간 동안 앉은 자리에서 다 봤다.
물론 재미있었으니 앉은 자리에서 쉬지 않고 봤겠지.
그러나...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보면 안 돼.
하지만 나는 내일 H2를 볼 것이다.
그리고 또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보면 안 돼, 라고 말할 것이다.
터치를 봤을 때도 레인보우스토리를 봤을 때도 그랬다.
 
그 이유는 남자 주인공은 뭐든지 잘하고 여자가 줄줄줄 따라다니고,
거기다 여자 주인공 또한 예쁜 데다 뭐든지 잘하고 남자한테도 헌신적이라는 것이다.
단지 만화속에나 나올 법한 인물들일 뿐인데도,
쓸 데 없이 내게 판타지만 가져다 줘 비하감만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있다. 그게 문제다.
Posted by E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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